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그리는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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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일본의 단편 소설을 위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유럽의 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읽었다.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정확한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가 광고를 통해 이 소설을 보고, ‘오, 그렇게 유명하면 한 번 읽어볼까?’ 해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마치 운명 같은 우연을 통해 읽기 시작한 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조금 놀라운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아니, 그 놀라운 에피소드를 만나는 과정도 솔직히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단편 일본 소설에 익숙한 나는 오랜만에 읽은 유럽 장편 소설이 대단히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탓에 나는 이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을 읽는 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어차피 장편 소설이라 읽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오래 걸릴 줄이야…. 장편 소설 한 권을 읽는 데에 1주일 하고도 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블로그에 올릴 라이트 노벨과 만화를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꾸준히 했고, 그 블로그와 연계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1일 1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했다. 즉, 순수하게 <아이스크림 메이커> 하나를 읽기 위해서 하루의 시간을 쓴 시간이 적어 소설에 깊이 빠져들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마침내 오늘 2월 26일 화요일 오후 4시에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다 읽었다.



 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의 띠지는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이라는 글자가 파란 글자 볼드체로 적혀 있고, 거기에 큰따옴표로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책. - 더 텔레흐라프”의 추천사가 쓰여 있고, ‘슈피겔 베스트셀러’라는 문장도 함께 있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책의 띠지에 적힌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이라는 걸 잘 알 수 없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시인은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조반니’라는 인물을 가리키고, 아이스크림은 조반니의 동생인 ‘루카’라는 인물을 가리킨다.


 조빈니와 루카 두 사람은 아버지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물러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형 조반니는 시인과 어울리며 시인이 되어버리고 말았고, 동생 루카는 아버지의 살짝 악착 같은 고집 아래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책임지게 된다. 한 명은 자유를 선택했고, 한 명은 속박을 선택한 거다.


 어떻게 보면 형이 너무나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동생 루카는 아버지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어받아 똑같은 거리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며 미처 자신이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루카에게 선택이라는 건 없었다.


 그런데 루카는 아이크림을 새롭게 개발해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고, 어릴 적에 형과 함께 좋아했던 소피아라는 인물과 결혼까지 하면서 사실 어떻게 보면 시인 조반니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사람들이 평가한다면, 꼭 루카의 삶이 더 좋은 삶이라고 평할 것이다.



 누구의 삶이 더 현명하고 좋은 삶인지 따지는 일은 사실 필요가 없다. 어쨌든, 두 사람은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았고, 두 사람이 ‘소피아’라는 인물을 통해 기묘하게 얽힌 모습을 책을 통해 읽으면서 짧지 않은 침묵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일의 묘사를 읽을 때는 머릿속에서 영상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한 장면에서 잠시 멈추어 상상을 해보면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거부감 없이 이렇게 묘사할 수가 있는 걸까?’라며 놀라기도 했다. 그 장면은 삶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더더욱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시를 소재로 하는 작품에서 이러한 요소가 빠질 리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책의 감성이 살짝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낀 부분도 이러한 요소를 활용한 조금 생각지 못한 전개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을 다 읽은 이후에 겨우 나는 띠지에 적힌 책의 소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통해 군침을 돌게 하고, 시인의 삶을 보여주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사랑을 통해 매혹적인 관능을 느끼게 한 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


 딱 그렇다. 장편 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하지만 평소 장편 소설을 즐겨 읽고, 특히 유럽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충분히 감성적인 교류를 해온 독자들에게는 장편 소설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겨우 교류를 해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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