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민박 시즌2 신청 열풍, 나는 정말 제주도에 가고 싶은 걸까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2. 12. 07:30
제주도의 풍경과 제주도의 특별한 민박을 체험할 수 있는 <효리네민박 시즌2>
지난주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효리네민박’이라는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의 호기심과 부러움을 산 <효리네민박>에 출연한 손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열렸기 때문이다. 정확한 마감 날짜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신청 사연을 올리고 있다.
나 또한 어머니와 함께 지난 <효리네민박>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다음에 저기 신청해보자!’ 하고 말했기 때문에 시즌2 신청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이벤트 소식을 접한 이후 바로 어머니께 메시지를 보내서 신청하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약간 의견 차이가 생겼다. 나는 혼자 신청하거나 어머니와 동생 셋이서 가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이모들 다섯 명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거다. 그렇다면 나는 어머니께 이 모랑 함께 가려는 사연은 직접 쓰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직 시간이 여의치 않다 둘 다 적지 못했다.
<효리네민박>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도를 방문해 효리네 민박에서 숙박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진지하게 ‘나는 정말 제주도에 가고 싶은가? 그냥 작은 호기심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면 솔직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딱히 제주도라는 섬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
‘효리네민박’이라는 키워드가 워낙 뜨겁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방송 <효리네민박>을 보면서 때로는 저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 시즌 2 민박 손님을 모집한다는 공지에 끌린 건 사실이다. 만약 사연이 뽑혀 2박 3일 정도로 묵을 수 있다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분명히 민박을 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타당하게 제주도를 여행하고 싶은지는 미지수다. 그렇기 때문에 <효리네민박>의 손님이 되기 위한 사연을 작성하지 못하고 있고, 굳이 제주도에 가고 싶은 욕심이 없어 신청을 망설이기만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제주도에 간다면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카카오 제주도 본사’를 방문해보는 일과 <밤도깨비>에서 촬영한 김밥으로 유명한 제주도 맛집을 가보는 일이다. 이 두 가지 말고는 딱히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 제주도의 한라산은 고등학교 때 정상까지 올라갔고, 우도와 올레길&성산 일출봉도 다 한 번씩 가봤다.
일본 삿포로처럼 겨울을 맞아 이색적인 축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제주도에 가고 싶은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를 움직이는 것보다 조용한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제주도에서 해보고 싶은 건 조용한 찻집 혹은 책방을 찾아 이야기를 읽거나 이야기를 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효리네민박’에 신청해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지난 방송으로 본 <효리네민박>에서 모두가 밤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평소 내가 하기 어려운 경험이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멋진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 데에는 경험이 최고니까.
<효리네민박>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효리네민박에서 만날 특별한 사람과 만들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번에 효리네 민박의 손님이 되고자 신청하는 게 아닐까? 민박에서 우리를 반겨줄 주인들은 바로 그 특별한 그 자체이니까.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아직도 ‘효리네민박’에 신청을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런 결정 장애가 나의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어도 역시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에서 가보고 싶은 곳, 제주도에서 가볼 만한 곳, 제주도에 가야 하는 이유. 거짓말로 채우는 건 내 신념이 아니기도 하고.
앞으로 조금만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신청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효리네민박> 프로그램과 달리 <뭉쳐야 뜬다>는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신청할 생각인데, 역시 국내에서 자유롭게 다녀야 하는 여행보다 정해진 순서로 낯선 여행을 떠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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