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보여준 부모의 진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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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예고편부터 이미 지대한 관심을 보여줬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오는 2022년 4월 27일(수)을 맞아 개봉을 했다. 미리 영화를 아침 조조할인을 받아 사전 예약을 해두었던 나는 아침에 해야 할 일을 마친 이후 곧바로 김해 롯데시네마 부원점을 찾았다. 과연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흥미진진했다.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사실 여기서 '흥미진진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지 의문이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었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영화로, 영화는 약 2시간 동안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학교 폭력 사건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내에서 자신의 반 친구 한 명에게 학교 폭력을 가한 학생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었다. 친구의 목에 개 목걸이와 목줄을 채운 이후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먹게 하거나 수영장에서 물고문을 하거나 집단 폭행을 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거나 메신저로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와 같은 사건이 한 중학생의 자살과 유서를 통해 세간에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벌일 수가 있지? 정말 10대 중학생이 맞느냐?'라며 모두 자신의 일처럼 분노했다. 사회의 지대한 관심 덕분에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은 그나마 무거운 처벌을 받기는 했지만… 그 형량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바로 그와 같은 사건의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살아남은' 가해 학생들의 부모의 시점에 맞춰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자신의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한 이후 어떻게 해서라도 해당 사건이 바깥으로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각자 지닌 힘을 이용해 틀어막는다.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이변이 발생한다. 바로, 가해 학생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 강한결이 알고 보니 학교 폭력 피해자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강한결이 학교 폭력 피해자로 밝혀진 계기는 죽어버린 피해 학생 김건우와 관련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다른 부모 세 명이 입을 맞춰 강한결을 가해 핵심 멤버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설경구(강호창 역)는 이게 격노하며 자신의 아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 과정에서 설경구는 도윤재, 박규범, 정이든 세 명에게 가장 먼저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을 당한 인물이 김건우가 아니라 자신의 아들 강한결 임을 알게 된다.

 

 그는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지만,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라고 생각해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함께 증거를 지워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그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고 범죄자가 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부모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설경구는 끝끝내 법정에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활용해 자신의 아이에게 옮겨간 학교 폭력 가해자의 프레임을 벗기는 데에 성공한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그렇게 주인공 강호창의 아들 강한결이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김건우 어머니께 그가 사과를 하면서 평화롭게 끝날 것 같았다.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그런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보여준 건 모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며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은 결말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가서 또다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를 보다가 무심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할 말을 잃어버리게 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마지막에 보여준 건 직접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악마라도 될 수 있는 부모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지적해주고, 바로 잡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라고 말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체로 많은 부모가 강하게 벌을 하기보다는 아이를 지키려고 하기 마련이다.

 

 마치 '내 아이를 내가 혼내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내 아이를 혼내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라는 심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볼 수 있는 가해자들은 반성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도 아이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강호창(설경구) 같은 경우에는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가 모두의 공통된 타깃이 되어버린 탓에 그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은 피해자든 가해자든 모두 한결 같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부모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악마가 되었고, 누군가는 희생을 당하면서 결국 남는 것은 거짓으로 얼룩진 상처투성이의 마음뿐이었다.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학교 폭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라는 곳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은 어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그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고 문화를 만들어 뒤처지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콕 집어 교묘하게 괴롭힌다. 예전에는 대놓고 눈에 보이는 폭력을 가했다면, 요즘 학교 폭력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아주 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부모와 많은 어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이들이 크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혹여 폭력이 사회적으로 크게 화두가 될 정도로 일이 커지면 궁여지책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하려고 하지만, 피해자를 위한 재활을 제대로 해주는 경우도 적어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가 영화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을 통해 보아야 할 것은 '학교 폭력은 나쁘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제목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볼 수 있는 부모의 얼굴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보도된 학교 폭력 가해자들과 가해자들의 부모는 지금 어떤 얼굴로 살고 있을까? 죄를 반성한 얼굴일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일까?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라고 하는 카피 문구 그대로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부모'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어른의 이면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가해자들이 처벌을 제대로 받는 사이다 같은 결말은 볼 수 없지만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결말이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누군가에게는 공감할 수 없고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깊이 공감하며 어지러운 마음을 쉽게 풀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본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깊이 생각하고 사고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학교 폭력 피해를 겪었던 피해자로서 글을 남기자면… 부디 학교 폭력 피해를 겪으며 이를 악물고 오늘을 버티는 이들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래에 첨부한 글은 과거 미디어를 통해 내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학교 폭력과 관련된 작품들의 후기로, 흥미가 있다면 아래의 글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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