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아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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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사랑하거나 누구와 함께 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책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사는 게 절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언제가 되어도 어렵다. 그 사람과 다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도 어쩌다 보니 그 사람과 갈등을 겪게 되어 스스로 상처를 입거나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괴로워한다.


 혼자가 익숙한 요즘 시대에서는 더욱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아서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립’에 가까운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를 끊고 지내면, 언젠가 스스로 삶에 지쳐 버리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나 따위가 고백은 무슨, 연애는 다른 세상 이야기지.’라며 지레짐작 포기하는 사람은 애착 관계, 즉, 연애라는 걸 절대 할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평범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받을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짙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를 읽어보면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


애착형성에 대한 두려움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뒤섞여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나스트가 책에서 묘사하는 현상들, 즉 완벽한 상대를 찾으려는 시도, 무분별한 성관계, 무책임함, 친밀함과 거리 두기 사이에서의 급격한 전환 등은 애착 형성에 대한 두려움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본문 22)


 애착 형성이라고 말하니 ‘연애’라는 단어가 깊이 연상될 것 같지만, 여기서 ‘애착 형성’은 연인 관계만 아니라 평범히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관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실에 대해 두려움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은 사람이 서투른 사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를 읽으면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이 겪는 공통적인 특징과 함께 그러한 두려움,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따라간다. 저자는 제일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라고 말하고, 그 이후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왜 하필 어린 시절?’이라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저자가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은 부모님과 관계가 현재의 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각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자신의 관계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어린 시절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고 낮은 정도에 따라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달라진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좀 더 자신 있게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애착과 자존감에 대한 심리적 욕구는 부모가 얼마나 애착 능력과 공감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말한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아이의 애착 욕구를 좌절시키는 부모의 태도에는 ‘육체적·정신적인 부재, 정서적 온기의 결핍, 공감 능력 부족, 경직된 권위 의식, 학대, 방치 등이 있다.


 어쩌면 요즘 청소년 혹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감정적 공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범죄는 위와 같은 부모의 태도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짝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의 가정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보아야 한다고 한다.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면 확실히 나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심해서 나는 근처에 사람이 오거나 손짓만 하더라도 화들짝 놀라거나 나도 모르게 방어 행동, 즉, 쪼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이러한 행동 때문에 중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을 겪기도 했다.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가해자들에게 나처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애는 딱 괴롭히면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채우기 좋은 먹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 때문에 나는 몇 년 전까지 꾸준히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했고, 때때로 찾아오는 감정의 폭풍이 신체적 이상을 불러일으킨 적도 적지 않았다.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에서 저자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면, 약간의 시간들 들여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꼭꼭 눌러 적어보세요.’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항우울제를 치료받으며 병원에 다녔던 시절에 겪은 증상을 볼 수 있어 깜짝 놀라면서도 그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한 번 정확한 의식 속에서 천천히 느껴보세요. 무언가가 힘들다고 생각되면 당신이 관계에서 겪었던 갈등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상처받은 당신 내면의 아이가 관여한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갈등의 순간은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나요? 당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신체적으로 표출되는지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예를 들어 가슴에 압박과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가슴이 뛴다거나, 목구멍이 답답한것 같은 증상들이 있나요? 이런 신체적 증상, 압박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 중 이 압박감에 걸맞은 것은 어떤 감정인가요? 그것은 두려움인가요, 아니면 상대에게 당신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인가요? (본문 101)


 감정적 두려움은 단순히 정서적인 불안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항상 배가 아파, 어떤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는 꼭 끼니를 거른 채 참여하는 이유도 그렇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시절에는 자주 가슴이 아파 상담했을 때도 담당 선생님께서 정서적 문제라고 하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요즘 들어 느꼈던 가슴의 통증이나 배가 아프거나 한 이유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랐을 때 일어났던 것 같다. 대학에 다니면서 항상 이러한 통증을 달고 사는 터라, 이제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관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거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의 내가 보낸 시간을 부정적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완벽한 어린 시절은 없다고 말한다.


그림자 아이란 무엇일까요? 그림자 아이는 당신 내면에 살고 있는 아이의 한 모습으로, 부모에게 부정적인 각인을 경험해 상처를 받은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그림자처럼 당신을 따라다니며 때론 일상을 흔들어놓지요. 애착, 자율성, 그리고 자존감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남아 있는 모든 각인들을 당신 안에 살고 있는 그림자 아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각인들은 당신이 지금까지 바라왔던 행복한 관계에 장애물이 된 방해 요소였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모든 사람이 부정적인 각인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어린 시절이란 없으니까요. (본문 125)


 그리고 책을 통해서 그림자 아이가 나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각인을 이해하고, 어떻게 다루면서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는지 말한다. 저자가 소개한 ‘실행에 옮겨야 할 연습’을 따라가면, 조금씩 내 안의 상처 입은 아이를 달래주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는 독자가 알지 못했던 마음 속 그림자 아이를 만나고, 그림자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법을 통해 누구를 사랑하든, 누구와 함께하든 내가 다치지 않을 방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말한다. 좀 더 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으면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를 위해 책에서 읽은 한 부분을 남기고 싶다. 


우리가 겪는 문제는 우리가 좋은 기분으로 그것을 다시 바라볼 때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것이 반만 힘들고, 걱정도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있는 그대로로 충분한 사람인지 인지해보세요. 당신의 부정적인 신념들은 당신 자신이나 현재 당신의 현시로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보다는 부모님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던 어린 시절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내면의 눈앞에 당신의 그림자 아이를 세워두고 그 아이에게 따뜻한 태양빛을 쬐어주며 당신이 그 아이를 위해 항상 곁에 있겠다고 말해주면 어떨까요? (본문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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