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본어 수업으로 명탐정 코난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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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업이 일본어 원서 만화 <명탐정 코난> 읽기? 이거 실화냐?


 공부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요점 정리를 하고, 어떻게 밑줄을 치고 등등 공부하기 위해서 공부법을 공부해야 할 정도다. 나 또한 공부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많은 답을 할 수 있겠지만, 공부법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결국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서 하는 방법밖에 없다. 3색 볼펜을 활용해 암기해야 할 부분을 효율적으로 구분하는 것 또한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중요한 부분을 더 많이 보기 위해서다. 이 모든 건 오로지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무조건 암기의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똑같은 개념을 몇 번이나 접하고,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몇 번이나 풀어본다. 그렇게 문제 패턴을 암기해서 치르는 대표적인 시험은 고등학생이 치르는 수능시험이다. 그리고 대학에 올라오면 토익을 비롯한 JLPT 등 자격증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시험은 모두 공부가 대체로 재미없다. 재미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일이 중요하다. 과거 ‘한국 학생들은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오랫동안 한다.’는 말도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할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정말 좀 쉽게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있다. 바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재밌어요.’라는 말을 우리는 헛소리라고 치부하지만, 공부를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공부가 재밌을 수밖에 없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어 공부를 ‘공부’가 아니라 ‘취미 생활을 위한 놀이’라고 생각한 덕분에 꾸준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공부를 어렵고 지루한 책을 읽으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는 거다. 예를 들면, 외국어 공부는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로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를 올려가며 현지 초등학교 교과서, 중학교 교과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거다.


 이번에 내가 대학에서 듣는 한 일본어 수업에서는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읽는다. 일본어 수업이라서 번역된 <명탐정 코난>을 읽는 게 아니라 일본어로 쓰인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읽는 거다. 오리엔테이 션 시간에 교수님이 말씀한 목표는 ‘한 학기 동안 <명탐정 코난> 30권 읽기’였다.



 ‘대학 수업에서 <명탐정 코난>을 읽는다고?’라며 반색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어로 적힌 만화 <명탐정 코난>은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가 아니다. 추리 작품이기 때문에 한 페이지마다 대사가 제법 많고, 그 대사는 당연히 한자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그야말로 일본어 한자를 공부하기 가장 좋은 책인 거다.


 해당 수업 담당 교수님께서는 자주 “우리 학생들이 말은 잘하지만, 한자를 못 읽는 애들이 너무 많다.”라고 걱정하셨다. 그러다 지난 학기에 한 수업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애들이 한자를 좀 더 읽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명탐정 코난> 읽기를 해볼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설마설마했었는데, 수강신청을 앞두고 올라온 강의계획서에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읽습니다.’라고 적혀있을 때는 굉장히 놀랐다. 당연히 강의계획서를 읽은 학생들 사이에서 ‘만화 <명탐정 코난>’이라는 소재는 경쟁에 불을 붙였고, 이례적으로 40명 정원이 조기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만화라고 하더라도 <명탐정 코난>은 난이도가 쉽지만 않았다.




 위 사진의 <명탐정 코난>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은 말을 한다. 만화책인데도 만화책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페이지마다 대사가 빼곡하다. 일본인 친구에게 ‘우리 <명탐정 코난>을 읽는다.’라고 말하니, ‘추리 소설이라 읽기가 쉽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대사가 너무 길어서 한글이라도 살짝 지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일본어와 한자로 꾸준히 읽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행인 점은 만화이기 때문에 그나마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다는 거다. 한자가 조금 어렵기는 해도 내용은 나름 재미있는 작품이니까.


 그래서 교수님께서 만화 <명탐정 코난>을 교재로 선택해 ‘<명탐정 코난> 읽기’를 수업으로 하신 거 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에서 “내 아들이 어릴 때부터 <명탐정 코난>을 일본어로 읽다가 N1에 합격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명탐정 코난>을 1권부터 50권까지 다 읽으면 JLPT N1 딴다.”라고 덧붙이셨다.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매주 만화 <명탐정 코난>을 한 권씩 읽으면서 모르는 한자를 정리하고, 한 주가 지나면 다른 학생과 권수를 바꿔 읽는 일을 한 학기 동안 한다. 그리고 수업에는 <명탐정 코난 40권> 한 권을 매주 1편씩 읽으면서 후리가나가 달리지 않은 상태로 완벽히 읽는 걸 목표로 한다.


 언뜻 수업이 굉장히 쉬울 것 같지만, 학생들이 각자 정리한 모르는 한자를 모아서 마지막에는 한자 읽기 혹은 한자 쓰기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마냥 쉽지만 않다. 그래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만화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의지를 가지고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포기하는 일 없이)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결국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악물고 독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재미있게 공부를 하는 거다. 첫 번째 방법은 쉽지 않은 오기가 있어야 하지만, 두번째 방법은 조금만 각도를 바꾸면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만화 <명탐정 코난>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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