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가 만화로 그린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공포 만화의 대가 이토 준지가 그리다


 대학에서 일본 문학 수업을 통해 처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어로 원서를 읽는 수업이라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난이도가 높아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대원씨아이에서 발매된 만화 <인간 실격>을 통해 처음 작품을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그의 유작이자 자전적인 이야기로 유명하고, 일본 내에서 다양한 작품에서도 소재로 활용되거나 문학 연구 소재로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간의 치부를 극한까지 그려낸 충격적인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이라서 어떤 작품인지 궁금했다.


 소설 <인간 실격>도 읽으려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샀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역시 다른 가벼운 소설을 먼저 읽느라 조금 고전 소설로 분류하는 <인간 실격>은 점점 뒤로 밀리다 이제는 책장 어디에 책이 꽂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던 찰나에 마치 운명처럼 말하듯이 만화로 <인간 실격>을 만났다.


 물론, 만화로 그리져 있어 살짝 각색된 부분도 있겠지만, 일본 미디어믹스는 최대한 원작 그대로 이야기를 그리는 경우가 많아 큰 걱정 없이 만화 <인간 실격>을 펼쳤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공포 만화의 대가로 유명한 이토 준지가 그렸기 때문에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책을 펼셔처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잠시 말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이를 먹어 초췌한 모습의 주인공이 어떤 여성과 함께 자살하기 위해서 강으로 뛰어드는 와중에도 죽기 싫어 본능적으로 끄나풀을 잡으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주인공은 이 상황에 놓인 걸까?




 <인간실격>은 그 충격적인 장면에서 ‘나는 타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가진 행복의 관념과 세상 모든 이들이 가진 행복의 관념이 완전히 어긋난 듯한 불안감.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신음하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라는 문장 이어지며 주인공의 성격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주인공 요조는 엄격한 규율의 집에서 자란 소위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소위 부잣집 도련님 캐릭터는 부유한 생활을 즐기며 윤택한 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인공 요조는 그 상황에서 괴로워하면서 광대 노릇을 하며 사람과 부딪히는 생활을 어떻게 해서라도 넘어가는 데에 급급했다.


 그는 평소 장난꾸러기로 보이는 행동을 철저히 했지만, 실제로는 장난꾸러기와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게다가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정신적 한 부분이 망가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에 처해 있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의 독백 한 장면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서로를 기만하면서도 맑고 명랑하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 저는 너무도 난해합니다.’

‘어린 사람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는 것은 가장 추악하고 하등하고 잔혹한 범죄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견뎌냈습니다.... 이로써 또 한 가지, 인간의 특징을 들여다보았다는 기분마저 들어서, 그렇게 힘 없이 웃었습니다. 이 증오해야 마땅한 범죄를 부모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나의 고독한 냄새가 수많은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맡아 훗날 여러모로 이용케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본문 36)


 너무나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는 다자오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살짝 혐오감을 느껴버릴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린 이토 준지의 그림은 책을 읽는 내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 오바가 겪는 중학교 생활에 겪은 비극과 고등학교에 올라와 겪는 모종의 사건들.


 그 사건들은 주인공 요조 오바가 인간 불신과 혐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기도 했다. 요조가 처음 매춘부를 안는 이야기부터 공산주의를 외치는 집단에 들어가 사회의 격변기를 겪는 모습도 이토 준지의 그림을 통해 섬뜩할 정도로 그려져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눈을 좀처럼 뗄 수가 없었다.




 이토 준지X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인간의 치부를 중후하게 그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 이토 준지의 그림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소설에서 읽는 장문의 묘사가 없어도, 주인공 요조 오바의 시점에서 보는 잔혹한 심리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지금까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을 미처 손이 닿지 않아 읽지 못했다면, 이번에 대원씨아이에서 발매된 만화 <인간 실격>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탁한 분위기에서 그려지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그리고 이야기를 짓누르는 듯이 받쳐주는 이토 준지의 그림. 이 두 가지 요소는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치 텅 빈 허무 속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만화 <인간 실격>을 읽게 해줄 것이다.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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