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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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르바이트와 일본 취업, 그리고 일본 직장인 라이프를 읽다


 내가 졸업을 앞둔 부산 외국어 대학교는 일본어과가 상당히 큰 대학이다. 이번 졸업 시즌을 앞두고도 많은 일본어과 학생이 일본 취업에 성공하면서 학교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주변에서도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후배와 동기도 있어 상당히 효과를 거둔 건 분명해 보인다.


 처음에 나는 일본 취업을 고려하면서도 다른 방면으로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크리에이터로 일하기 위해서 준비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험난한 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또 어려움이 있어 ‘과연 나는 몇 년 동안 먹고 살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는 고민이 들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콘텐츠 생산과 관련된 일뿐이라 난처했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은 콘텐츠 생산과 관련된 일이라 그쪽으로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 그래서 만약 일본에서 일한다면, 미디어 혹은 출판사 관련된 업종에서 도전하고 싶다. 지금은 눈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


 오늘 읽은 책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또한 선택지 고민에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들어서 책을 읽었다.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는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일본 아르바이트 어디까지 해봤니?’라는 소제목으로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 짧게라도 일을 해본 사람들의 경험담이 들어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워홀을 통해 단순히 일본을 즐기는 게 아니라 일본을 배우면서 내 삶에 어떤 요소로 만들었고, 어떻게 지금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촌 여동생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1년간 지내다 돌아온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아 호주로 가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이 싫어서 해외로 도피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무언가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해 그곳에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의 장점은 바로 그런 거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면, 일단 마음껏 일본에서 살아보면서 ‘내가 구체적으로 일본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에서 읽은 몇 가지 이야기 중 워킹홀리데이에 참여해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오전에는 일본어 학교, 오후에는 호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에는 다시 식당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하루 3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워킹 홀리데이 1년을 마치고 유학비자로 전환해서 일본어 학교에 다니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패션이 좋아 일본에 왔고, 1년 동안 일본의 패션과 문화를 접한 후 다시 프랑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려고 계획 중인 사람도 있었다. 다들 놀라울 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본문 30)


 흔히 말해서 어디를 가더라도 절박한 사람만 살아남고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도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본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일본에서 만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앞의 말이 ‘진실’임을 보여준다. 사는 걸 쉽게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정도로 절박하고 치열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슬로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손에 쥐게 된다. 치열하게 산다는 건 지금을 희생해서 내일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오늘을 치열하게 살되, ‘오늘 하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자 도전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사람은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두 번째 장은 ‘일본 취업을 알려주마!’라는 소제목으로 일본에서 취업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 적지 않은 사람이 한국에서 열리는 취업 박람회 혹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 일본으로 나서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 취준생과 함께 경쟁하며 취업을 한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책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의 두 번째 장에서는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학교 외국인 유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일본인 친구가 어떤 면접을 거쳤을지도 알 수 있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열심히 눈을 빛내며 읽은 글이 하나, 놀라면서 읽은 글이 하나 있다.


“일본어 잘 못 하니까 힘들어. 토론 같은 것도 못 하겠어.”

첫 직장에서 중국인 동기가 연수 중에 내게 했던 말이다. 이 동기는 엔지니어였는데 일본어가 서툴렀다. 다들 간단히 통과하는 테스트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당당히 내정을 받고 입사한 정사원이었다.

일본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들 일본어를 잘하겠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취직하려면 일본어를 잘해야 할까? 한국처럼 대단한 스펙이 필요할까? 내 대답은 노(NO)다. 물론 잘하면 적응도 빠르고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본어가 아니다.

일본은 아직 종신 고용 문화가 남아 있어서 회사에 잘 맞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아 성장시켜 나가는 곳이 많다. 그래서 스펙보다 그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 같은 본래 가지고 있는 모습을 중요시한다. 일본 회사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있기에 당장 능력이 없어도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적합한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잘 전달하면 어느 회사든 입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본문 157)


일본 회사 대부분은 면접이 끝난 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고개를 숙여서 인사해주었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면접 질에 나는 놀랐으며 반했다. 한국에서 소모품으로 취급받았다고 느꼈는데 (물론 내가 다닌 회사에서의 한정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면접할 때는 나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대해준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회사라면 나 같이 마음 여린 사람도 잘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본문 192)


 윗글에서 전자는 눈을 빛내며 읽은 부분이고, 후자는 놀라면서 읽은 부분이다. 보통 일본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취업의 기본 조건 중 하나는 JLPT N1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JLPT N2 정도만 되더라도 일단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N1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다. 내가 N1을 가지고 있어도 막상 대학에서 시험을 치를 때마다 모르는 한자와 일본어가 많아서 ‘에에에?’라며 헤매고, 일본 현지 가게에서는 말이 너무 빨라 ‘????’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N1이 일본어 능력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일본 회사에서 중요한 건 일본어가 약간 서툴러도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자세다. 이건 일본 취업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도 내 일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취업 전선에서 남보다 일찍 골인할 수 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거다.


 한국에서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지 못해 어영부영 일하며 ‘난 불행해.’라며 자책하다 일본에서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눈을 돌린다고 세상이 확 바뀌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확 달라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최소 그 정도의 자세를 갖고 있어야 일본에서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글을 읽어보면 일본이 어떤 문화를 가진 나라인지 잘 알 수 있다. 그저 직장인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온전한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의 악덕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블랙 기업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영화로 개봉해 화제가 된 <잠깐만, 나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작품이 일본 블랙 기업을 다룬 일본 영화이자 소설이다. 때때로 열심히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블랙 기업에 빨대가 꽂히면 생기를 잃어버린다. 그런 때는 재빨리 다른 수단을 찾아 벗어나야 한다.




 한국을 벗어나 일본에서 일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 그저 도피처로 일본 기업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자기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책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세 번째 장은 바로 그렇게 혹독한 일본 취업 전선을 뚫고,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일본 직장인을 알고 싶다 : 생생 일본 직장인 라이프’ 소제목으로 글이 정리되어 있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일본 직장인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여러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모두 감수하고서 일본에서 일하며 사는 일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세 번째 장. 한국과 조금 다른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동시에 일본 직장 생활을 준비할 때는 무엇에 비중을 두어야 할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장이었다.


 책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을 읽으며 추상적이었던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일본을 만난 사람들,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일본을 알고자 한다면 역시 직접 일본에서 체험해보는 게 최선이다.


 지금 일본 취업 혹은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을 통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문제 해결에 답안지를 제공해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떻게 답안지를 작성하면 좋을지 큰 힌트를 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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