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음주 운전 적발과 대응이 문제인 이유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11. 2. 07:30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며 비판한 국회의원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의식이 상당히 강하다. 몇 사람은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어려운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이러한 사례를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제 뉴스로 보도된 한 국회의원의 사건도 그렇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31일에 음주 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되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이용주 의원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사퇴 의사는 일절 없었다.
나는 이 모습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의식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용주 의원은 과거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불만이 커지자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다.”라며 분위기에 편승해 강한 비판을 했었다.
그런 인물이 자신이 직접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니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려고 하는 거다. 당연히 이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행동이다. 한 명의 시민이 아니라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 그는 곧바로 머리를 숙이며 사퇴해야 한다.
그 정도의 처신은 해야 ‘아, 이 사람이 정말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구나.’라며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시민들은 그 사람을 용서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제 밥그릇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모습은 시민들의 실망과 허탈을 자아낼 행동에 불과했다.
ⓒJTBC 뉴스룸
한국 정치에서는 이런 모습이 곧잘 노출된다. 특히 과거 박근혜 정부 때부터 비리를 일삼은 사람들은 “그동안 관행으로 해온 일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죄가 되고 있다.”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말 하나로 얼마나 정치인과 시민 사이에 커다란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엿볼 수 있다.
그들은 ‘관행’이라는 이유 하나로 비리를 너무나 쉽게 해온 거다. 매번 국회에서 “사퇴하세요!”라고 외치며 시민들에게 ‘사퇴하세요! 마스코트 의원’으로 불리는 야당의 한 의원도 자신의 비리가 밝혀져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관행처럼 해온 일이라 잘못인지 몰랐다.”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여당 의원이 어떤 허점이라도 보이는 순간 “국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사퇴하세요!”라고 외치는 그 의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그런 책임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잘못인지 몰랐다고 변명하고, 이미 그 문제는 해결했으니 다음부터 주의하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 정도가 한국 정치 수준이다.
만약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으면, 당장 그 날로 의원직에서 사퇴해 다음날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申し訳ございません。(죄송합니다.)”라며 그 의원뿐만 아니라 최고의원 수준에 해당하는 의원도 함께 사죄 성명을 발표했을 거다. 일본을 편드는 게 아니라 이런 부분은 배워야 한다는 거다.
정치만 아니라 기업에서 벌이는 일도 비슷한 형태로 우리나라는 흘러간다.
얼마 전에도 CJ 택배 상하차 컨테이너에서 불의의 사고로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에 대해서도 CJ 택배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를 하는 게 아닌, 협력 업체 운운하며 책임을 피해만 갔다. 정치의 엉망인 모습인 경제와 사회에서도 그대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부모와 아이들 간에서도 곧잘 그런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 사이에서 “너희 집 아파트 얼마야?”라고 물으며 경제 수준으로 차별을 하고, 어른들은 그런 행동을 말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발 더 나서며 부추기는 실정이다. 과연 이런 게 정상인 걸까?
인터넷 기사 댓글과 SNS 타임라인을 보면 모두 이런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착각. 한국 사회의 갑질 문제도 최고위층과 아랫사람 사이가 아니라 고만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히 일어난다.
그러면서도 ‘나는 괜찮겠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라는 인식이 문제인 거다. 어제도 한 매체를 통해 입주민의 폭행을 당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한 경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를 탔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사소한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 발의에 동의하고,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의원도 '설마 내가 걸릴까?'라고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의원의 대응자세는 고작 자숙의 시간을 가진다는 말 한마디. 이 모습은 왜 한국 정치와 사회가 엉망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번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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