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어머니의 반평생에 삶의 지침이 있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8. 6. 18. 07:30
오늘도 우리 어머니는 살아가는 지침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이제 나이가 20대 후반에 이른 나는 가끔 ‘이제는 독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독립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사뭇 죄책감이 든다. 유시민 작가도 한 인터뷰에 출연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한테 가장 얘기해주고 싶은 거는 독립할 준비를 하라는 거예요.
대학을 다닐 때 청년들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 혼자의 힘으로 이 크고 험한 세상에 들어가서 살아갈 준비를 갖춰야 해요. 그게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거예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다는 고민을 하지만, 독립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오늘날처럼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대학생에게는 독립은 넘기 힘든 난관이 아닐까?
오늘 읽은 한 만화 <하하>는 한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다. 만화를 읽으면서 우리의 어머니는 반평생을 바쳐 일군 삶으로 무엇을 자식에게 남겨주려고 하고, 우리가 어떻게 삶을 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읽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도 ‘하하(はは 우리말로 엄마)’인 것 같다.
<하하>의 주인공은 여관을 하는 어머니의 밑에서 자라는 노부에다. 노부에는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는 여관의 삶에 싫증을 느끼면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어머니 키누요에게 반항한다. 이 정도의 인물인 만큼 보수적인 아버지 타지로와 얼마나 갈등을 겪는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노부에가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보낸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성인이 되어 반항심으로 독립한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쓰러지자 여관을 빼앗기 위해 찾아온 친척들과 겪는 갈등도 세심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어머니가 된 노부에가 아들 료타에게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처음 만화를 읽을 때는 그냥 철없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를 읽으면서 단순히 반항기 소녀를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어머니의 치열한 반평생을 그린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만화를 읽으면서 주인공 노부에에게 어머니가 해준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어머니의 삶이 농밀하게 녹아 있었다.
그 중 몇 가지 인상적인 대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노부야. 휴일이라고 쿨쿨 잠만 자면 어떡하니. 아침에 똑바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단다. 그날을 살겠다는 의사표현이니까.”
“그거야 그 감정. 남을 탓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잖니. ‘개똥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가 새들까지 똥을 날리는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 금방 시비를 거는 것도 네가 비슷해 보이니까. 시비 걸고 싶도록 하고 다니기 때문이지.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해…. 살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기는 법이니까. 명심해야 할 것은 나쁜 일도 냉정하게 받아넘길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너처럼 금방 열 받게 되면 부정적인 연쇄가 멈추질 않는단다. 살아가면서 인간력을 갈고 닦으렴. 그렇게 하면 안 좋은 일들도 점점 줄어들 테니.”
“야무지게 살려무나. 노부에게 엄마가 돼서... 아이가 생겼을 때 앞길을 똑바로 보여주는 거야.”
“노부에.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한 생물이 아니란다.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생물이야….”
만화 <하하> 마지막 장면에서 그려진 주인공 노부에의 독백에서 어머니가 남긴 금전적인 형태의 유산은 없었지만, 마음의 재산만큼은 수없이 남아있었다고 고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는 것을 가르쳐주신 위대한 어머니께 “고마워요.”라는 말과 함께 만화 <하하>는 마지막을 장식한다.
어머니가 된 노부에가 독립하는 24살 아들 료타에게 “싫은 일도 상관없어. 괴로운 일도 덤비라고 해. 살아가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별것도 아니니까.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겠지만… 그 전부 통틀어서 즐기는 거야.”라고 말한다. 거기에 “채소도 확실하게 섭취하고!”라고 덧붙이이면서.
그렇다. 어머니가 살아온 삶은 언제나 우리의 삶의 지표가 된 부분이 많았다. 좋든 싫든 자식은 부모를 통해서 배우기 마련이고, 부모는 자식이 조금이라도 더 삶을 똑바로 살기 위해서 하나라도 가르쳐 주고자 하는 법이다. 어느 쪽이라도 이 굴레가 깨졌을 때 우리는 ‘가정 파탄’이라는 단어를 쓴다.
최근 어머니의 자세를 알지 못하는, 아니, 부모로서 갖춰야 할 지침을 똑바로 알지 못하는 부모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노 키즈존’이라는 말은 단순히 어머니가 예절을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게 아니다. 부모가 삶의 지표로서 똑바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거다.
어쩌면 지난날 부모님이 자신에게 한 잔소리를 똑같이 하기 싫어서 일 수도 있고, 지난날 잔소리를 들으며 자란 자신의 시절에 대한 반항심을 품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사소한 잔소리 하나하나가 우리가 삶을 똑바로 살도록 해주는 지침이 된다. 혹 모르겠다면, 지금 당신의 삶을 돌아보라.
지금 당신이 사는 태도와 모습에는 좋든 싫든 부모님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때로는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지겹게 반복하는 그 말이, 세월이 지나 보면 삶을 유연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거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