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 영화 비밀 속에 담겨진 피해자의 외침

비밀 중에서

 오늘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비밀>을  약 1시간 50분 동안 무겁게 지켜보았다. 이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다거나 흥미롭게 보았다고 말하기보다 무겁게 지켜보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처음 영화 <비밀>을 보기 시작할 때는 주연 배우가 '김정현'이라는 사실 외에는 작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영화 <비밀>을 보기 시작했을 때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평범한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형사 동근(역 김정현)이 조사하는 피해자와 관련된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는 평범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할까.

 

 그냥 죽어도 당연한 놈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본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 떠올랐다. 혹시 <살인자ㅇ난감>의 주인공이 <비밀>에 출연해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된 가해자들을 죽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냥 생각만 그렇게 했을 뿐이고, 원한에서 시작된 범행이라는 걸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동근은 자신이 맡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강봉진과 얽힌 인물 중 한 명인 최영훈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동요한다. 그에게 최영훈은 평범한 친구가 아니라 그에게 후회로 남은 친구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심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범인은 김성현으로 압축되었다.

 

비밀 중에서

 처음에는 워낙 김성현이라는 놈이 나쁜 녀석이다 보니까 그 녀석이 자신의 비밀을 갖고 협박하는 강봉진만 아니라 관련 인물을 모두 죽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비밀>은 시청자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구도를 만들었고, 최영훈과 함께 과거 교도대에서 김성현에게 지독하게 당했던 이경일의 대사는 가슴을 아프게 하는 대사였다.

 

 그는 "왜 당하고만 있었죠?"라고 묻는 형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당한 사람한테 왜 당했냐고 묻기보다는 괴롭힌 사람에게 왜 괴롭혔냐고 묻는 게 더 맞지 않나요? 형사 님은 이해하지 못하시죠. 평생 그런 일 당할 일 없을 테니까. 근데요, 그런 일도,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약했던 겁니다. 오해를 풀기보다 그냥 견디는 게 더 편하다고 느낄 만큼. 나약했던 겁니다."

 

 영화 <비밀>에서 볼 수 있는 최영훈이 당했던 폭력은 군대로 갔던 교도대에서 있었던 폭력만이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폭력을 끔찍하게 당했는데, 그 모든 폭력의 출발점에는 소위 말하는 약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도무지 가해자들에게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했기에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랐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보통 우리가 인내를 필요로 할 때 자주 되뇌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내는 우리가 겪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인내다.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데에 쓰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피해자가 그 말을 곱씹으면서 고통의 시간을 버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참고 견디면 견딜수록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얘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수위를 높여 가면서 괴롭힌다. 그 괴롭힘이 끊어지지 않은 최영훈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영화 <비밀>은 최영훈과 관련된 인물들의 비밀을 추적한다.

 

비밀 중에서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영화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동근도 크게 동요하게 했다. 분명히 생각해 본다면 누구보다 범행 동기를 가지고 있을 인물이었지만, 그 인물이 사건의 용의자에서 배제될 수 있었던 건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피해자에게 "이 또한 지나간다. 버티고, 잊어라."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지 영화 <비밀>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눈물을 쏟으면서 말한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치르게 해야지! 다 지나면 지나간다고, 잊어버리라고.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야!"라는 말은 곱씹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가해자가 지은 죄에 대한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가. 특히, 성인이 저지르는 범죄들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큰 죄를 짓고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처벌조차 받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있다. 분명히 갱생의 기회는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 때는?

 

 영화 <비밀>은 평범히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복수극이었고, 그 복수극은 너무나 가슴 아픈 사정을 갖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비밀>을 볼 수 있도록 하자. 알고 보니 해당 영화는 2023년 12월 13일에 개봉했던 영화였는데, 나는 이제야 넷플리스로 보았다.

 

 

비밀

잔혹한 연쇄 살인, 모든 증거가 10년 전 죽은 녀석을 가리킨다. 한밤 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강력반 형사 ‘동근’은 사체에서 10년 전 날짜가 적힌 일기 조각을 발견한다.“이 또한 지나가리라”‘동근’은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쪽지가 피살자와 함께 군복무했던 ‘영훈’의일기 일부분이라는 것과 '영훈'이 10년 전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동근’은 당시 군대 가혹 행위의 배후에 있던 인물이자 제약회사 임원 ‘성현’을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 역시 똑같은 방식의 연쇄살인 사건의 피살자로 발견되면서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한편, 사건을 파고들면서 ‘동근’은 ‘영훈’이 그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는 것을알게 되고 잊었던 기억과 함께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드는데…

평점

9.5 (2023.12.13 개봉)

감독

임경호, 소준범

출연

김정현, 길해연, 박성현, 다원, 최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