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숙을 보면 용기가 없는 게 아쉬워진다

 금요일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힐링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스페인 하숙>은 단순히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식을 대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과 만나서 우리가 알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무척 좋았다.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스페인 하숙을 거쳐 가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는 미처 생각지 못한 일상 속의 행복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용기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지난 금요일(19일) 방송된 <스페인 하숙 6화>에서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부럽게 느껴졌다.



 나는 흔히 어디를 가더라도 “애가 와 이리 숫기가 없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말 좀 걸고 하지.”라는 말을 룸메이트와 가이드분에게 들을 정도였고, 다음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본에 1년에 한두 번씩 갈 때도 다소 각오를 했어도 말을 잘 걸지 못했다.


 아마 나처럼 소극적인 사람이거나 외톨이 생활이 길었던 사람은 그 기분을 이해할지도 모른다. 보통 나 같은 사람은 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이 화제를 꺼내면 이렇게 대답이 돌아오고, 그걸 또 이렇게 이어갈 수 있겠지?’라며 머릿속으로 정리한 이후 사람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어 어울리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면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고, 막상 해당 주제로 말을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면 어색한 침묵만이 흐른다. 그런 침묵을 어떻게 깨야 할지 몰라서 골똘히 고민하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말을 걸지 못하는 거다.


 혼자가 편한 이유도 늘 거기에 있다. 나. 혼자 있으면 어떤 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고, 괜히 사람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서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걸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더 혼자 지내게 된다.


 딱히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걸 굳이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나는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가끔 정말 말을 걸어서 함께 어울리고 싶을 때 도무지 그렇게 할 용기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나는 <스페인 하숙 6화>에서 본 그들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어려웠다.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고 있자면, ‘만약 내가 저런 순례길을 걷는다면 나는 저 사람들처럼 허심탄회하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잠시 고민하다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왠지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라는 느낌.


 지난 3월에 다녀온 일본 기타큐슈 고쿠라에서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어울릴 기회가 분명히 있었지만, 나는 좀처럼 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어울릴 수 없었다. 대학 프로그램으로 참여해 일본 대학생과 교류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그 일이 어려웠다. 덕분에 친구를 사귈 기회를 모조리 놓친 거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지난 18일(목요일)에 개막한 제43회 가야 문화 축제만 해도 그렇다. 당시 김해 국제 자매도시인 무나카타시의 취주악부 공연이 있었고, 공연이 끝나고 사진을 찍을 때 일반 관람객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거기에 끼고 싶었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한 발짝 더 떨어진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사진을 찍고 싶은데….’라며 아쉬워했을 뿐이다. 나중에 무나카타 시 사람들과 취주악부 학생들이 작은 단위로 축제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괜히 말을 걸었다가 폐가 될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미처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무난하게 일본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짧게 “김해 어때요?” “어떻게 취주악부를 하게 된 거야?”라고 물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갈등을 내심 했는지 모른다. 참, 말을 걸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내가 너무나 아쉽고, 또 기회가 있어도 비슷할 것 같다.


 만약 내가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면, <스페인 하숙>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아마... 나는 그 순례길을 혼자 떠나는 것조차 결정하기 쉽지 않을 거다. 때때로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용기를 쉽게 가지지 못해 아쉬움이 괜스레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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