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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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어릴 때 마음 한편에서 과학자를 꿈꿨을 수도 있는 어린아이였다. 어릴 적의 우리는 눈으로 보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대단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왜?”, “뭐야?”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호기심 어린 우리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사람과 우리의 호기심 어린 질문을 무시하며 “그냥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사람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다르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곧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부모가 아이의 창의적인 생각을 개발하기 위해서 갖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곧 생각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전형적인 틀에 박힌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어릴 적에 품은 호기심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수학적 수식과 법칙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해도 그 끝이 다르다.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하는 힘이 강한 사람인 셈이다.

 보통 그렇게 호기심과 생각하는 힘이 강한 사람들은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과학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취미 생활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책을 읽는 일이다. 여러 장르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떨림과 울림>이라는 이름의 책은 중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운 과학 수업을 통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과학을 다루는 책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과학은 코로나 백신 개발과 AI 개발 등 누구나 상세한 기술은 몰라도 개념은 알고 있는 과학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남달라서 과학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나는 평소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과 에세이 등을 읽는 것을 좋아해도, 과학 기술에 대해 설명하거나 법칙을 규명하는 책은 낯선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도서를 찾아서 읽는 일은 잘 없는데, 종종 서평단 활동이나 독서 모임을 통해서 이러한 책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때는 일단 그 책을 읽어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나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무척 재미있게 책을 읽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책을 재미없게 읽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은 다소 전자에 속했다. 중.고등하교 시절에 배운 적이 있는 과학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루어져 있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책의 저자가 ‘물리학자’이기 때문에 책은 물리학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물리학. 단순히 사과가 중력의 법칙에 의해 땅에 떨어진다는 중력의 법칙으로 시작해 중력에 의해 빛이 휘고, 빛이 휘어지는 각도가 달라 프리즘에 의해 무지개 빛깔로 나누어지는 그러한 이야기다.

 


 우리가 학교에 다녔던 시절 과학 교과서를 통해 읽었거나 과학 실험 수업을 통해 해보았을 일부 과학적 상식을 가지고도 책 <떨림과 울림>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양자 역학과 열역학 등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턱 하고 숨이 막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묘미였다.

 달은 낙하하고 있다는 부제로 쓰여진 장에는 아래와 같은 글을 읽어볼 수 있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지구와 달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한다. 따라서 달도 지구로 떨어진다. 달이 낙하한다고? 사과를 야구공 던지듯 수평으로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지구가 편평하다면 사과를 아무리 세게 던져도 결국 바닥에 떨어질 거다. 하지만 사과가 낙하하는 거리만큼 땅바닥이 덩달아 밑으로 가라앉으면 사과는 바닥에 닿지 않을 수 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날아가면 낙하한 거리가 (지구가 둥글어) 내려앉은 거리와 일치한다면 말이다. 달이 낙하하지만 바닥에 닿지 않는 이유다.

낙하에 대해 단순하고 아름답고 심오한 설명이다.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 낙하한다. 지구는 태양으로 낙하하고 있지만 태양에 닿지 않는다. 인공위성은 지구로 낙하하고 있지만 바닥에 닿지 않는다.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향해 낙하하고 있지만 블랙홀에 닿지 않는다. 뉴턴은 이 모든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F=ma라는 운동 법칙을 정립했음은 물론, 이 식을 풀기 위해 미적분이라는 수학마저 만들어냈다. (본문 101)

 괜스레 우리가 어릴 적부터 알고 있는 달이라는 존재이지만, 분명히 우리의 호기심이 자신도 모르게 자극받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기분이 상하지만, 자신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면 흥이 돋는다.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은 바로 후자의 경우로 우리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분명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기는 해도 우리가 어릴 적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과학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책이다. 뭐, 이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한 번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우리가 지니고 있었을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보는 건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늘날처럼 집콕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우리는 휘발성이 강한 동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이 같은 텍스트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릴 적에 잃었다고 생각한 호기심이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새삼스레 사는 재미가 발견할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은 딱 그 단계에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본문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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