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MZ 2019, 주목해야 할 마케팅 트렌드는 무엇?
- 문화/독서와 기록
- 2018. 12. 14. 07:32
타인이 아니라 나에 집중하기 시작한 MZ 세대
올해가 끝나면 나는 이제 ‘20대’라는 말을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아니, 만으로 따지자면 아직 20대라고 말할 수는 있다. 애초에 일본어를 전공으로 공부하며 영어를 부차적인 언어로 틈틈이 배운 탓에 나는 한국 나이로 자기 나이를 말하는 것보다 만으로 나이를 말하는 게 익숙하다. (웃음)
이제는 나이를 먹는 일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나이를 먹는 건 살짝 불안한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뭔가 더 크게 이룬 게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내 눈앞에 놓여있는 것들은 글을 쓰는 아이패드 에어 2, 작업용 데스크톱 컴퓨터, 책과 노트가 전부다.
나는 그렇게 지금까지 일생을 살아왔고, 대학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를 맞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가 지금 추구하는 가치관 그대로 살아도 될까?’라는 망설임을 품고 있다.그동안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갈등하게 된 거다. 난 나의 취향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취향대로 사는 걸 추구하는 일. 나만 유독 독특한 걸까? 싶었는데,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집필한 <트렌드 MZ 2019>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서 오늘날 20대인 경우는 대부분 그렇고, 좀 더 범위를 확장하면 10대~30대가 비슷한 가치관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책의 제목에 사용한 ‘MZ’라는 단어는 밀레니얼(M) 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뜻하고, Z 세대는 1995년대 초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향후 20년 동안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MZ 세대의 가치관과 트렌드를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1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상적으로 스쳐가는 보통의 것들에 충실하고, 재미를 느끼며 사는 것도 충분히 값어치 있고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것을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보통의 정서를 공유하고 나누며 행복을 느끼는 방식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기성 세대가 보기에 전혀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에 그들만의 의미를 정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밀레니얼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본문23)
풀어서 쓴 말을 요약하자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보다 ‘나는 뭘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성세대는 한사코 오늘날 젊은 세대를 가리켜 패기가 없다는 둥, 참을성이 없다는 둥, 책임감이 없다는 둥 말하며 ‘오늘을 즐기려고 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비판한다. 기성세대의 비판에는 보릿고개 시절을 겪으면서 ‘크게 성공하겠다.’는 목표와 꿈 하나로 악착같이 살아왔다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 다시 말해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기성세대가 살았던 시대와 배경이 전혀 다르다.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일주일에 한 끼를 먹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도 아니고, 대학에 가는 일이 드물어 대학에 입학해 신분 상승을 이루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도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되었고, 누구나 최소한의 삶은 보장을 받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즉, 기성세대가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면서 내일의 안정을 꿈꿔야 했던 시절과 너무나도 다른 시대가 된 거다. 당연히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추구하는 가치와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름에서 엿볼 수 있는 MZ 세대를 분석한 <트렌드 MZ 2019>는 다양한 설문 조사 결과와 도표, 그리고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를 자료로 활용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990년에 태어나서 ‘밀레니얼’ 세대로 살아온 나는 마치 나의 소비 경향 분석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어떤 장에서는 ‘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확실히 덕질 문화는 우리 세대에서 제대로 꽃 피웠지!’ 감탄하며 웃기도 하고, 어떤 장에서는 ‘확실히 그때 우리 세대가 큰 역할을 했지만, 한국의 고질병인 ‘냄비 기질’이 여전히 시민 의식 성장을 막고 있다.’라며 깊은 한숨을 남몰래 쉬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한 MZ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 다섯 가지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생태계에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다.
2.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선택하다.
3. 작아도 분명히 소신을 말한다.
4. 유튜브에서 모든 것을 하다.
5. N 잡을 꿈 꾸다.
얼마 전에 푹(POOQ) 서비스를 통해서 2008년에 방송된 1박 2일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방송에서는 2G 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게 겨우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스마트폰이 단기간에 우리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고, 눈앞에 있는 걸 사진 혹은 영상을 찍어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리는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불과 몇 년만 하더라도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다. 소비자에 머무른 기성새대와 달리 MZ 세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일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었고,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우리는 ‘하지 않는다’는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대학 MT 활동과 OT 활동 같은 과 활동이 필수적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내 생활을 위해서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새롭게 생겨났다.
하지만 새롭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낡은 세대 혹은 낡은 가치관과 부딪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만 나가도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만세!”를 외치는 노년 세대와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수능을 거부합니다!”라고 말하는 청소년 세대를 볼 수 있었다.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생기면서 우리는 조금 더 ‘오늘의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발을 뗄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이 일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따라만 가면 중간은 한다는 선택지가 안정된 길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인 꿈을 택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말이다.
그래도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와 새로운 경험을 통해 MZ 세대는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과감히 하며 분명하게 행복을 추구해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걸 최우선 목표로 여겼다면, 지금은 일상에서 스쳐 가는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걸 최우선 목표로 여기는 거다.
이러한 모습은 MZ 세대가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튜브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유명 BJ들은 모두 각자 나름의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선택지를 선택한 이레귤러들이었다. 그들의 소소한 콘텐츠의 성공은 이제 누구나 소비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 방송은 ‘1인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며 빠르게 정착하며 ‘유튜브도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려갔다. 이제 유튜브는 MZ 세대만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고령의 정치인들도 하나둘 뛰어들어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MZ 세대 사이에서는 그런 정치인을 향해서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새로운 행보를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크고 작은 호기심을 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미 유명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 한곳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린 오늘날 유튜브 시장은 제1순위 공략 시장이다.
‘유튜브’라는 공간은 지금까지 겨우 호흡기를 달고 이어져 오고 있는 ‘블로그’와 함께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면서 새로운 직업이 되자 자연스럽게 N 잡을 꿈 꾸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밤에는 브이로거 혹은 게임 스트리머를 하는 사람, 블로그를 운영하며 유튜뷰와 콘텐츠를 연동해 발행하는 브이로거, 그리고 블로그와 SNS 사이에서 공유하는 글들이 인기를 얻어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들. MZ 세대에서 생겨난 새로운 소비 형태는 이제 완전히 주류가 되었다.
대세를 따르는 대신 나의 취향을 따르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는 소확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자극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오래전부터 이 길을 걸어오고 있던 터라 <트렌드 MZ 20 19>를 읽으며 내심 놀라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세대가 정말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었으니까.
밀레니얼-Z세대에서 일어난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자세히 읽어볼 수 있었던 <트렌드 MZ 2019>. MZ 세대로 살아가면서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이 옳은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사람, 나와 같은 세대는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 MZ 세대를 공략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처럼, 아니, 나처럼, ‘선택하지 않는다’는 선택지와 함께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웃음)
* 위 도서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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