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촛불 시민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

촛불 시민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단기간에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엉망인 한국을 바로 세우는 데에 기여한 촛불 시민들이 다시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외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시하는 전 정부 적폐 청산 작업이 아직 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똑바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촛불 시민이 바란 건 박근혜의 끄나풀 처리와 잘못된 민주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뿐만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가진 자를 위주로 돌아가던 한국 사회의 재정립, 교육 문제의 해결, 그리고 최저 임금 상승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조금 더 폭넓은 의미의 요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사에서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서 하나씩 실천해나갔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의 기대는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조금 지나칠 정도로 문재인 정부가 많은 일을 바로잡아주기를 바랬다. 당연히 그 높은 기대는 실천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안 한 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거다. 취임 초기부터 자유한국당의 끈질긴 견제를 받으면서 뭘 하나 해보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또한,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 대한민국은 아무리 머리가 바뀌어도 몸통이 썩은 몸통 그대로라 연거푸 문제가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머리만 아니라 몸통을 머리와 함께 바꿀 수 있도록 개헌을 통해 4년 연임제 제도와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도 대통령 선거와 함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불이익일 뻔한 이 상황을 야당 국회의원은 격하게 반대했고, 여당 내에서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에 가장 힘이 되어야 하는 촛불 시민들도 ‘어? 그게 뭐야? 대통령 연임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꼭 필요해?’라는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며 최초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여기에는 아직 선진 정치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성숙한 시민 의식도 원인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썩은 머리와 썩은 몸통을 함께 교체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자칫 자신의 목을 조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사라지자 야당은 다시금 활개 치기 시작했다. 박근혜 세력과 싸우며 분당을 선택했던 자칭 보수 정당은 다시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다.


 대통령이 무슨 개혁을 하려고 하면 일단 나서서 반대했다. 그 개혁이 자신들이 과거 정책 개혁으로 내세운 목표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우리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다.”라는 식으로 일단 태클을 걸기 바빴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드루킹 사건을 가져와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까지 했다.


 ‘내가 죽든, 문재인 대통령이 죽든지 함 가보자.’라며 철저하게 선언한 그 단식 농성은 결국 자신이 먼저 포기해버렸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심심하면 그러한 사건을 꺼내 들고 있다. 믿었던 드루킹 사건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자 그때야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하며 물타기를 이어갔다.



 이렇게 ‘삼류’라는 말이 아까운 정치인들이 연거푸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방해하면서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바라는 정치와 사회, 교육 분야 등의 개혁은 최소 10년을 내다보면서 하나씩 수정해야 하는 일인데, 시민들은 1~2년 만에 세상이 뒤집어지기를 바랬다.


 그렇게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건 과거 박정희 대통령처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모조리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가능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1인 카리스마를 내세워 발 빠르게 개혁을 이루어나갔고, 그 개혁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큰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다툼과 화해를 통해 하나씩 갈등 요소를 줄여나가는 일이 필요한데, 그 과정 자체가 지지부진하게 ‘무조건 반대! 무조건 철회!’ 주장하는 정치인과 그 정치인을 돕는 기득권 세력이 너무나 강해서 꼼짝도 할 수 없는 거다.


 더욱이 시민들 또한 반반으로 나누어져 대립하면서 내일이 아니라 오늘 당장만 보고 있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잘못되었고, 박정희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산업화를 맞아 급속도로 성장한 그 시절은 그저 과거일 뿐이다.


 지금은 모든 선진국과 나라가 저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고, 화력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며 공장을 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혁신을 개발하는 데에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런데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달라진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과거만 고집하는 거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평균 연령만 보더라도 왜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 교육 각 시스템이 바뀌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치 개발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치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제 밥그릇 챙기는 늙은 정치인이 모인 노인정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겠는가? 쉽지 않다. 하나를 해결하려고 해도 오랜 세월 권력과 부를 축적한 그들이 가진 힘은 너무나도 쉽게 정권을 흔들고, 여론을 흔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오늘날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짜 뉴스로 시민들을 갈라서게 하는 현재를 보라.


 이미 많은 시민이 한 번 낚인 그물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한국 시민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한 국가에서 경제력은 커졌지만, 시민의식과 문화와 정책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한국에서 장기적인 정책은 빛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늘 ‘조삼모사’ 정책만 추구하는 거다.



 일단 최저임금이 올라 내가 좀 더 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 임대료 조정과 부동산 개혁이 필요한데, 개혁안만 내놓으면 “내 땅값 내려간다!”라며 결사반대를 외치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며 정부 행동에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에 바쁘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부동산을 소유하며 먹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노년이 되어 경제생활은 임대료 수익뿐인데, 그걸 또 제 자식들에게 주려고 하니 시세가 내려가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죽자고 오늘 다른 젊은 세대가 다 죽어 나라가 망해도 나와 내 자식은 살아야 한다며 부동산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을 있는 사람만 아니라 없는 사람도 똑같이 가지고 있어 한국은 달라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최악을 향한 선택을 하고, 새로 판을 짜보려고 하는 대통령을 향해 ‘지금 당장 우리한테 이익이 될 수 있는 일만 하라!”라며 아무것도 못 하게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부동산 하나는 50년이 넘게 갈 수 있지만, 정책은 5년을 채 가지 못한다. 재벌은 망하지 않아도 정권은 금방 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자들은 지금 당장 내 것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가짜 뉴스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이고, 로비를 통해 정치인들을 움직인다. 한국은 일제 독립 전후 늘 그랬었다.


 독일처럼 한 번 철저하게 뒤집지 못하고, 현상 유지를 하며 이름만 줄기차게 바꿔왔다. 이러한 모습은 모 정당의 모습과 유사하며, 이는 한국 정치와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잡초처럼 너무나 질긴 이 뿌리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년, 그 질긴 뿌리와 계속 싸워왔다.


 하지만 너무나 질긴 그 독성 잡초 뿌리는 흔들리기는커녕, 뿌리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는 더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가계 소득이 오르더라도 격심한 양극화와 함께 후진국 수준의 정치와 사회에서 발전하지 못하도록 앞을 몇 년이고 앞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안을 통해 독성 잡초를 뿌리째 뽑아 몸통과 몸을 함께 바꾸는 힘을 한국 시민이 가질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제 발로 뻥 차버리고 말았다. 촛불 시위가 다시 필요했던 때는 2년이 지난 지금이 아니라 바로 그때이지 않았을까?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기회를 놓쳐버린 지금, 우리는 그저 목표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신세다. 여기서 촛물 시민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를 도와 다음 세대의 정치로 나아갈 준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내 지갑을 챙기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정치를 할 것인지.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 한국은 중국과 미국 무역 경쟁에 끼여 경제가 다시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높은 수출 의존도, 그리고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하지 못한 채 기득권의 이익을 살리는 산업 구조의 고집. 결국 이 모든 일은 전 정부가 주도한 일에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모든 비판을 문재인 정부가 받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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