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13회 혈투 끝에 한국 시리즈 우승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1. 13. 08:00
눈부시다는 말로도 부족했던 한국 시리즈 6차전 13회 연장 혈투, 8년 만에 우승 차지한 SK 와이번스
아시안 게임 때문에 일시 정지되어 시즌 종료가 길어졌던 한국 야구가 드디어 끝을 맺었다. 11월 12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경기가 끝날 때는 오후 11시 30분을 넘어가는 13회 연장 혈투 끝에 SK 와이번스가 8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말 역사에 남을 정도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나는 NC 다이노스 팬이라 두산과 SK 어느 팀이 이기더라도 사실 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번 한국 시리즈의 행방을 매일 같이 지켜보고 있었다. SK와 두산 두 팀이 펼치는 승부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수준 높은 시합을 보여주면서 한국 시리즈의 재미를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월요일(12일) 잠실 구장에서 펼쳐지는 3승 2패의 SK와 2승 3패의 두산의 대결. 일찍 야구를 볼 생각에 오전 오후 중으로 해야 할 일을 8할 정도 끝내고, 야구를 보면서 남은 2할 정도의 일을 처리했다.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야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SK가 3점을 먼저 내고도 무사 2루 상황에서 계속된 번트 작전이 실패하며 결국에는 동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시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을 띠었는데, 두산이 기어코 역전 점수를 올리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린드블럼을 마지막에 올리며 시합을 잡고자 한 거다.
9회 초에 올라온 린드블럼은 2사까지 깔끔하게 막았지만, 그동안 침묵하던 최정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잠실 구장을 침묵하게 했다. 최정의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는 순간 SK 팬들은 환호를 질렀고, 두산 팬들은 비명을 질렀다. 채널을 오가며 이 장면에 딱 걸려서 봤을 때는 미쳤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극적으로 4:4 동점을 만든 SK와 두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각 이닝을 막았다. 두산이 찬스를 잡았다가 기회를 놓치면, 곧바로 SK도 찬스를 잡았다가 놓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용호쌍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 팀의 싸움이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공 한 구, 한 구에 시선이 빠져들어 가고 있을 때 바로 사건이 터졌다. 13회 초에 2사 후 한동민이 유희관을 상대로 극적인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5:4의 스코어로 다시 승부의 추를 SK로 가져왔다. 역시 대포를 가지고 다니는 팀다운 홈런으로 승부하는 SK였다. 그리고 이 점수는 곧 SK의 결승점이 되었다.
13회 말에 올라온 이틀 쉬고 올라온 김광현은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무려 최고구속 154km의 직구를 구사하며 두산 타석을 완벽히 틀어막으며 8년 만의 SK 와이번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합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올라온 김광현이 투구하는 모습은 굉장해서 어떤 수식어가 하나도 필요 없었다.
압도적인 구위를 내세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환호하는 순간, 13회까지 이어진 이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가 찍혔다. 비록 내가 응원하는 팀인 NC가 떨어졌어도, NC 출신 해커가 있던 넥센을 이기고 올라간 SK가 이기기를 내심 바라고 있던 터라 SK 우승 확정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로써 8년 만에 SK는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고, 힐만 감독은 일본 니혼햄의 감독으로 일본 시리즈 우승과 한국 SK 감독으로 한국 시리즈를 우승한 첫 감독이 되었다. 힐만 감독이 올해로 마지막으로 한국 리그를 떠난다는 게 무척 아쉽지만, 외국인 감독이 가진 장점과 능력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감독이 또 생길 수 있을까? 힐만 감독처럼 이렇게 좋은 감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 다시 또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아무튼, 13회 혈투 끝에 끝난 SK 두산의 한국 시리즈 6차전 데일리 MVP는 연장 승부를 이끌어가는 데에 기여한 문승원 선수가 선정되었고, 한국 시리즈 MVP는 마지막 극적인 홈런을 터뜨린 한동민 선수가 선정되었다. 역시 한국 시리즈 MVP는 한국 정서상 마지막 경기에 인상이 깊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6회에 흔들리기는 했어도 시리즈 내내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준 켈리가 받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우승에 극적으로 기여한 한동민 선수가 한국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터트린 홈런과 타점은 MVP 단어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SK는 정말 모두가 강한 팀이었다.
과연 내년 KBO 리그는 어떤 형태로 이어갈까? 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압도적인 전력으로 시즌을 1위로 마감한 두산의 우승이 SK 와이번스의 놀라운 기백으로 우승컵을 손에 들었다. 내년에도 올해의 한국 시리즈 같은 뜨거운 시합이 펼쳐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제발 타고투저는 좀 고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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