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3. 15. 15:17
내 나이도 이제 서른이다. 만으로 치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29살도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한국식 나이로는 서른이라서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물론, 내가 이런 소리를 하면 좀 더 나이를 드신 분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무슨 소리 하는 거야?”라며 핀잔을 놓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한테 서른이라는 건 참 남다른 나이다. 내가 21살에 블로그로 벌던 수익을 적금을 넣을 때는 서른 정도면 한 1억 정도는 모으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서른이 된 내 통장에는 얼마 전에 도저히 더는 유지할 수가 없어 해제한 장기 보험 상품에서 환급을 받은 1,200만 원이 전부라 참담한 심정이다.
원래는 보험 상품 없이 은행 적금으로 돈을 모았지만, 내가 큰 사고를 당하면서 수술비가 필요해져서 적금을 모두 해제한 이후 어머니께 드렸다. 그리고 점차 블로그로 버는 수익(전적으로 구글 애드센스)이 줄어들면서 적금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복학을 결정한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도 힘들었다.
최대한 대출 없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손을 조금씩 빌리면서, 차근차근 모았던 돈을 풀어가면서 등록금을 부담했다. 그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험 대출을 받기도 했고, 대출 이자 상환과 대출을 갚은 일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체감하며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대출까지 받았던 보험 상품은 더는 유지하기가 어려워 계속해서 입금이 밀리다 며칠 전에 해지 통고를 받은 이후 환급을 받았다. 넣은 돈이 모두 돌아오지 않는 이 상품은 보험 설계사를 하는 어머니 친구분 때문에 가입했던 거라 멋도 모르고 가입했던 거라 내 수중에는 1,200만 원만 돌아왔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인 재테크 블로거 출신 요니나는 자신의 저서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싱글일 때는 장기 보험 상품 가입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다. 물론 결혼한 사람도 향후 2~5년 안에 있을 이벤트를 확인하고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5년 안에 큰돈이 필요한 이벤트가 있다면 보험료를 조절하거나 가입을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어떤 상품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보험설계사가 일방적으로 좋다고 권하는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는 하루라도 일찍 가입하면 유리하다며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가입을 권유한다. 대부분의 금융상품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일찍 가입하고 오래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이 조건은 만기가 되면 비로소 및을 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몇 년 뒤에 발생하는 결혼, 출산 등의 이벤트 때문에 연금을 해지한다. 그러면 보통 원금이 손실이 난다. (본문 206)
딱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가입한 상품이 이런 경우다. 오랫동안 유지해야 비로소 본전을 챙길 수 있는 장기 보험 상품은 나와 같은 2030 세대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정말 돈을 악착같이 모으겠다는 그런 심정으로 정기 수입의 70% 이상을 재테크로 돌릴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돈을 모으고 싶어서 재테크 공부를 했고, 돈을 굴리고 싶어서 주식도 했고, 적금 상품에 들기도 했고, 친인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 상품에 가입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제대로 건질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좋은 말로 포장해야 ‘뼈아픈 경험을 밑거름 삼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식 선에서 경제 공부와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는 이 혹독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돈, 돈’거리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도 있다. 하지만 돈을 알아야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알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김나연(요니나)의 저서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내가 대학생 시절에 큰 도움을 받은 <대학생 재테크>라는 도서의 후속작에 해당하는 책이다. <대학생 재테크>를 집필할 당시 대학생이던 저자가 이제는 서른이 되어 경험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풀어낸 책이다.
나는 꽤 오랜만에 재테크 도서를 읽었는데,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한다고 말하는 재테크 도서라고 말하기에는 살짝 위화감이 있다. 이 책은 오늘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저자가 자신과 똑같은 2030세대가, 사회초년생이 주의해야 할 재테크 상식을 전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사회초년생이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수입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이제 한정된 수입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돈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심사가 된다. 사회초년생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본문 6)
이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을 넘겼고,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크게 네 가지 파트(쥐꼬리만 한 수입에도 돈을 모으는 사람의 비밀,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돈 관리법,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사회초년생 금융공부, 부자 되는 한 끗 차이 라이프스타일)로 분류되어 있었다.
네 가지 파트 중에서 살짝 관심이 가는 파트를 먼저 읽어도 되지만, 나는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으면서 ‘가계부 하나는 꾸준히 쓰자.’라는 목표를 지금껏 지켜오고 있는 내가 무엇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지 알고자 했다. 솔직히 책에서는 커다란 비법은 없었지만, 아주 기본적인 규칙을 잘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몇 가지 ‘이건 꼭 명심하자’라며 표시를 해둔 부분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젊을 땐 무작정 저축만 해야 한다거나, 투자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행 가능한 재테크를 시작하는 것이다. ‘잘 모르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요’, ‘오래 놔두면 언젠가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직원이 추천해준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등 내 소중한 돈을 제3자에게 맡기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본문 39)
저축은 투자와 달리 원금 손실이 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한때 투자 수익이 저축 이자보다 높다고 홍보하며, 낮은 금리의 저축을 계속하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수익률에 혹해 무턱대고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다. 오히려 처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느리더라도 저축으로 차곡차곡 기반을 쌓는 것이 좋다. (본문 160)
윗글만 읽더라도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가 어떤 장르의 재테크 도서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시중에서 읽을 수 있는 ‘이렇게 하면 당신도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문구로 독자를 유혹하는 일반 서민 독자가 실현 불가능한 재테크를 말하지 않는다.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어디까지 철저하게 2030세대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알고, 돈을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는 2030세대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한 책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욕심은 한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지금 편리함에 게으름을 피우다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방법을 소개하며 ‘당신도 이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권유할 뿐이다. 그 권유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결정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는 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나이의 저자가 들려주는 쓴 글을 읽으면서 내심 감탄했다. 그리고 별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차이가 5년 이상의 시간을 지났을 때 커다란 규모로 차이가 난다는 걸 새삼스레 실감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 중 내가 가장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건 여행 이야기다.
하지만 20대가 끝나기 전, 유럽과 미국은 꼭 가보고 싶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4~5년 정도 기간을 잡고 유럽과 미국 여행 통장을 만들었다. 각 8만 원씩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하길 몇 년 동안 반복했다. 한 달 16만 원을 오로지 4~5년 뒤에 갈 여행을 위해 저축한 것이다. 저축에 목적이 생기니 중도 해지할 확률도 낮아졌다. 평소에도 허튼 곳에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본문 125)
20대라면 솔직히 누구라도 한 번은 꿈꾸는 유럽과 미국 여행. 가까운 일본 여행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 여행은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 여행을 실천하기 위해서 4~5년 동안 지나치게 큰 금액이 아닌 금액을 착실히 모을 수 있는 힘. 이게 바로 저자가 가진 재테크의 비결이었다.
저자는 올봄에 다시 삿포로로 떠나기 위해 지난 1년간 삿포로 여행 통장을 만들어 돈을 모았고,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환전을 하면서 준비했다고 한다. 더불어 1~2년 안에 다시 프랑스 파리에서 봄을 느끼기 위해 월 20만 원씩 저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자의 꼼꼼함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오늘 소개한 책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이 전하는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다. 단박에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재테크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주식 투자 치고 빠지기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아직 돈을 잘 모르는 사람이 도전하기에 주식 시장은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돈을 잘 모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공부하고, 돈을 알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크지 않더라도 작은 것부터 우리가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실천하는 일이다. 꾸준히 해낼 수 있다면, 책의 제목에 어울리는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서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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