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프로가 전하는 대중 앞에 서는 법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3. 2. 07:30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원래 한국 교육이라는 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늘 강단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외우는 일이 전부라 내 의견을 표현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늘 교육에서 주체적인 생각이 중요하다고 하니 웃긴 일이다.
그렇게 19년을 살아온 나는 20살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발표는 당연히 대학에서 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같은 수강생을 청중으로 두고 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이때 나는 원고를 외워서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똑바로 발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 긴장해서 떨기도 했고, 손에 원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원고를 쳐다보며 이야기하다 ‘원고를 자꾸 보면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좋은 발표가 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되도록 원고를 보지 않으려다 원고를 자꾸 힐끔힐끔 보다 엉망진창인 발표가 되어버렸던 거다.
흔히 말하는 스피치의 자신감 부족, 그리고 준비의 부족이다. 이 경험으로 인해 나는 ‘하, 나는 정말 발표랑 안 맞다.’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학 수업에서 발표는 반드시 재차 찾아오는 법이라 실패를 경험 삼아 준비했다. 덕분에 3, 4학년 때 진행한 발표는 나름 성공할 수 있었다.
비록 대학에서 함께 강의를 듣는 소수의 수강생을 상대로 발표는 문제가 없었지만, 여전히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익숙하지 못하다. 최근에 활발히 업로드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할 때도 발표할 때만큼 긴장할 때가 많았고, 지금도 발음과 목소리 문제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대체 프로들은 어떻게 스피치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개그맨 출신 스피치 강사 조원우의 <대중 앞에 서는 법>이라는 책이다.
<대중 앞에 서는 법>이라는 책은 제목 그대로 대중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정신 무장을 강조하고, 스피치의 목적에 대해서 천천히 풀어낸다.
사실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도, 막상 무대 앞에 서면 불안감이 덮쳐오는 걸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사람들 앞에 서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람이 갑작스레 무대 위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큰 도전이라 눈앞이 새하얘질 때도 적지 않다.
때때로 ‘이것보다 더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서 발표를 준비했을 때도 오히려 대충 준비했을 때보다 더 심하게 떨리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압박감과 함께 두려움이 몸에 사무칠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 앞에 서는 법>의 저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발표 불안을 극복하려면 먼저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답이 틀리면 다시 말하면 된다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를 오래 기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혹시 실수를 자주 한다고 할지라도 남들 앞에 서는 기회를 없애서는 안 된다. 오히려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타인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발표 불안은 저절로 사라진다. 주목받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발표하는 것도 일상생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본문 30)
즉, 저자가 말하는 건 일단 부딪쳐서 깨지더라도 다시 또 부딪치며 익숙해질 때까지 하라는 거다. 한두 번의 실수가 쌓여도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대중 앞에 서는 일이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어떤 스피치를 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원고 그대로 이야기를 해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정말 좋은 스피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확신과 함께 대중이 흥미를 보일 수 있는 주제를 찾거나 듣고 싶은 걸 말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유튜브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윾튜브’라는 인물이 별것 아닌 주제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는 대중이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저 뻔하기 뻔한 말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말을 유머를 섞어 한 윾튜브의 화력은 엄청났다.
불과 유튜브를 운영하고 3~5개월 남짓한 시간에 구독자 수가 60만에 달했다. 우리는 여기서 윾튜브라는 인물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접어두고, 왜 그렇게 그의 영상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저 혐오를 조금 부추긴다고 해서 그 정도의 구독자를 모으는 건 쉽지 않다.
윾튜브의 유튜브 콘텐츠에는 스피치에 필요한 ‘질문, 인용, 호흡, 표현, 엔딩’이라는 다섯 가지가 너무나 완벽하게 잘 매치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라도 어긋나면 대중이 흥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지지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 ‘윾튜브’라는 인물은 스피치 기술 하나에서 대단했다.
더욱이 그는 스피치의 완성이라고 말하는 스토리텔링, 반전 유머 부분에서도 탁월한 재치를 발휘한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정도의 스피치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탈을 쓰고 변변찮은 이야기를 할 뿐인데도 구독자 수가 6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던 거다.
나는 <대중 앞에 서는 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의도치 않게 ‘윾튜브’라는 인물이 지닌 화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생각해보아도 ‘윾튜브’가 보여준 스피치의 완성도는 너무나 놀라웠다. <대중 앞에 서는 법>의 저자가 말하는 스피치의 노하우가 그대로 다 있었다.
대중 앞에서 하는 스피치에서 대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은 그저 식상할 뿐이다. 그 스토리텔링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대중 앞에 서는 법>의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피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남들이 다 알아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부관계에서도 이신전심은 어렵다. 하물며 타인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결코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잘 전달하지 못하면 그 강연은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 평소 자신이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해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성공한 사람이다. 달리 말하면 남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를 성공의 방향으로 이끈다.” (본문 106)
스토리텡링에서 공감대의 형성은 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다. 그리고 여기에 청중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반전 유머를 적절히 섞어서 선보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스피커로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길 수 있다. 내가 아는 인물 중에서는 김제동이 이 분야에서 갑이다.
지금은 끝난 JTBC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에 무려 3번이나 방청객으로 녹화 촬영을 간 적이 있다. 그때마다 들을 수 있었던 김제동이 사용하는 유머는 결코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고, 청중과 함께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유머가 이루어졌다. 정말 웃다가 쓰러질 것 같은 웃음이었다.
나는 아직 김제동만큼 웃음을 자유자재로 터뜨릴 수 있는 유머를 섞어서 말하지 못하고, 유튜브 채널에서 몰락한 윾튜브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재치있게 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유튜브를 하는 동시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며 늘 대중을 상대로 말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콘텐츠를 준비한다.
나처럼 조금 더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는 방법, 조금 더 자신 있게 대중 앞에 서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도서 <대중 앞에 서는 법>을 추천해주고 싶다. 오늘 글에서 정리한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리한 부분 중 일부로,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스피치 노하우의 핵심은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정말 조금 더 잘 말하고 싶다. 그리고 대중 앞에 섰을 때, 제대로 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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