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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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말을 걸었다. "책을 구해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소설


 매일 책을 읽으면 정말 우연히 내가 알지 못하는 책을 만나게 된다. 평소 독서 편식이 심해서 흥미가 있는 책이 아니면 잘 읽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우연한 만남을 정말 좋아한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라는 책도 그렇게 만났다. 인터넷 서점을 들락날락하다 우연히 만난 거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라는 이름부터 읽고 싶은 구미가 당겼다. 평소 ‘책’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소설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구매해서 읽는 데에도 큰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 선택이 탁월한 선택임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소설이다. 책에서 그려지는 기묘한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왜 책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비롯해 다양한 질문을 직접 자신에게 던져보며 책과 나의 관계를 다시 한번 정리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소설이다. 주인공 나쓰기 린타로는 부모님을 잃은 이후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어 혼자 남게 된 그는 멍한 눈으로 서점에 걸터앉아 조용히 할아버지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그때 별안간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건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노란색과 갈색 줄무늬에 약간 묵직해 보이는 덩치 큰 고양이였다. 얼룩 고양이는 린타로를 ‘2대’라고 부르며 “네 힘을 빌리고 싶어.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도와줘.”라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판타지 전개에 놀라기도 했지만, 책을 구해달라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를 자극했다.


 린타로는 자신을 ‘얼룩’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고양이와 함께 갇혀 있는 책을 구하기 위해서 첫 번째 미궁에 들어선다. 첫 번째 미궁에서 도달한 저택은 새하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투명한 케이스 안에 장식된 책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간에 빽빽하게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모든 책은 저택의 주인이 소유하고 있는 책이었다. 그는 책을 5만 7천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지위와 부를 얻었고, 린타로를 만난 순간에도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의 행동은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어 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많은 책을 읽고 싶어 하니까.


 그런데 린타로와 저택 주인과 나눈 대화에서 묘한 위화감이 피어오른다. 저택의 주인은 한번 읽은 책은 두 번 읽지 않았고, 책이 꽂힌 모양새 또한 어정쩡했다. 린타로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진짜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주인공 린타로가 만난 저택의 주인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는 생각은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좋은 걸까?’라는 부분이다. 종종 우리 주변을 보면 ‘나 올해는 벌써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어!’라고 자랑하는 사람과 새해 목표를 ‘몇 권 읽기’로 세우는 사람이 있다.


 책을 읽기 위한 동기부여로 100권 읽기 같은 목표가 유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읽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책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어디에서 달라질 수 있었는지 아는 것이다. 책을 무턱대고 읽는다고 해서 책이 가진 힘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린타로가 툭하면 학교에 가지 않고 오직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또 읽었던 때의 이야기다. 학교에 염증을 느꼈던 린타로는 책의 변 안에 틀어박혀, 점차 바깥 세계에 관심을 잃고 활자의 세계에만 몰입 했다. 말수가 없던 할아버지는 그런 손자를 바라보며 웬일로 말을 걸었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아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할아버지는 어려운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손자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본문 65)


 책을 많이 읽으면 무언가가 바뀌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확실히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책을 읽으면서 하나둘씩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를 통해 오늘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많은 책을 읽는 일에만 몰두했다면, 과연 오늘처럼 글을 쓸 수가 있을까?


 나는 책을 읽는 일에 집착하지 않고, 이야기를 즐기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야기의 주 인공이 되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과연 이 문제의 정답은 이렇게 정리해도 되는 걸까?’라며 의문을 가지고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 덕분에 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주인공 린타로가 얼룩 고양이를 따라가 만나는 사람은 총 네 명이다. 첫 번째는 읽은 책의 수를 중요 하게 여기는 사람, 두 번째는 책의 핵심만 읽으며 빠르게 읽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세 번째는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네 번째는 주인공이 그토록 좋아하는 책 자신이다.


 네 개의 이야기 모두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었고, 하나하나 여운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글이 있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의 힘이 무엇인지 찾았어요. 그리고 고민하는 와중에 최근에 조금이나마 대답 같은 것에 도달한 것 같아요.”

린타로는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어둠의 건너편을 향해 말했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중략)

“책에는 많은 사람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정적이 이어졌다.

그 고요함에 용기를 얻어 린타로는 다시 힘주어 말했다.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약한 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런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요즘은 점점 당연하지 않게 되고 있어요. 당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왜 그래야 하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죠. 왜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요. 이건 논리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논리로 말하기보다 훨씬 소중한 것,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걸 가르쳐주는 게 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거예요.” (본문 262)


 나 또한 책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였다. 하지만 ‘문학’이 탄생하면서 책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니게 되었다. 오늘날 책이 가진 힘은 이야기를 통해 지식과 감정을 사람에게 전해주며 사람을 만든다는 데에 있는 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이야기를 만났다. 어떤 이야기는 남에게 쉽게 고백할 수 없는 아픔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게 하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는 내가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이게 바로 책이 가진 힘이었다.


 그렇게 책을 힘을 직접 느껴보았기 때문에 나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오늘 이렇게 책을 읽은 이후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이만큼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우연히 만난 이 좋은 책이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 그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주인공 린타로를 통해 ‘이번 달에는 몇 권을 읽어야 한다.’ 혹은 ‘지금은 이런 장르의 책이 유행이다.’라고 말하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책 읽기를 하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즐거움을 되찾아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오늘 당신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을 읽는 건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지.”

“책과 산이 비슷하다고요?”

할아버지는 차의 향기를 즐기듯 눈앞에서 천천히 찻잔을 돌렸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기저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본문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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