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큐슈 고쿠라 맛집 여행, 스이쇼(酔小)의 저녁을 즐기다
- 여행/일본 여행기
- 2019. 3. 23. 09:29
지난번에 이어서 소개하고 싶은 스이쇼의 메뉴는 그야말로 ‘일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술을 마시며 일본의 밤을 즐기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들이다. 스이쇼는 2시간 1천 엔으로 일본주를 원하는대로 마음껏 마실 수 있으며, 마지막 주문은 영업 종료 30분 전까지 할 수 있다.
스이쇼의 메뉴는 코스 전체를 시켜서 먹을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것만 시켜서 먹을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받은 여러 메뉴는 한국인이라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그 중에는 한국식 치킨을 연구해 일본의 평범한 가라아게(닭튀김)이 아닌, 한국 후라이드 치킨 같은 형태로 만든 메뉴도 있었다.
아래의 메뉴판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가격으로 코스 요리를 볼 수 있을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기타큐슈 고쿠라 맛집, 스이쇼에서 먹은 스에티크 덮밥’에서 소개한 스테이크 덮밥은 점심 때 먹을 수 있는 특별 메뉴라면, 오늘 소개할 메뉴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스이쇼의 기본적인 메뉴이자 저녁에 한 끼 식사를 하는 겸 일본주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메뉴다.
제일 처음 먹은 이 음식은 전형적인 술 안주로, 일본주만 아니라 가게에서 마실 수 있는 여러 주류와 함께 먹기 좋은 안주다. 딱 보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어회고, 그 옆에 놓인 건 고쿠라 탄가 시장에서 산 고쿠라의 재료로 만든 살짝 독특한 맛이 도는 야채 안주다.
위 두 개의 안주를 일본주를 가볍게 마시는 데에 추천하는 안주라고 점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일본주는 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산물과 야채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해물 파전과 막걸리를 함께 먹는 걸 생각하면 쉽다. 막걸리도 일본주와 똑같이 쌀로 만든 술이니까.
그래서 해물 파전이 없는 스이쇼에서는 기본적인 안주로 이 두 가지를 추천한다. 먹는 방법은 가게에서 직접 뿌려서 먹을 수 있는 간장에 찍어서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괜찮았다. 나는 간장에 한 번찍어서 먹어보기도 했고, 그냥 먹어보기도 했는데 둘다 문제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아래에서 코스 요리와 조금 별개인 한국식 치킨으로 나온 가라아게의 모습을 보자.
이 가라아게는 딱 보더라도 한국의 후라이드 치킨 닭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먹었을 때도 비슷한 맛인데, 여기서 내가 ‘비슷한 맛’이라고 말한 이유는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과 맛은 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이 조금 다르다고 해도 절대 맛이 없는 게 아니다. 굉장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겉튀김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가라아게(닭튀김)의 정석이었다. 가라아게의 놀라운 맛을 느낀 이후 맛본 건 코스 요리에서 어묵에 해당하는 음식으로, 양파와 마늘과 식빵의 슬라이스 등의 재료를 섞어서 만든 ‘카낫페(カナッペ)’라는 음식이다. 그냥 보통 한국의 어묵과 무척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어묵으로 유명한 부산에서 어륙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드는 어묵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이 ‘카낫페(カナッペ)’라는 음식도 비슷한 종류로, 기타큐슈 고쿠라의 탄가 시장에서 판매하는 걸 직접 공수해서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딱 보더라도 익숙한 어묵의 느낌이다. (웃음)
‘카낫페(カナッペ)’는 간장과 생강이 들어간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생강의 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다. 아마 일본도 그렇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훨씬 더 ‘생강’이라는 음식에 대해 호불호가 나누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판단은 직접 현지에서 먹어보면서 해보자.
뭔가 ‘고기’를 먹고 싶어도 바다의 고기가 아닌, 육지의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한 메뉴도 스이쇼에는 제대로 갖추고 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은 소를 해체한 고기 부위에서 극소량만 얻을 수 있는 부위로, 작고 귀여운(?) 불판을 이용해서 구워 먹으면 된다. 이게 또 일본의 독특한 점이다.
한국은 보통 ‘고기를 굽는다’고 하면 삼겹살 혹은 목살 같은 부위를 3인분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렇게 딱 네 조각만 주문해서 구워먹을 수도 있다. 그것도 술이 메인인 저녁 시간대에 이렇게 구워먹는다는 게 좀 독특하다. 뭐, 어떻게 보면 이런 체험 자체가 일본을 즐기는 일일까?
구워 먹었을 때 맛은 그냥 평범한 소고기 구이와 다른 살짝 독특한 맛을 느낀 것도 잠시, 다음에는 좀 재미있는 부위를 먹을 수 있었다. 아니, 재미있는 부위라고 말하기에는 ‘에? 어떻게 그런 걸 먹어?’라며 살짝 혐오감이 들 수도 있는 우설(우설)이다. 우설은 ‘소의 혀’로 살짝큼 놀라운 부위였다.
아래에서 사진을 보자.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우설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우설인지 알 수 없었다. 보통 한국에서 판매하는 우설은 제법 두께가 얇은 편인데, 이곳의 우설은 뭔가 굉장히 두껍게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보통은 슬라이스로 얇게 해서 나오지만, 이곳 스이쇼에서 식감을 위해 두께를 갖췄다고 했다.
하지만 두께를 갖추고 식감을 살렸다고 해서 과연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좀처럼 상상할 수없었다. 한국에서 나름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가—끔 어머니와 함께 소고기를 먹을 때가 있지만, 혀 부위를 일부러 찾아서 먹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설을 활용한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서 ‘오,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겠지만, 직접 가게를 찾아서 주문해서 먹어본 적은 없을 거다. 아니, 애초 우설을 구이 형태로 먹을 수 있는 가게를 난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이런 게 참 편리하다.
우설(일본에서는 ‘牛タン(규탄’이라고 말한다.)도 이렇게 단품 혹은 코스 요리의 일부로 먹을 수 있어 아마 독특한 체험이 될 것이다. 미식가는 꼭 한 번씩 찾아서 먹어본다고 하는 우설. 그 맛이 어떤지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니라 직접 먹으면서 찍은 영상으로 설명을 대신하고 싶다. (:D)
지금 생각해보니 돼지껍데기가 기름 덩어리가 아니라 무척 탄력 있는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과연 이 음식을 즐겨서 먹는다고 하는 미식가들은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독특한 식감, 독특한 맛. 처음 돼지껍데기를 구워서 먹었을 때도 그랬는데, 우설도 무척 재미있는 식감과 흥미로운 맛이었다.
무엇보다 이곳 스이쇼에서 식감을 위해서 두께를 어느 정도 살렸기 때문에 ‘우설’이라는 부위가 가진 독특한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걸 입으로 씹고 있으니 말 그대로 혀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고, 레몬이 없었을 경우 느끼해서 탄산 혹은 곧바로 술을 찾고 싶어 손이 배회했다.
우설을 직접 먹어본 결과, 이건 꼭 탄산이 들어간 음료 혹은 술과 함께 하는 걸 추천한다!
우설을 먹은 이후에는 조금 평범한 음식 두 가지를 먹었다.
하나는 삶은 달걀, 튀긴 감자와 함께 맛의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는 마요네즈와 명란젓을 함께 으깨서 먹을 수 있는 감자 샐러드(ポテサラ), 하나는 채소 육수를 베이스로 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쿠라 고기 전골(小倉肉鍋)를 먹었다. 이 두 가지는 호불호 없이 누가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감자 샐러드는 이런 이런 형태가 아니다. 그저 튀긴 감자에 치즈를 얹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스이쇼에서 나오는 감자 샐러드는 마요네즈와 함께 명란젓을 포인트로 해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이걸 처음 먹었을 때는 평범한 것 같았지만, 잘 섞어서 먹으면 완전 별미다!
그리고 두 번째로 먹은 전골은 솔직히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이건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고 맛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아니, 한국 전골 요리는 맛이 없을 수가 있다. 한국 전골 요리는 육수를 우려내는 게 아니라 그냥 물에다 강한 조미료를 써서 먹는 거라 재료의 맛이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일본의 전골 요리는 그렇지 않다. 오로지 채소 육수를 이용해서 끓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고기를 추가하기도 한다. 내가 이번에 스이쇼에서 먹은 고쿠라 고기 나베는 모두 고쿠라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파는 탄가 시장에서 구매한 걸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점이 무척 대단했다.
이렇게 전골 요리를 먹은 이후 현지 지인과 친분이 있는 점원을 통해 소개를 받은 건 스이쇼에서 즐길 수 있는 일본주 타워다. 일본주 타워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가장 정상에 있는 핑크빛 일본주는 가장 단맛이 나는 일본주이고, 주변에는 목넘김이 ‘맵다(카라이:辛い)’로 표현하는 일본주와 함께 부드러운 일본주가 대칭 형태로 놓여있다. 솔직히 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하나하나 일일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미식가가 아닌 이상 구분하며 마시지는 않을 거다.
일본주 타워의 가격은 5980엔(한화 약 6만 원) 정도로, 총 21잔의 종류가 다른 일본주를 즐길 수 있어서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오, 그렇게 싸? 이번에 가면 나도 꼭 먹어봐야겠다.’라며 좋아했다. (친구는 23일에 고쿠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친구에게 가르쳐줬던 가격은 21잔의 가격이 아니라 13잔의 가격인 3980엔(한화 약 4만 원)이었다는 건데, 뭐 친구가 알아서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 (지금 글을 쓰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줬다.) 어쨌든, 몇 명이 함께 가느냐에 따라 일본주 타워 종류를 선택하면 되니까.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에서는 일본 편의점 음식 털면서 노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일본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과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방면에서 스이쇼(酔小)는 더할 나위없이 제격인 곳이다. 일본주와 함께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으니까.
아래에 첨부한 영상은 위에서 소개한 음식을 기타큐슈 고쿠라에 거주하는 한국인 지인 분이 아는 점원을 통해서 설명을 들으며 내가 직접 먹어본 영상이다. 글과 사진을 통해 들은 것과 달리 동영상으로 스이쇼의 음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마지막에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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