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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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덕후라면 한 번은 가봐야 할 서울 국제 도서전, 드디어 방문해보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나는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 방학에 접어들면서 몸에 긴장이 풀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긴장한 상태로 아침 일찍 잠이 깨어 바쁘게 밖에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왜냐하면, 금요일에 서울 국제 도서전을 다녀오기 위해서 아침 KTX 표를 끊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하는 터라 김해에서 구포로 이동하는 과정도 제법 낯설었다. 구포에서 비좁은 KTX에 몸을 실은 뒤 곧바로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벌써 대전에 도착해있었을 정도로 ‘비좁은 차량 안에서 이렇게 잠들 수가 있나?’ 싶었다. 그만큼 서울 국제도서전을 가는 일은 잠을 설치게 했던 거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역 플랫폼에 갈 일도 없이 곧바로 KTX 하차장에서 4호선을 타기 위해서 움직였다. 예전에는 항상 서울역 플랫폼으로 나가 화장실도 잠시 가고, 떨어진 물도 한 통 사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바로 역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부산에서도 동래에서 남산으로 가는 일 말고는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복잡한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살짝 긴장도 되었다. 하지만 일본처럼 모르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표지판을 보면서 빠르게 움직였고, 금방 4호선에서 급행 9호선으로 갈아타 봉은사 역으로 향했다.


 문제는 봉은사 역에서 코엑스 전시관으로 가는 길이 문제였다. 봉은사 역에서 내리면 눈앞에 바로 코엑스 전시관 입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엑스가 아닌 다른 간판들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사람들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가면서 “코엑스 전시홀은 어딘가요?”라고 물어물어 찾았다.


 드디어 ‘2018 서울 국제도서전’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전시홀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미리 네이버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둔 덕분에 입장료 5,000원을 내지 않고 티켓을 받아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김영사’와 ‘한빛 출판네트워크’라는 두 출판사의 이름이었다. 이 두 출판사는 한때 블로그를 통해서 짧은 인연이 있던 출판사였다.


 한빛 출판네트워크에서는 과거 ‘비즈 리더스’라는 이름으로 서평단 활동을 한 적이 있고, 김영사도 비슷하게 서평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한빛 출판네트워크의 ‘비즈 리더스’라는 이름의 서평단은 존재 자체가 없어졌었고, 김영사 출판사의 책은 나와 맞지 않는 책이 맞아 서평 의뢰도 거절했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친분을 쌓을 수도 있는 두 출판사였지만, 그때 이후로 연락이 끊어져 이제는 잃어버린 과거에만 남아있었다.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해오는 동안 새롭게 만난 인연도 많지만, 이제 사라져버린 과거에 남아있는 인연도 많았다. 사람의 삶은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책의 저자들도 항상 책을 통해서 사람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는 걸 강조한다. 오늘의 내가 불행하다고 해서 꾸준히 불행한 것도 아니고, 내 사랑이 지금 아프다고 해서 항상 아프기만 한 게 아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반복되는 굴곡을 그리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거다.


 서울 국제도서전 행사장 입구로 들어와 처음 눈에 들어온 ‘김영사’와 ‘한빛출판네트워크’의 이름과 책을 간단히 살펴보고, 나는 곧바로 서울 국제도서전 행사장을 찾은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이 열리는 라이트 노벨 전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도 나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었다.





▲ 나도 조승연 작가처럼 여러 활동을 해보고 싶다.





 원래는 지금의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하나에 라이트 노벨과 만화책 후기도 함께 적었지만, 지금은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통해 따로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올리고 있다.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시사 관련 글을 연재할 때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비판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블로그를 열심히 키우던 나는 민감하게 받아들여 고민하다 결국에 새롭게 블로그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꾸준히 다양한 카테고리를 지켰으면 어땠을까?’ 하면서도 새로운 블로그를 잘 만들었다고도 생각한다.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는 라이트 노벨, 만화, 애니메이션 등 일본과 관련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또 나름의 사랑을 많이 받는 블로그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노벨 출판사인 소미미디어와 학산문화사, 그리고 대원씨아이에서도 많은 작품의 협찬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일각에서 열리는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여러 한정 상품을 사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는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라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아무튼,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본 곳이었다.




▲ 덕후에게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을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이죠!




▲ 이벤트를 통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증정!



▲ 이러한 책 쌓기는 일본에서 서점을 방문하면 곧잘 볼 수 있는 쌓기입니다.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 참고!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당신의 눈을 적실 영화 후기

[도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떨어지는 벚꽃잎을 닮은 소설 후기




▲ 이제는 양자역학도 만화로 배웁니다. (웃음)






▲ 카카오 브런치 서비스와 함께 하는 부크크 서비스.





▲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은 유튜브의 신도 있었고, 읽어보고 싶은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만났다.


[도서 후기] - 유튜브의 신 대도서관은 어떻게 억대 연봉을 벌까



▲ 미움 받을 용기가 다른 스타일로 나와 있었다. 책의 표지와 종이의 질감이 무척 좋았다.


[도서 후기] - 미움받을 용기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 책에 뿌리는 향수가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 21세기 북스와 아르테 부스에서 만남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일본 소설 '기억 술사' 이것도 저장.




 라이트 노벨 출판사를 둘러본 이후에는 서울 국제도서전 행사장 전체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한 출판사도 많았고, 이름을 아는 출판사에서도 알지 못한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인터넷을 통해 책을 찾아보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책을 만나는 일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달랐다.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책을 만나는 일은 단순히 제목을 보는 일이 아니다. 책으로 만들어진 종이의 질감을 느끼면서 페이지를 넘겨보며 책을 알아가는 일이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 서점에서도 미리 보기 서비스를 통해서 책을 읽어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읽는 게 더 좋았다.


 그래서 종종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해보는 일이 책 읽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오늘 나도 서울 국제도서전을 통해 인연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책을 만났고, 몇 권은 그 자리에서 10% 할인된 가격으로 사서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중 소개하고 싶은 책은 '집주인과 나'라는 책이다.



▲ 서울 국제 도서전 내 일본 국제 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 일본어 원서 라이트 노벨을 판매하고 있었고



▲ 다양한 일본 책을 만날 수 있었다.



▲ 내가 구매한 '집주인과 나' 라는 만화


 이 책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구매한 ‘집주인과 나’라는 이름의 짧게 읽을 수 있는 만화다. 일본에서 개그맨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주인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겪은 일상을 소박한 그림체로 그린 만화로,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처음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대학에서 들은 통역 수업을 통해 교수님께서 소개를 해주신 게 계기가 되었다. 통역 수업에서는 일본의 다양한 뉴스를 들으면서 통역 연습을 했는데,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하니 재미가 없어 “좀 더 재미있는 소재도 해요!”라는 내 의견을 통해 책과 관련된 뉴스를 만났었다.


 ‘집주인과 나’는 저자가 직접 나레이션을 하면서 짧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무척 소박하고 따뜻해서 한 번에 마음에 들어왔었다. 한국에 번역되어 정식 발매되면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찰나, 이번 서울 국제도서전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책을 만나게 되어 바로 샀다!



 어차피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어서 일본어라도 책을 읽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고, 일상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가벼운 만화라 공부에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부스에서는 일본 라이트 노벨, 잡지 등 다양한 책을 판매하고 있어 실로 흥미롭게 둘러보았다.


 혹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 중 이번 주말에 서울 국제도서전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부스도 꼭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이렇게 다양한 부스 이외에도 서울 국제도서전 B 전시관에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체험관, ‘읽는 약국’이라는 공간도 있었다.




▲ 읽는 약국에서 상담을 받아보자!


▲ 지금 나에게 맞은 약봉투(책)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읽는 약국’은 관람객이 약국의 직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직원이 관람객의 고민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굉장히 신선한 스타일이라 눈을 빛내며 해당 부스를 둘러보았는데, 부스 한쪽에 전시된 책들은 약봉지를 연상하는 커버에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싶은 당신에게’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페이스북 타임라인으로 인사를 주고받던 페친 분과 우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읽는 약국’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 또한 책이 이끌어준 새로운 만남이었다. 서울 국제도서전을 보기 위해 서울을 찾는 일도 꽤 긴 시간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한 번 찾아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당장 서울을 찾는 일은 어려울 거다. 하지만 서울에 살거나 서울 근처에 살고 있다면,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 국제도서전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작가들의 팬 사인회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산에서도 ‘부산 국제 도서전’이라는 행사가 벡스코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서울 국제 모터쇼와 부산 국제 모터쇼가 1년을 교차해서 열리고, P&I 행사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부산과 서울에서 열리는 것처럼, 국제 도서전도 하반기 부산에서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오거돈 시장님 부탁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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