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박차오름이 전한 따끔한 일침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6. 27. 12:00
그냥 눈 가리고 입 닥치면 중간은 가는 사회
요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보면서 정말 많은 공감을 하는 동시에 시청자의 마음을 꿰뚫는 시원한 일침에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기도 한다. 민사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박차오름이라는 캐릭터가 한결같기 때문이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박차오름이라는 캐릭터는 놀라울 정도로 기성세대의 권위와 풍습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위급 인물들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도록 기다리면서 서로 눈치 싸움을 할 때, 박차오름은 "아무도 안 타시면, 제가 먼저 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엘리에비어를 탔다.
이뿐만 아니라 판사장과 부장 판사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구내식당에서만 먹다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세트로 통일이라니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꼰대를 향한 시원시원한 대처로 비쳐 큰 인기를 얻었다.
박차오름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법정에서 약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차오름이 성추행을 당해 해고를 당한 직원의 편에 서서 화를 내는 모습, 방황하는 아이를 찾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지난 월요일에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 10화>에서는 박차오름이 법원 내부 청탁에 관한 일로 법원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그리고 성추행한 상사를 고발한 사람이 해고를 당해 부당 해고 소송을 한 직원과 회사 측 인물을 만나면서 시청자와 함께 격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박차오름이 임바른 판사에게 말한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진짜 이유를 알겠네요. 더러운 모습을 보니 칼로 싹 쓸어버리고 싶어지니까."라는 말은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박차오름의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모습이 문득 떠오르지 않았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사회는 언제나 우리가 화를 내도록 한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원래 법을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미스 함무라비 9화>에서도 박차오름, 임바른, 한세상 세 판사가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불공평한 게 아니라 누가 더 우위에 서는 가에 따라서 득과 실이 나누어지는 법이다. 마음은 더러운 모습을 보기 싫어 칼로 싹 쓸어버리고 싶어지지만, 법이라는 도덕의 최소한을 따르는 우리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싫어도 어쩔 수가 없는 거다.
종종 우리 사회에서는 커다란 비리를 저지른 고위직 공무원이나 대기업 출신들이 불구속 처분이 되거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일에 분노하는 일이 잦다. 아무리 댓글에 열심히 그들을 향해 욕을 해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만들어도 법적으로 방어를 갖추면 뚫기가 쉽지 않다.
흔히 말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 영화 <변호인>에서도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고 하고, <미스 함무바리>에서도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취미라고 말해도, 현실은 절대 계란이 바위를 넘지 못하는 법이다. 계란이 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정말 일치단결해 계란의 크기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계란의 크기를 키워 바위를 이긴 사례가 촛불 혁명,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압승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일에 불과할 뿐이라서 조금 더 장기적으로 지켜보지 않으면 뭐라 확신할 수가 없다. 추악한 인간이 싫다고 해도 문득 돌아보면 그런 인간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임바른 판사는 <미스 함무라비>에서 "똑같이 추악한 인간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라며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이성적으로 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미스 함무라비 10화>에서 결국 해고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은 "자책도 후회도 안 하는 인간들 때문에 왜 우리가 후회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견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추악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우리도 추악하게 살 필요는 없고, 자책도 후회도 안 하는 인간들과 상대하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후회하며 자책할 필요도 없다. 조금 더 당당하게 자신을 가지고 살아도 괜찮다.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는 이렇게 우리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함께 우리가 이 험한 사회에서 잘 버텨야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참 좋다. 드라마를 읽으면서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소설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을 드라마로 보면서 함께 화를 내고 아파한다.
참, 좋은 드라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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