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이 보여주는 고요하고 분명한 학교 폭력의 고통

 학교 폭력.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더는 낯설지 않은 단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크고 작은 학교 폭력 사건은 늘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되고,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학교 폭력 사건은 우리가 미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뉴스에 보도되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 많다.


 얼마 전에 검사가 소년 법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장기 10년 최고형을 구형한 인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부산 중학생 집단 폭행 사건이 언론에 오르기도 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에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보도가 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있다.


 학교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자살이라는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부분에서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우리는 사건을 기사로 접하면서 단순히 ‘끔찍하다. 어떻게 애들이 저렇게 할 수가 있지? 저건 애들이 아니라 악마야! 도대체 부모는 뭐하는 거야?’ 같은 반응을 하며 단순히 손가락질을 할 뿐이다.


 하지만 과연 그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학교 폭력과 관련된 사람들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생각해보았을까? 그저 남의 집에 일어난 불을 재미있게 지켜보며 화를 내고, 평소 쏟아낼 곳이 없었던 감정을 쏟아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을까? 우리는 겨우 그 정도에 머무르는 사람들이었을 거다.



 오해하지 말자. 이건 그런 당신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어렵다. 그저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처럼 똑같은 반응을 하는 게 정상인 것 같아서 똑같이 욕을 하거나 똑같이 화를 낼 뿐이다.


 그런데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나는 그 사건들이 조금 달랐다. 사건을 접할 때마다 문득 나를 지독하게 괴롭힌 녀석들의 폭력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기도 했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또 흘러내릴 것 같았다.


 폭력이라는 건 단순히 신체적인 폭력으로 인한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더 깊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모두가 나를 뒤에서 비웃으며 욕을 하는 것 같고, 나를 괴롭힐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다.


 폭력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때가 지나고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나는 사람에 대한 공포, 불신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지금은 그래도 상당히 나아져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과 어울리며 지내고 있어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오늘 내가 이렇게 학교 폭력 이야기를 한 이유는 JTBC 채널에서 <리갈하이>라는 드라마가 끝나고 방영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고 해도,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매회마다 폭력을 가하는 학생과 폭력을 겪는 학생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1회를 통해 목숨을 내던지고자 한 선호의 모습,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린 선호의 부모님이 이유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절대 자신의 아이가 성적 비관 때문에 자살하지 않으리라는 걸 믿는 선우의 부모님. 그리고 그 뒤에서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가해자의 엄마, 모든 진실은 알지 못해도 어렴풋이 관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잘 묘사되어있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절대 톡톡 튀어 나올 듯한 과한 묘사를 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세상>이 그리는 묘사는 짙은 고요함 속에서 흐르는 감정을 그리다가, 때로는 갑작스레 솟구치기도 하고, 때로는 푹 꺼지기도 하면서 시청자가 눈이 아니라 시청자가 가슴으로 드라마를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는 나쁜 어른과 좋은 어른의 모습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기류를 느꼈고, 너무나 영악해서 입이 쩍 벌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옛날 같으면 ‘설마 그렇게 까지 아이들이 하겠어?’ 하겠지만, 우리는 그 모습이 이미 현실로 존재한다는 걸 안다.


 아이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서 입을 맞추거나 단체  톡방 내용을 지우거나 SNS 계정을 폭파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지금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방식으로 보이는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의 증거를 지우고 있기도 하다. 정말 세상의 기술이 발전한 만큼, 악용하는 방식도 수천 가지에 이른다.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제목 ‘아름다운 세상’과 달리 아주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진실을 숨기면서 죽을지도 모르는 친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 그런 아이들을 타이르는 게 아니라 옹호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렇다.


 정말 한 편, 한 편씩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답답함과 착착함, 그리고 마음 한 쪽에 아직 남아 있는 양심이 수시로 나를 찌르며 ‘넌 어떤 인간이야?’라며 묻는 것 같아 불편함까지 느껴진다. 과연 오늘을 평범하게 보내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 일이 된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연기와 이야기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이 악의와 뒤섞여 거짓을 만들어내고, 그 만들어진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아 고통스럽게 허우적거리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참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드라마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한번 보기를 바란다.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소재인 ‘학교 폭력’이 가진 아픔과 고통을 이 드라마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굉장히 고요하면서도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 아픔과 고통을 시청자에게 전해주며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참, 무섭고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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