나의 옛 대학 합격통지서에 담긴 사연
- 일상/일상 다반사
- 2011. 8. 2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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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 대학 합격통지서에 담긴 사연
오늘은 잠깐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최근에 신문스크랩을 위해서 옛날에 모의고사 시험지를 스크랩 해놓았던 파일을 정리하려다가 발견한 한 대학 합격통지서에 담겨있는 사연이다. 이 글을 꽤 예전에 쓰려고 했었지만, 이제야 쓰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잠시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재수를 했었던 사람이다. 그 재수 시절에는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피는 안났었지만)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그 당시에 내가 목표했던 한 곳의 대학교가 있었다. 나는 그 대학교에 가는 것을 조금 더 힘을 얻기 위해서, 자기계발서에서 읽었던 대로 여러가지를 실천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 당시에 했던것 중 하나가 바로 미리 목표를 달성한 것같은 성취감을 느끼고, 조금 더 노력을 하기 위해서 한 가지의 물건을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일종의 이미지트레이닝법이라고도 한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그 당시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날짜가 다른 것은 고3시절에 뽑았기 때문.
이것은 당시에 내가 듣고 있던 인터넷강의 사이트에서 뽑을 수 있는 한 개의 부적같은 것이였다. 그 당시에 나는 무려 고려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각종 모의시험을 스크랩하는 파일의 앞 뒤에 꽂아두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보고 더욱 끈기를 가지고 공부를 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점수로는 도저히 불가능했지만, 재수를 하면서 엄청난 폭으로 점수가 상승한 나에게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고려대에 갈 수가 없었다. 수능당일에 완전히 컨디션의 엉망으로 수능을 망쳤기 때문이다. 단 한 통의 전화로 인해서 말이다. 그 사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전에 블로그에서 글을 이야기를 했었고, 상당히 긴 장문의 내용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언급을 하지 않겠다. 그렇게 수능을 실패하고 나는 한층 더 좌절했었다. 주위에서의 눈초리는 더 따가워졌고 말이다. 이 가상 대학 합격통지서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합격통지서에 담겨있는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언제나 나를 멸시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그러한 나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언제나 '넌 안 된다. 모자란 놈. 사촌동생보다 못한 놈. 사촌 형의 발도 못 따라가는 놈. 아빠 닮아서 크게 사고 칠 놈. 사람이랑 제대로 관계도 못 이끌어가는 놈. 책만 보는 놈. 애니메이션만 보는 놈. 정신병자녀석.'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나에게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나는 제대로 된, 너희들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놈이다.'라는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마음 속으로 결심 했던 그런 불굴의 의지가 말이다.
빌어먹을...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수능을 망치고, 고려대에 가지 않게 된 것에 관하여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내가 고려대에 합격해서 서울에서 살고 학교를 다녀야 했다면, 나는 결코 지금처럼의 평탄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지금도 대학을 그만두려고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많은 돈을 내고 그만두려고 했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 이유에 관해서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드는 한 대학생의 철없는 생각를 읽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재수를 실패하면서, 더 어려운 시련을 겪어야했다. 그 덕분에,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나는 수능을 망치게 했던 녀석을 정말 많은 원망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지금의 이런 형태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거쳤던 내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옛날의 나는 어제의 글에서 언급했던 '중2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웃을 수만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옛 과거를 다시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었던 한 장의 대학 합격통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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