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갈하이, 돈과 정의를 재미있게 그리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9. 2. 9. 10:47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SKY 캐슬>이 끝나고, JTBC 금~토 드라마 자리를 이어가는 드라마 <리갈하이>는 첫 방영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리갈하이>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도 팬이 많았던 일본 드라마 <리갈하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서 더 관심이 쏠린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일본 드라마 <리갈하이>를 본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공유된 적이 있는 지하철 장면은 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방영된 <리갈하이>의 지하철 장면을 보면서 ‘아, 그 드라마네!’라며 과거에 본 그 드라마라는 걸 알았다. 덕분에 드라마를 호기심을 가지고 1회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과거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워낙 내용이 좋았던 터라 <리갈하이>는 어떤 식의 법정 드라마일지 궁금했다. 처음 본 드라마 <리갈하이>는 <미스 함무라비>와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 작품의 여주인공이 ‘정의’를 주장하는 건 같았지만, 역할과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달랐다.
<미스 함무라비>는 민사 재판 판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지만, <리갈하이>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특히, 작품의 여주인공 서재인은 어리숙한 모습이 눈에 띄는 변호인이라 보는 사람마저 고구마를 먹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급하게 사이다가 필요했다.
그 사이다 역할을 맡은 인물은 <리갈하이>의 남주인공 고태림이다. 고태림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변호사로, 그는 오로지 많은 돈을 주는 사건을 맡으면서 아무리 불리한 판결도 뒤집어 최대한 피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냈다. 고태림은 법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을 공략하는 인물이었다.
처음부터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 서재인과 고태림. 이 두 사람이 필히 충동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정의는 너무나도 달랐다. 개인적으로 ‘어느 쪽 정의를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솔직히 고태림의 정의를 지지하고 싶다. 그게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다.
법정이 공정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서재인의 정의는 이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나치게 자신의 정의가 옳다는 착각에 빠져 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치 법과 도덕만으로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우리는 서재인 같은 인물을 가리켜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법과 도덕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때때로 불법 유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무단횡단도 해야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지금도 법정을 보면, 아니, 굳이 법정을 볼 필요도 없다. 정치라는 단어가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만 보더라도 법과 도덕은 개뿔, 돈과 권력으로 칠해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떠들썩한 문제라고 해도 길어도 3주를 가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서 힘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조용히 입 닫고 몇 주만 버티면 되고, 소송이 벌어지면 국내 최고로 불리는 변호인단을 꾸려서 있는 죄도 없어지게 한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짜 모습이다.
드라마 <리갈하이>에서 고태림은 그런 사회를 비틀려고 하지 않고 순응해서 사는 인물이고, 서재인은 그런 삐딱한 사회를 어떻게든 되돌려보려고 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의 충돌이 그려질 이야기가 기대되는 드라마 <리갈하이>. 연기력 논란은 빼고, 일단 스토리만은 확실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법이 정의라고? 노노. 세상은 고태림이 말한 대로 돈이 정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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