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가 태어난 곳 토코로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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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본 여행을 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성지순례’ 를 뽑는다. 여기서 말하는 성지순례는 어떤 종교의 본고장을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장소를 직접 방문해보는 일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과거 <너의 이름은>이 유행했을 때 많은 젊은 세대가 일본을 여행하면서 <너의 이름은> 무대가 된 장소를 방문해 인증샷을 남겼다. 비교적 도쿄에서 가까운 무대가 많았던 <너의 이름은>은 도쿄 일본 여행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곳이 많았다. 신주쿠 사거리와 스가 신사 주변은 특히나 더.


 아마 일본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즐기는 사람 중에서는 이렇게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책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토토로가 태어난 곳>이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이웃집 토토로>의 무대가 된 토코로자와의 모습을 담은 책으로, 토코로자와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한눈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코로자와의 계절별 모습을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본 <이웃집 토토로>의 짙은 숲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만큼 토코로자와라는 곳은 짙은 녹음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미야자키 아케미의 안내를 받아 그곳을 둘러본 책의 저자는 토코로자와를 마치 신의 거처와 같은 장소였다며 감상을 전한다. 잠시 그 이유를 읽어보자.


새들의 지저귐은 물론이고 소리가 없다.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도 없다. 마치 ‘신의 거처’ 같다고 쓴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미야 씨가 이곳으로 안내해준 날은 장마 중에 잠깐 갰을 때였다. (본문 53)


 저자의 감상을 따라 사진과 함께 책을 읽어보면, 토코로자와가 가진 그 숲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잠시 책을 읽으면서 그 숲을 상상해보는 일도 좋았고, 이 글을 쓰는 오늘(4일) 입춘을 앞두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책을 읽는 일도 무척 좋았다. 그야말로 평온 그 자체.


 <토토로가 태어난 곳>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도 간단히 실려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웃집 토토로>를 그릴 때 토코로자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무엇을 그렸고, 토코로자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읽어볼 수 있었다. 팬이라면 꼭 읽어보고 싶은 이야기다.


 그중 한 장면을 옮겨보며 다음과 같다.


—특히 토코로자와의 풍경이 농도 짙게 나오는 장면이 있나요?


미야자키 :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마을에 난 길이라든지 부처님 석상 같은 디테일이 만들어진 건, 토코로자와에 살면서부터입니다. 이 길을 그대로 써야겠다 싶어, 평소 자주 다니는 길을 그대로 그렸기에 아내는 “이건 그 길이네.”라고 바로 알더군요.

옛날에는 신비로운 게 많았어요. 미타카(三鷹)에 있던 나카지마 항공기가 완성된 비행기를 토코로자와의 육군 비행장에 소로 운반했어요. 날개를 빼고 말이죠. 토코로자와의 길을 지나가는데, 옛날 길이니까 좁고 구불구불 휘어 있어서 엄청난 일이었죠. 불편하니까 도로를 똑바로 정비하고 폭을 넓히고 포장한 부분이 있는데요, 그렇게 딱 선로 앞까지 갔는데 전쟁이 끝나, 그 이후에는 만들지 않거든요. 그래서 선로가 없어요. 그게 정말로 신기한 길이었어요. 느티나무가 길 양쪽으로 쭉 자라고, 넓은 포장도로인데 거의 아무것도 지나지 않는 거예요. 그게 고양이 버스가 오는 길이 되었습니다. 포장도로는 머릿속에서 벗겨내 버렸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요. (본문 60)


 아마 <이웃집 토토로>를 본 사람들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고양이 버스가 오는 길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신기한 숲속에서 일부분만 정리된 길로 갑작스레 숲에서 고양이 버스가 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장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흐릿한 그 장면을 그림과 함께 다시 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토토로가 태어난 곳>. 토토로의 무대가 된 토코로자와가 어떤 마을인지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토토로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문득 자연이 그리워질지도?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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