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
- 문화/독서와 기록
- 2020. 4. 21. 09:36
나는 특별해지고 싶다. 그 욕심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품는 평범한 욕심이다. 일종의 자아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욕심을 채우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유명한 인사들은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장 특별하다’라고 말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특별한 지위에 올라있는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특별하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곤 한다. 어떤 사람에게 그 무언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돈, 어떤 사람에게는 지위,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당신도 적어도 남들처럼 특별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괜스레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별로 맛도 없는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은 후 “완전 맛있어요! 소문대로 최고입니다!”라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일 같은.
우리가 겨울철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 내가 굉장히 평범하고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만 남들과 같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괜히 무리하기도 한다.
오늘 읽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행복하려고 발버둥치다가 괴로워진다. 그래서 기를 쓰고 행복하려 노력했다. 맛있다고 하는 맛집을 찾아가고, 옛날에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했다.
사실은 불행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닌데 참 무던히도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혔다.
잘 살고 있다는 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순간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푸른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고,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 나를 정말로 움직이는 것은 아주 가끔 선물처럼 찾아오는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니라 지금의 일상과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축제처럼 행복하지 않아도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본문 137)
다른 어떤 나라보다 IT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한국에서는 SNS 매체에 올라오는 사진과 글에 많은 사람이 쉽게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하나의 자랑이 삽시간이 퍼지면서 유행하게 되면 너도 나도 따라 하면서 ‘나도 저 사람만큼 행복하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시간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면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안 할 수가 없는 거다. 평범하게 오늘을 보내는 것이 결코 불행한 일이 아닌데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람들처럼 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유독 내가 ‘나는 행복한 걸까?’라며 의문을 들어서 조심스레 그들처럼 같은 일을 해본다.
그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행복이 아니라 안심이다. 나도 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안도감이 ‘이 일을 해서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거다. 그것이 진짜 행복인지 가짜 행복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무척 공허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에세이는 그렇게 평범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내 모습을 보았고, 그때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이켜보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러한 책 한 권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는 이런 글이 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 역시 진정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온전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내려놓고 그은 선을 지우니, 그제야 주변의 소중한 인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소중한 인연의 정성을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도 모두 나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본문 76)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특별한 오늘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고집을 가진 나를 위한 책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유난히 추운 날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고, 유난히 더운 날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당신에게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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