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나도 번역가를 할 수 있을까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1. 22. 08:06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가 되자 솔직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과거 2009년~2012년 정도까지 벌었던 수익이 그대로 블로그에서 발생한다면 먹고 사는 데에 걱정은 없다. 또, 이야기하는 일이 지겨울 정도로 그 호시절은 두 번 다시 찾아올 수 없어 내심 크고 작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양한 책과 문화 행사 등을 소개하는 일이다. 비록 오늘날 유튜브 영상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더라도 글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읽는 책과 다양한 정보는 글로 시작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더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영상 콘텐츠가 된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영상 콘텐츠 기획자 혹은 우리가 보는 단편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걸 쓰고 싶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어느 정도 ‘궤도’라는 것에 올라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도중에 고민하기 시작한 일은 대학에서 전공한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번역 일이다.
나는 평소 일본 라이트 노벨, 만화책을 좋아해서 때때로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는 책도 직접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해 읽을 때가 있다. 그렇게 직접 원서를 사서 읽다 보면 종종 ‘왜 이건 국내에 정식 발매하지 않는 걸까?’ 내가 번역해서 발매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날 때가 많았다.
거기서 떠올린 생각이 내가 좋아하는 일본 라이트 노벨과 만화를 발매하는 출판사에서 번역 일을 하면 완전 대박일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읽으면서 번역하고, 더욱이 거기에 블로그 콘텐츠도 생기니 하나의 일로 두 가지 콘텐츠가 생기는 데다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거다.
나는 이쪽 분야의 번역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어서 대학 시험을 치르는 마지막 날에 교수님과 상담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아니라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를 얻고 싶어 책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를 읽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평소 받은 “인터넷에는 홍보글 투성이고 어떻게 하면 번역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찾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해서 번역가가 되셨나요?”라는 질문의 답을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정말 궁금한 사항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의 목차는 제1장 ‘번역가에 대해 궁금하다’에서 번역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2장 ‘프리랜서 번역가 되기’에서 번역가가 되기 위한 과정과 이력서 쓰는 방법 등, 제3장 ‘프리랜서 번역가 라이프’를 통해 작업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대로 나열해서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4장 ‘프리랜서 일기’는 그야말로 에세이 같은 작가의 이야기라 프리랜서 번역가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제4장은 제쳐두고, 제1장~제3장을 읽으면 프리랜서 번역가에 대해 기초부터 어느 정도 실력이 필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꽤 꼼꼼히 읽었다.
나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며 JLPT(일본어능력시험) N1 자격증을 가볍게 획득했지만, 여전히 한자가 어려워서 독해와 어휘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번역가가 되려면 통번역 대학원을 꼭 다녀야 하는 건지 신경이 쓰였는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저자는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번역가로 활동하려면 준비 없이 JLPT 시험을 봐도 당연히 1급 정도는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겠죠. 번역물을 다루기 위해서는 JLPT N1 수준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N1에 쓰이는 한자는 일본에서 출판되는 실제 책에서도 종종 사용됩니다.”라며 오히려 더 강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저자는 NHK 신문을 보면서 ‘어려운 단어가 많이 없고 시간이 들이지 않고도 눈으로 문장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말로도 깊은 고민 없이 내용을 표현할 수 있다면 번역가로 일해도 충분한 수준에 이른 겁니다.’라고 덧붙인다. 그 정도가 번역가를 시작하기 위한 최저 레벨 수준인 거다.
위 이미지는 이 글을 쓰는 토요일(19일) 오후에 볼 수 있는 NHK 온라인 뉴스 화면이다.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제2회 북미 정상회담을 다음 달 하순에 개최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실린 화면은 대학 번역 수업을 통해 자주 접한 내용이라 못 읽는 한자 없이 편하게 내용을 정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읽을 수 있는 한자’일 뿐이지,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한자’는 또 아니라서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기사를 읽었다. 나는 JLPT N1 시험을 치더라도 항상 청해(듣기)는 만점이지만, 늘 어휘와 독해 문제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한다. 물론,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어도 모르는 한자가 너무 많았다.
막연히 일본 라이트 노벨, 만화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쉬운 일상 장르 라이트 노벨, 만화는 지금껏 많이 읽었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여겼는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을 읽으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번역이라는 일은 절대 가볍게 여기면 그곳에서 인정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없는 분야의 번역을 무조건 맡는 건 좋은 자세가 아닙니다. 적어도 클라이언트가 지급한 돈에 합당한 수준의 번역이 가능해야 합니다. 잘할 수 없는 분야를 맡아 번역했는데, 클라이언트가 지급한 금액보다 훨씬 질 떨어지는 번역을 한다면, 번역가에게도 좋지 않을 뿐더러 클라이언트에게는 큰 실례가 됩니다. 일감이 없더라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받지 말고, 자신 있는 번역 위주로 일감을 받으면 향후 경력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본문 131)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할 생각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번역을 시작하는 일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역시 일본 라이트 노벨, 만화 같은 작품의 번역이 되겠지만, 이 부분도 솔직히 클라이언트가 지급한 돈에 합당한 수준의 번역이 가능할지 자신이 없다. 번역은 참 멀고도 힘든 일이었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하기만 했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번역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만약 나처럼 일본어를 전공하면서 혹은 다른 언어를 전공하고 있더라도 ‘번역’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번역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프리랜서 번역가의 수입 부분 외에도 이력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담당자와 만날 때 어떤 태도로 나가야 할지, 어떻게 번역 실력을 키워나가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꽤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일본 라이트 노벨&만화 번역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프리랜서 번역가> ‘번역가의 길을 고민하는 20대에게’ 제목의 글에서 읽은 한 부분을 발췌해서 남긴다.
제가 번역가가 될까 말까 고민하는 20대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막무가내일지도 모릅니다.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그 길에 뛰어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 생계가 급하지만 않다면요. 물론 지금은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몇 년 한 뒤, 3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번역가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장 외국어와 무관한 회사에 취업한다면, 지금 익힌 외국어 실력이 그때까지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번역가가 되고 싶고, 당장 생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지금 시작하세요. 절대로 늦은 나이는 아닐뿐더러 오히려 빠른 나이입니다. 절박함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꼭 이뤄낼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분명 될 수 있습니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 둘러싸여 멋지게 일하는 번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본문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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