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슈퍼 인턴 모집 영상에서 본 한국

나이, 성별, 학력, 경력을 적지 않은 채 JYP 엔터테이먼트에 인턴 지원서를 낼 수 있다면?


 어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서 우연히 JYP 슈퍼 인턴 모집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은 많은 사람에게 유명한 연예 기획사 JYP에서 인턴을 모집하는 공고로, 나이와 성별, 학력, 경력 상관 없이 오로지 그 사람의 진지함과 열정만 보겠다며 마음껏 지원을 해보라는 박진영의 영상이 담겨 있었다.


 오늘날 한국 사람이 취업난에 가진 불만 요소 중 하나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라는 불만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많아 어느 분야에서도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인맥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인맥이 그 사람이 손을 뻗을 수 있는 세계의 넓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인맥이 있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인맥을 활용해서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게 나쁜 일이다. 정치인이 ‘전관 예우’ 형태로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사기업의 자리에 앉는 일은 늘 한국 사회 문제로 제기된다


 하지만 그 문제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정한 과정을 통해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처벌받는 일은 잘 없었다. 정치인들은 사퇴하더라도 이미 그만큼의 이익을 보았을 때가 대부분이고, 조용히 몇 년만 지내다가 다시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미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JYP 슈퍼 인턴 모집 공고가 관심을 받는 이유가 지원자의 나이, 성별, 학력, 경력을 보지 않은 채, 오로지 그 사람의 열정을 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글을 적으면서도 이게 특별한 일이라는 게 무척 안타깝다. 나이, 성별, 학력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아닌 차별이라는 비상식을 우리는 상식으로 여겼고, 지금도 그대로 비상식을 상식으로 대하고 있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SNS 서포터즈 모집 지원서만 하더라도 나이와 성별, 학력을 적을 뿐만 아니라 사진까지 첨부해서 내야 한다. 굳이 이런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 걸까?


 점차 한국에서도 증명사진 첨부를 하지 않고, 서류 제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부분에서도 한국은 크게 변했다고 볼 수 없다. 일본에서는 취업하기 위해서는 ‘스펙’이 많은 서류보다 면접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얼마 전부터 읽고 있는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일본 회사 대부분은 면접이 끝난 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며 엘리베티어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고개를 숙여서 인사해주었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면접 질에 나는 놀랐으며 반햇다. 한국에서 소모품으로 취급받았다고 느꼈는데 (물론 내가 다닌 회사에서의 한정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면접할 때는 나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대해준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회사라면 나 같이 마음 여린 사람도 잘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본문 192)


일본에서 취업 활동을 하면서 5살 많다고 불이익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취업 공백 기간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그 일들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있었는지에 관해 물었다. 면접이 진행되었던 12개 기업은 모두 내 나이보다는 나의 경험과 그에 따른 변화에 집중했고 관심을 가졌다. (본문 202)


 물론, 일본 기업들이 나이를 전혀 보지 않는 건 아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신입 채용에서는 한 살이라도 어린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하지만 면접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취업 활동 문화는 분명히 한국에서 단순히 외관상으로 보이는 스펙 중시 풍토와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일본 기업은 신입 사원은 약 6개월 정도의 과정을 통해 ‘교육을 한다’는 생각으로 갖은 시행착오를 통해 업무를 습득하도록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먼저 빠르게 굴리며 본인이 악착같이 매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시스템이 많다. 대기업에 취업해도 1년 만에 그만두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그저 부속품으로 대하는 풍토는 사람의 인간성을 메마르게 한다. 이러한 방식이 맞는 사람은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늘 ‘퇴근 시간’ 하나만 바라보며 지낼 때가 많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닌가.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일하며 점점 살아가는 낙을 잃어버리는 건 그 자체로 불행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이 인기 직장인 이유는 그래도 다른 기업과 달리 퇴근 시간이 확실히 보장되어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사유 시간이 보장된다는 거다. 그래서 공무원 천하제일이 된 거다.


 과연 이런 방식이 옳은 건지 한 번쯤은 의구심을 가져볼 일이다. 현재 JYP에서 발표한 슈퍼 인턴 모집은 네이버 폼(링크)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네이버 폼에 기재된 질문 사항에 답변하는 것만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면,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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