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티드, 나의 '좋아요'를 이용하는 그들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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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더 적은 세상이 되었다. 특히,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지는 IT 인프라 강국 한국에서는 SNS 채널을 통한 홍보가 TV 광고보다 훨씬 더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향력이 크다는 건 다른 말로 돈이 된다는 거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SNS 채널 홍보 마케팅에 대대적인 비용을 투자하며 공략하고 있다. 물론, 기업만 아니라 개인들도 SNS 채널 마케팅을 통해서 어떤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의 콘텐츠로 소비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향력이 큰 개인 SNS 채널이 기업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한 변화는 유튜브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개인이 홀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점점 규모가 커지자 하나의 회사가 되어버리고, 그 회사는 유튜브 채널만 아니라 다양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심지어 TV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보의 힘’이다.


 규모가 큰 SNS 채널을 가지고 있을수록 정보의 파급력은 뛰어나다. 노골적으로 어떤 상품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아주 교묘하게 어떤 상품을 자연스럽게 SNS 채널 구독자에게 노출해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만드는 일. 우리는 이러한 일을 가리켜 디지털 마케팅 혹은 SNS 마케팅으로 부른다.


 오늘 읽은 <타겟티드>라는 책은 우리가 그렇게 SNS 채널을 통해 소비하는 하나의 콘텐츠, 하나의 상품이 어떻게 우리에게 맞춤 제공이 되고, 어떻게 기업이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와 상품을 이용해 우리의 특정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지 밝히고 있다. 아마 책을 읽으면 깜짝 놀랄 거다. 



 <타겟티드>의 시작은 책의 저자 브리테니 카이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회사를 알게 되고, 그 회사가 하는 일을 알아가면서 회사에 들어가는 과정에 그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는 건 개인 정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정치와 경제를 바꾸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다.


 나의 개인정보로 내 통장의 돈을 훔치거나 메일을 훔쳐보는 일 외에 정치와 경제를 바꾸는 데에 어떻게 활용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우리 개인정보에는 출신 지역과 성별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간단한 출신 지역과 성별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15일에 치러진 총선을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한다면, 우리가 어느 지역 출신이고 성별이 어떤지에 따라 특정 정당을 지지할 확률과 지지하지 않을 확률을 얻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우리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라도 출신 사람들에게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콘텐츠를 통해 특정 정당과 인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경상도 출신 사람들에게는 조국 사태와 관련된 콘텐츠를 통해 특정 정당과 인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거다. 아주 심플하지만 선거 운동의 방향은 그렇게 정해진다.


 그렇게 가장 기본적인 선거 운동 전략을 세운 이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현재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자칭 우파 유튜버들이 사전 투표 조작설을 내세우는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선거에서 패배한 일부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그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책 <타겟티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타겟 집단을 확보하면 우리는 메시지 전달 계획을 수립했다. 메시지는 개별 유권자와 그들의 필요에 맞춰야 한다. 국가 안보, 이민, 전통적인 도덕적 가치 등에 관심이 많은 극기주의자 유형은 전통, 가치, 과거 행동, 결과 등의 단어를 이용한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메시지는 단순하고 애국적이다. 그래서 사실에 집중하고, 이오지마의 스리바치 산 정상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는 미 해병대의 유명한 사진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보호자 유형에 전달되는 메시지는 완전히 달랐다. 가족을 강조하고, 지역사회, 정직, 사회 등의 단어들을 활용한 따뜻한 어조의 메시지였다. (본문 202)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보장은 없지만, 높은 확률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이러한 타겟 공략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타겟 공략은 오늘날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한 번의 터치로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SNS 채널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의아할지도 모른다. 분명히 내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특정 정치 성향과 관련된 콘텐츠와 인물 등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해도 어떻게 그들이 우리의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나는 전혀 공개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래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악명 높은 그래프 API는 2010년부터 SCL과 같은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자체적인 앱을 설치하고 사용자와 그 친구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허용했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서 어떠한 앱을 사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용약관을 보여주는 박스를 클릭했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자신들에 대한 570개의 데이터 포인트와 친구들에 대한 570개의 데이터 포인트에 접근하도록 동의한다는 이용약관 내용을 굳이 읽으려 하지 않았다. 개인이 동의한 경우 개인 정보 거래는 불법이 아니었다. 이용약관에는 복잡한 법률 용어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 이런 사실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 앱이 제공하는 퀴즈와 게임을 빨리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문서 읽는 절차를 건너뛰고 데이터를 내주었다. (본문 170)


 이러한 형태로 우리의 개인정보는 누군가에게 손쉽게 제공이 된다. 이번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의 정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설문이 떠돌아다녔다. 간단히 답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볼 수 있는 테스트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데이터 수집에 이용된 거다.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활용된다. 우리가 SNS 채널을 통해 접하는 타겟 맞춤형 광고는 그렇게 우리가 보는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다. 그러한 광고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흥미를 느끼고 클릭하기도 하고, 나아가서 광고로 접한 상품을 구매까지 하는 소비로 일어나기도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서 누른 나의 ‘좋아요’ 하나는 그렇게 이용될 수 있다. 오늘 읽은 책 <타겟티드>는 그렇게 우리가 SNS 채널을 통해 제공된 개인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정치 선거에서 이용하라 수 있고, 저자가 몸담았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무엇을 했는지 말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트럼프 선거 운동과 관련된 비화를 털어놓으며 한탄하고, 자신이 내부 고발자가 되어 페이스북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선거 운동을 했는지 샅샅이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러한 형태의 개인정보 가공과 활용은 계속될 것임을 알기에 소름이 돋았다.


 ‘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는 소제목이 적힌 제20장으로 저자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가 책 <타겟티드>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는 우리의 ‘좋아요’를 이용하는 그들의 전략,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SNS 채널이 소통과 소비의 주류가 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겟티드>라는 책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오늘 SNS 채널 마케팅을 하고 있거나 단순히 자주 SNS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기 바란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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