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5회, 약자가 목소리를 내는 법
- 문화/문화와 방송
- 2019. 4. 20. 07:40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매회를 거듭할수록 정말 힘없는 사람이 피해자일 경우에는 얼마나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저 아이들 장난으로 취급하며 어른들이 책임을 회피할 때, 아이들은 점점 괴물이 되어가면서 한 사람 한 가족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5회>에서는 아들이 자살한 게 아니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초점을 잃은 눈으로 동분서주 움직이던 선호 어머니가 아들의 신발 매듭을 목격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들 선호는 신발 끈을 자신의 스타일로 독특하게 묶었는데, 사건 당일 선호의 신발은 평범한 리본 매듭이었다.
이 매듭이 절대 자기 아들 선호가 스스로 묶지 않았을 거라 판단한 선호의 어머니 강인하는 지문 감정을 의뢰하기 위해서 신발을 들고 경찰을 찾아간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들은 답변은 신발끈의 특징상 지문이 묻어있지 않을 확률이 높고, 설마 반쪽 지문을 발견해도 주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 없는 억측은 그만하라는 말을 다른 경찰에게 듣게 되는데, 선호 어머니 강인하는 오열하며 “당신 경찰들이 보호해야 하는 건 가해자가 아니라 우리 피해자라고요!”라며 외친다.
정말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에 커다란 못이 박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정말 저 외침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겪었던 학교 폭력 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오로지 가해자의 말을 따라서 모든 사건을 정리하는 그 형태는 지금 생각해도 신물이 난다.
더욱이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5회>의 폭력 사건 핵심 범인이며, 선호를 밀친 인물로 추정되는 준석이는 이른바 ‘부유한 집안의 성적도 좋은 가해자’다. 분명히 그는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이사장이라는 배경과 함께 학교 내에서 가진 편견에 가까운 이미지가 좋은 방향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그 탓에 준석이는 학교 폭력 교내 징계도 피해갈 수 있었고, 선생님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오히려 교묘히 폭력 사건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진실을 알고 있고, 그 진실과 관련된 인물 중 가장 끔찍한 인물 중 한 명인데도 불이익이 전혀 없었다. 너무나도 무서운 괴물이다.
<아름다운 세상 5회>에서는 자식의 괴물 같은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목격한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추정한 준석이의 어머니 서은주가 일으킨 일을 회상 장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참,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쩜, 사람이 저럴 수가 있나!?’라며 내심 혀를 내둘렀다.
아마 저게 바로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제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 부모는 자식의 잘못을 감추고 싶어 하는 게 인간 본연의 이기적인 모습이니까. 물론, 진짜 좋은 부모라면 잘못에 대한 책임을 똑바로 지게 하겠지만, 그렇게 사람 좋을 뿐만 아니라 강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그렇게 나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본인 혹은 자식이 관련된 잘못은 명명백백하게 밝혀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비밀로 간직하고자 하는 게 흔한 모습이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황하나 사건, 김성태 딸 KT 특채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잘못을 두려워하지만, 결코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뒷배경을 가진 그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약자의 방법은 오로지 하나. 어떻게 해서라도 사건을 아는 사람들을 찾고, 자신을 응원해줄 사람을 찾아서 강자가 잘못을 비는 척이라도 하게 만드는 일이다. <아름다운 세상 5회> 마지막에는 그 모습이 비쳤다.
바로, 선호의 여동생 수호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오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며 글을 올리는 모습이 나왔다. 아마 이 부분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토요일 저녁 11시에 방영될 <아름다운 세상 6회>에 그려질 것 같다. 앞으로 <아름다운 세상>은 어떻게 그려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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