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스페인 하숙을 보며 여유를 느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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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일상을 담은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은 생각지도 못한 여유를 우리 시청자에게 준다. 과거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지에서 전문 요리사가 아닌 출연진이 요리를 하고,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모습이 큰 인기였다.


 <스페인 하숙>도 <윤식당>과 비슷하다. 요리를 좀 할 줄 아는 연예인 차승원과 <삼시세끼>로 함께 했던 유해진, 그리고 요즘 대세이자 모델 차승원의 후배인 모델 방송인 배정남 세 사람이 함께 스페인에서 하숙집을 임시로 운영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하숙>은 <윤식당>과 달리 외국 손님보다 한국 손님이 좀 더 많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 하숙’이라는 간판을 보면서 ‘어? 한국 간판?’이라며 놀람과 호기심으로 하숙집 문을 두드리는 경향이 많았고, 외국 손님은 어쩌다 호기심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손님을 맞아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료하고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그런데 <스페인 하숙>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절대 쉽게 도전하지 못할 순례길 걷기’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무언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뚜벅뚜벅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는 한국 순례자들이 우연히 방송인들이 있는 스페인 하숙을 찾고, 그곳에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회를 베푸는 모습은 다른 무엇도 필요 없이 보는 것만으로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참, 기묘하게 이 프로그램은 그렇다.


 외국 순례자가 스페인 하숙에 들러서 한식을 먹고 “와우! Very Good!”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들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며 순례길 하숙 중 유독 깨끗한 상태와 정가로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출연진과 보이지 인물들의 노고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미처 가 보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나는 출연진의 모습. 그들은 마치 여행 책자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도중에 만나는 인연 같다. 그들이 소박하게 나누는 담소는 나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다. 덕분에 우리는 더 프로그램에 정이 간다.


 우리는 답답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지내고, 일상을 늘 쫓기듯이 지내는데도 휴일조차 ‘남들처럼 쉬지 않으면 안 돼’라는 기분으로 쫓기듯 휴일의 일상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스페인 하숙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그처 뚜벅뚜벅 걸으며 떠날 뿐이었다.


 그들이 걷는 발걸음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들이 걸은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여유를 느낀다. 비록 우리가 직접 그들처럼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쌓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그들을 만나면서 우리도 함께 스페인 하숙에서 쉬어가는 거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면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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