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일전 13-4 대패는 예견된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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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김광현_SBS 뉴스

 지난 금요일 저녁 7시 도쿄돔에서 치러진 한국과 일본의 WBC 제2차전에서 한국은 13:4라는 점수 차로 패배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사실 이 결과는 시합이 열리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었던 결과로, 한국은 그동안 일본만 만나면 전투력이 강해진다는 말이 있어도 이제는 정신력 하나로 메꿀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가 벌어져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 현지에서 연습 경기를 가진 일본 프로야구팀의 1.5군~2군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렇다 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신과의 시합에서는 겨우 이기기는 했어도 사실상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가지고 1.5 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모두 힘이 없었다.

 

 한국과 일본의 시합을 보면 "일본은 150km 중후반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해설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말 한마디가 단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구속이 150km만 넘어도 "엄청난 빠른 공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150km를 넘는 투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가장 안정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안우진이지만, 아쉽게도 안우진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도 대표팀에 승선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딱 한두 명 정도 찾아볼 수 있는 150km 중후반을 넘어서 160km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일본 대표팀 마운드에 계속해서 오르니 속수무책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

 타자들이 처음에는 공략을 하는 데에 어려워한다는 첫 타석에서는 김광현의 공이 힘을 발휘하며 일본 타자들을 잘 잡아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실 없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일본 타자들은 김광현의 공이 지닌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마치 첫 번째 타석에서 테스트는 마쳤다는 느낌으로 한국 투수들의 맥 없는 공을 완벽히 공략했다.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국 투수들은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만큼 정교한 타격에 지레 겁을 먹는 듯한 모습이었다. 위에서 첨부한 이미지를 본다면 일본은 고작 1개의 사사구를 내주었지만, 한국은 무려 9개의 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타자들에게 맞는 것이 무서워서 자신의 공을 힘껏 던지지 못했다.

 

 한국은 6회와 7회 모두 콜드패 위기에 내몰리면서 승기를 도무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점수 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만이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면서 일본 타자들을 잡았을 뿐, 다른 투수들은 모두 박찬호 해설위원의 말 그대로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정신력부터 진 상태였다.

 

 한국과 일본 두 팀의 시합은 늘 실력 이상으로 정신력이 중요한 시합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1차전 호주와의 시합에서도 충격적인 패배를 겪었고, 일본은 반드시 이긴다며 정신력을 불태워도 도무지 메워지지 않는 실력 차만 확인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데에 그쳤다. 차마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WBC 일본 대표팀

 일본 대표팀은 젊고 어린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졌지만, 한국 대표팀은 그런 젊고 어린 선수들이 이정후와 박세웅, 구창모 등 몇 명만 있을 뿐 대체로 우리가 '국가대표'하면 익숙한 얼굴들이 너무 많았다. 노쇠한 선수들이 한국 리그에서는 경쟁력이 있을지 몰라도, 오타니와 사사키만 아니라 견실한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이 일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살아남은 건 정말 극소수의 몇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와도 슈퍼스타 취급을 당하며 막대한 연봉을 챙겼다. 그것이 문제다. 일본 리그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세계적이라고 말하려고 해도 한국의 수준은 일본 2부 리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외국인 선수를 메이저와 마이너 리그에서 찾는 게 아니라 일본에서 찾아야 할 수준이었다. 과연 한국 야구계가 이번 WBC 2023에서 보여준 처참한 모습을 반성하며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인 물을 넘어서 썩은 물이 되고 있는 한국 야구는 변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한국 야구 선수들은 도무지 닿을 수 없는 메이저리그라는 두리뭉실한 꿈을 좇는 게 아니라, 일본리그에서 진출해 성과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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