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 20회 엔딩이 나름 의미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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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일약 화제의 드라마로 자리 잡았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지난 금요일에 방영된 20회를 끝으로 완결을 맺었다. <스카이캐슬 19회> 마지막에 그려진 김주영이 한서진에게 “어머니는 혜나의 죽음에 전혀 관련이 없으십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스카이캐슬 20회>.


 그런데 <스카이캐슬 20회>는 김주영이 던진 그 의미심장한 말로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김주영이 던진 그 말은 어디까지 ‘곽미향’이라는 인물에게 양심의 가책에 가까운 죄를 묻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서진은 김주영이 던진 말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일을 돌아본다.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김혜나를 다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는 김혜나를 늘 차갑게 대했고, 김혜나가 결국에는 김주영을 찾아가 협박까지 하게 만들게 했다. 한서진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알게 된다.


 비록 한서진이 자신이 조금만 더 김혜나에게 마음을 줄 수 있었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쏟아진 물은 다시 부어 담을 수 없듯이, 한 번 어긋나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 엔딩을 바꿔쓸 수가 없었다. 한서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업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20회>는 한서진의 그런 모습과 함께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을 맺었다. 많은 사람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캐릭터 중 하나인 차민혁은 혼자 괴로워하다 결국에는 노승혜에게 백기 투항을 하고 말았다. 이 모습은 ‘억지 엔딩’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쓸 수 있다.


 차민혁은 제대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 ‘내가 잘못한 걸까?’ 그런 반성을 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사람은 위를 추구하며 탐욕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피라미드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이제야 겨우 자신의 고집을 꺾고, 권위적인 태도를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을 뿐인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차민혁 노승혜 두 사람의 가정이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한쪽 톱니바퀴가 어렵사리 순회전을 하고 있을 뿐, 또 언제 톱니바퀴가 역회전해 상황을 어긋나게 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데에는 역시 노승혜와 차세리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차민혁과 노승혜 집은 그렇게 문제가 일단락 지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양우와 진진희 집은 중간부터 이미 궤도를 슬슬 바꾸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경쟁보다 오늘을 선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준상과 한서진 집은 모두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가장 극적인 반전 엔딩을 맞이한 집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 끔찍한 사고를 통해 바뀐 인물은 사건과 관련된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자아 찾기에 나서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 자퇴를 한다는 우주를 보며 “딱 사흘 후에 후회한다.”라고 말하며 여전히 대학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선생이 있었고, 새로 캐슬에 이사 온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 이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경쟁을 강요하며, 오로지 피라미드 위를 쳐다보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라는 사실을 알아도, 사람들은 ‘우리 집은 저렇게 되지 않을 거야. 저건 드라마야.’라고 가볍게 여기면서 오히려 입시 코디를 찾는 수가 늘었다고 한다.


 사람은 절대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그 욕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파멸했어도 나는 다를 거라는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낙천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자만심이라고 말해야 옳은 표현일 거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20회>에서 김주영이 한서진에게 한 그 소름 돋은 말처럼.


“왜? 너한테는 영재네 같은 비극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교만했으니까.

왜? 네 자식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눈을 가렸으니까.

왜? 영재네 비극은 그저 가슴 아픈 구경거리에 불과했으니까.


어머니와 전 다르다고 하셨습니까? 천만에요. 어머니와 전, 똑같습니다”


 그렇다. 똑같다. 아무리 비극이 반복되더라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노승혜가 반성문에서 적었던 “사람을 고쳐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한 저를 반성합니다.” 같은 의미의 말과 똑같이 우리 사회는 그저 내로남불을 미덕으로 여기며 흘러갈 뿐이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가.


 경쟁은 나쁜 게 아니다. 단지, 그 경쟁이 선의의 경쟁도 아니고, 오로지 탐욕을 채우기 위한 그릇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쟁이 나쁠 뿐이다. 성적 조작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심심하면 터져 나오고, 학업 스트레스로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혜나 사건을 겪은 세 사람은 변했지만, 변하기 전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가진 캐슬의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끝을 맺은 드라마 <스카이캐슬 20회>. 어쩌면 그 웃음은 변할 수 없는 사람의 욕심에 대한 풍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20회가 나름 의미 있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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