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을 통해 본 그 시절의 공권력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12. 10. 13:40
시간이 허락하면 직접 영화관을 찾아보고 싶었던 영화 <소년들>을 며칠 전 IPTV에 공개된 VOD를 구매해서 시청했다. 이 영화 <소년들>은 '완주 사례 나라 슈퍼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오랜 세월 동안 살인 누명을 쓰고 살다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누명을 벗은 사건이다.
영화 <소년들>을 본 박준영 변호사는 사실에 의거해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호평했다고 한다. 현재 누적 관객수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지만, 아무래도 영화 <소년들>은 <서울의 봄>과 비교한다면 볼거리가 떨어지다 보니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 <소년들>도 영화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여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슈퍼 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과정이 탄탄하게 잘 갖춰져 있고, 억울하게 살인죄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던 소년들이 재심을 준비하면서 겪는 갈등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소년들은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되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개선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이 공신력을 불신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무리 오늘날 권력을 쥔 사람들이 공정하게 권력을 휘둘러도 과거 군부 독재 시절부터 이어진 그 핍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쉽게 믿지 않는 것이다. 영화 <소년들>에 담긴 억울하게 살인죄 누명을 썼던 소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본다면 현빈을 취조하던 어느 인물은 "어이, 틈이 있어야 못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못을 박으면 틈이 생기는 거야. 여기는 못 박는 곳이야. 증거 따위 없어도 얼마든지 죄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 말이야."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은 북한만이 아니라 군부 독재의 영향을 받아 공권력이 강했던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피해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했고, 억울한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적도록 법을 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소년들은 살인죄 누명을 마침내 벗을 수 있었고, 그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이렇게 영화 <소년들>로 제작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은 졸업한 대학교에서 특강을 위해 찾은 박준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박준영 변호사는 영화 <소년들>의 바탕이 된 완주 삼례 나라 슈퍼 3인조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정말 있는 그대로 옮겨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 <소년들>은 재현율이 높았다.
물론,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검사와 형사들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이 각색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의 진범이 자수를 했어도 검사가 그 사건을 덮었던 사실까지 영화 <소년들>은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었다. 대학교에서 박준영 변호사의 그 이야기를 들은 게 2017년의 일이었는데, 설마 2023년에 다시 그 이야기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놀라우면서도 신기했다. 영화 <소년들>을 보고 나서 블로그에 박준영 변호사의 강의를 듣고 후기를 올린 게 있어 검색을 해봤더니, 그때 내가 박준영 변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자세히 정리해서 적어 놓은 걸 보고 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렇게 변함없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크게 흥행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IPTV VOD를 통해 영화 <소년들>도 한 차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소년들>은 <서울의 봄>과 다른 의미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야 할 공권력의 폭력을 기록한 영화이니까. 부디 오늘은 억울한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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