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잘 살고 있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8. 6. 6. 07:30
생선 김동영 작가와 요조와 함께 한 북 콘서트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은 내가 어떻게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나간다. 많은 사람이 그 꿈을 찾기 위해서 매일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뭘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그냥 고민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가 뭘 하고 싶어 하고, 뭘 좋아하는 건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그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 이전에 시작하는 거다.
무엇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이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기 이전에 일단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실패가 너무 부끄러워서 사람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당당하려고 하자. 처음이니까 당연하다.
생선 김동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는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김동영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라는 말은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고 싶어도 최근에 경제적 여유가 없어 책을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예스24 이벤트를 통해 지난 2일(토요일)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서 열린 김동영 작가와 가수 요조 두 사람의 북 콘서트에 참여하면서 김동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를 받을 수 있었다.
예스24에서 열린 이벤트 덕분에 살면서 평생 방문할 일이 없었을 부산 광복점 롯데백화점 문화홀을 처음 방문했다. 역시 새로운 경험은 항상 기회를 찾아다녀야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이번에 열린 북 콘서트는 작가 김동영과 가수 요조 두 사람이 메인 무대에서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북 콘서트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이번 북 콘서트에서 얻을 수 있었던 건 별로 없었다. 아직 이러한 무대가 익숙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요조와 김동영 두 사람의 토크는 관객과 함께한다기보다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 연장선에 불과했다.
아마 가수 요조는 <김제동의 톡투유>에 출연하면서 익힌 스킬, 작가 김 동영은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 스킬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김제동 같은 노련한 진행자가 없으니 내용이 산으로 가거나 지루했다.
물론, 북 콘서트의 가장 큰 목적인 김동영 작가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요조가 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의 인상적인 부분을 낭독하는 부분이 있었고, 책을 쓰는 과정의 일을 김동영 작가에게서 듣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북 콘서트 자체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라는 말을 되새기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서로의 문답형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 도중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요조가 책의 인상적인 부분을 낭독할 때도 ‘여러분은 여기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라고 물었다면, 더 깊은 대화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 나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 타임이 끝난 이후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주고받는 시간에 정말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관객이 던진 질문에 대답하면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도 많았다.
특히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작가가 자신도 늘 불안해하면서도 글을 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요조가 김민식 작가의 책을 언급하면서 ‘일단 뭐라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정말 절실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시작하는 데에 불안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아무리 백장노장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전쟁에 나갈 때는 긴장하고,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 수시로 전술과 전장의 상황을 확인한다. 그렇게 해도 사람의 불안함은 쉽게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예 불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어떨까?
김동영 작가와 요조는 두 사람은 모두 입을 모아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 무엇을 열심히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즉, 불안은 우리가 자신감이 넘쳐 자만하지 않도록 해주는 경계선인 것이다. 작은 불안감은 우리가 다시 한번 돌아보며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주는 셈인 거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다시 이 낯선 길 위로 돌아왔다. 그때는 찾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번에는 찾을지도 모를 뭔가를 찾기 위해 말이다. ‘또다시 길 위에서 헤매지 않을까?’ ‘이 길과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길의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있다면 거기에는 뭐가 있을지를 지난 시간들처럼 의심하겠지만, 그동안 다시 쌓인 내 모든 고민과 감정을 길동무 삼아 이번에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떠나려 한다. 이제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에, 그때와 달리 나도 이 세상도 조금은 달라졌을 테니까. (본문 190)
우리가 가는 낯선 길은 항상 ‘또다시 길을 헤매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함께 한다. 이러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해보아야 일이 중요하다. 낯선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고, 길 위를 걷는 내 시간이 무엇이 될지 몰라도, 시작하면 늘 끝은 있는 법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 끝이 내가 원한 결과는 아니더라도 일단 끝까지 했다는 안도감, 그리고 다음에 또 걷기 시작할 때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책을 가지고 진행한 김동영 작가와 요조 두 사람의 북 콘서트도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마지막 매듭은 괜찮게 맺을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한다. 얼마 전에도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친구가 카카오 전화로 깊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러한 고민은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 혼자 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그렇다.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뭐라도 시작해서 꾸준히 해보는 일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의외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일이 나와 맞는 일일 수도 있다. 또, 나와 맞지 않는 일이면 어떤가. ‘이 일은 나와 안 맞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와 맞지 않는 일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모든 경험이 지나고 보면 오늘을 지탱하는 소중한 한순간이 된다. 지금 당장 무엇이 되어야 할지 몰라도 괜찮다. 일단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는 무엇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니 너무 성급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책의 뒤표지에 적힌 글을 남긴다.
비록 지금 우리는 이렇게 초라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잘 살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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