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멜론 뮤직 어워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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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내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만난 경험, 2017 멜론 뮤직 어워드


 지난 주말은 국회와 청와대를 견학한 이후 하루 만에 또 서울을 방문했다. 이번 서울 방문 목적은 국회와 청와대라는 단어와 전혀 반대에 있는 트와이스, 아이유, 여자친구 등 다양한 아이돌 공연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2017 멜론 뮤직 어워드가 열리는 고척돔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야구 시즌 동안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고척돔을 이렇게 방문한다는 게 사뭇 놀라웠는데,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 가게 된 이유는 ‘티스토리X카카오’에서 진행한 2017 멜론 뮤직 어워드 초대권 이벤트에 당첨된 덕분이다. 글을 쓸 때는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운 좋게 초대권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초대권이 2장이 나와 어머니와 함께 가려고 했는데, 사촌 여동생이 이 소식을 알고서는 무척이나 가고 싶어 했다. 사촌 여동생은 EXO의 광팬이라 종종 용돈을 모아 EXO 공연을 보러 친구와 서울까지도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촌 여동생과 둘이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 어려웠다.


 사촌 여동생은 매번 어머니께 전화해서 표를 자신에게 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친구와 함께 가기 위해서 표 두 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거라 안 갈 수도 없는 처지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촌 여동생이 이모 몰래 작은 사고를 친 사실을 늦게 알았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 암표를 몰래 구매한 것이다. 무려 13배의 가격에 표를 구매해서 나와 어머니가 서울로 갈 때 끼어갈 생각이었다. 그 표를 이모가 판매자에게 직접 찾아가 환불을 했고, 그날 저녁에는 더욱이 어머니는 서울로 가는 걸 철회하신 터라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 말았다. 참….


 결국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만나 가기로 한 내가 친구에게 양해를 구해서 사촌 여동생을 데리고 갈까 생각했는데, 역시 사촌 여동생도 나와 둘이서 가기에는 힘들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싶다. 어릴 때만 누릴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사촌 여동생의 열정이 유독 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본 현장의 모습은 사촌 여동생이 그렇게까지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말 한국에서 EXO,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남자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이 추운 겨울을 한여름으로 만들 정도로 뜨겁게 타올랐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곧바로 지하철을 타고 고척돔이 있는 구일역으로 이동했는데, 구일역에서 고척돔으로 향하는 2번 출구에서 내리자마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초대권과 이벤트 당첨자에게 입장권을 나눠주는 시간이 1시간 이상이나 남았음에도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거다. 아래를 보자.







 구일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광경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위한 플랜카드와 미니 앨범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소녀팬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응원 도구를 판매한 돈을 착실히 모아서 다음 콘서트에 가기 위한 티켓값을 마련하는 듯했다. 역시 덕질을 향한 열정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입을 쩍 벌린 상태에서 나는 이벤트 당첨 티켓을 나눠주는 곳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도 이미 긴 줄이 서 있었다. 다행히 11시 13분에 서울역에 도착해 곧바로 구일역에 온 덕분에 카카오 이벤트 줄은 그리 길지 않은 상태였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이곳에 여러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이벤트에 당첨된 친구 덕분에 함께 올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이벤트에 당첨된 사람에게 당첨권을 몰래 구매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내 앞에 서 있던 두 여학생은 트위터를 통해서 당첨권을 구매한 것 같았는데, 그 당첨자의 학생증을 메시지로 받아 자신의 사진을 붙여 위조까지 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앞에서 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이벤트 부스에서 티켓을 받기 전까지 열심히 받은 문자 메시지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전화번호를 외워서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연습까지 하는 모습이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귀엽기도 하고, 짓궂어 보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 오고 싶었다는 뜻이니까. 이렇게 양도가 가족 외에 양도가 불가능한 표는 현장에서 직접 받아서 양도해줄 수밖에 없는데, 지방에 있는 사람이 이벤트에 당첨되면 사실 오는 일도 제법 어려우니까. 13배라는 상식을 벗어난 선이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표를 받고도 시간이 길게 남아 주변에서 밥을 먹고 짧게 돌아다녔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장소의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한강 자전거 도로의 연장선인 듯한 장소는 사람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벗어나 짧은 휴식을 취하기 제격이었다. 이곳에서 고척돔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은 제법 잘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다. 미세먼지가 유독 많은 도시로 유명한 서울이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어디까지 쭉쭉 달려나갈 수 있다는 건 멋진 혜택이 아닐까? 아마 이 환경 때문에 이곳도 땅값이 비쌀 것 같았다.


 나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다가 다른 장소에서 시간을 때우다 슬슬 시간이 되어 다시금 고척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장 시간이 다 되어가도 친구가 오지 않아 전화했더니 행사가 끝나지 않아 올 수 없다고 했다. 역시 직업군인은 힘들다고 생각하며 남게 된 한 표가 무척 아쉬웠다.


 사촌 여동생이 그냥 따라오거나 어머니가 함께 왔으면 공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으니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도중에 “남는 표 삽니다.”라고 조용히 말하며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에게 팔고 싶진 않았다. 분명히 애들한테 부풀려서 표를 팔 테니까.


 그래서 혼자 두 장을 들고 고척돔 내부로 들어갔고, 야구 필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조명과 무대에 압도당했다. 종종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아레나와 비교하면 규모가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멜론과 카카오가 주최하고 현대 자동차가 후원하는 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1시간가량을 기다린 이후에 본격적으로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의 막이 올랐다. 올해의 인기 TOP 10의 발표와 함께 다양한 장르에서 시상이 이루어졌고, 사이사이에 인기 아이돌 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지스타의 부스 같은 작은 무대와 비교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김해에서 열린 열린음악회도 짧게 구경한 적이 있지만, 조금 더 아이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라 공기에 압도되고 말았다. 특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EXO, 워너원,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언급되거나 모습이 비칠 때마다 사방에서 고막을 찢어버리고도 남을 함성이 터졌다.


 솔직히 내가 아는 그룹의 이름은 <한끼줍쇼>에 멤버 일부가 출연했거나 사촌 여동생으로부터 전해들 은 EXO 멤버가 전부였다. 하지만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처음 들은 볼 빨간 사춘기를 비롯해 소문이 자자한 레드벨벳과 여자친구의 공연은 굉장히 좋았다. 이때부터 가슴의 두근거림도 더욱 커졌다.



 결정적으로 내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아이유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오늘 2017 멜론 뮤직 어워드 후기’로 짧게 ‘아이유는 여신이었다.’는 글을 남겼는데, 정말 아이유가 보여준 순백 드레스를 입은 모습과 노래하는 모습은 4K 캠코더로 담고 싶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우측에 앉은 추정 20대의 한 여성 분은 소니 4K 카메라로 EXO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에 여념이 없었는데, 아이유가 공연할 때는 아이유의 모습을 렌즈 줌을 완전히 당겨서 찍으니 굉장히 깔끔하게 잘 나왔다. 내 앞에서는 연신 백통 렌즈로 압도적인 촬영 거리를 자랑했었고….


 또 어떤 여학생들은 망원경으로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망원경 렌즈에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대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신박한 스킬을 사용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도 망원경을 저렇게 활용할 수 있구나 싶어 새삼 놀랐다. 역시 덕심은 불가능을 이겨내는 법이다. (웃음)





 위 사진과 영상은 구닥다리 렌즈로 열심히 담은 결과물이다. 비록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렌즈를 당겨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어도 만족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과 영상을 짧게 촬영한 이후엔 아이유의 목소리와 모니터로 비치는 모습에 주목했다. ‘여신!’이라는 감탄은 아이유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아이유에 연신 감탄하며 슬슬 공연장을 뒤로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각 팀의 공연은 쉽게 발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평소 관심이 별로 없는 남성 아이돌의 공연도 뛰어난 무대 효과와 함께 폭발하는 듯한 퍼포먼스로 눈을 사로잡았고, ‘무대 예술’이란 무엇인지 절절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한류 아이돌의 인기’라는 단어를 그저 뉴스를 통해 접했는데, 2017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난 비로소 ‘한류 아이돌의 인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한 기분이다. 다양한 팀의 공연을 보는 동안 도깨비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정도는 이런 경험도 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멜론 올해의 앨범상으로 아이유가 선정된 것을 본 이후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인파에 밀려 힘겹게 지하철을 타는 건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왔다고는 하더라도 보고 싶은 부분은 다 보았다. 내년에 기회가 있으면 또 한번 오고 싶다. 정말로!







 고척돔 밖으로 나오니 출구 근처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여있어 나는 혹시’ 출연한 아이돌이 여기로 퇴장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공연을 보기 위해서 들어간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왜 우리 딸내미는 안 나와?”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을 지었다.


 역시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치면서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해도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건 한 번쯤 양보해주고, 마지막에는 또 열심히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부모의 모습일 테니까. 암표를 구매한 사촌 여동생의 이모도 환불을 하러 가면서 무척 갈등을 했다고 했다.


 고척돔에서 본 소녀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오늘을 열심히 사는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그 욕심과 열정이 지나치면 좋지 않겠지만, 정도를 지키면서 적절히 스트레스도 푸는 동시에 어떤 일을 진심전력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전의 내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본 2017 멜론 뮤직 어워드. 이번 이벤트 참여를 통해 다음에 또 많은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일이 부담스러운 이벤트에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내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더 참여하고 싶다. (1년에 한 번은 ㅋ)


 그때는 함께 오지 못한 어머니는, 음, 어머니가 접하기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사촌 여동생을 비롯해 이모 가족과 함께 서울 관광을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해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일은 좀처럼 잘 없지만, 한 번 기회가 생기면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은 법이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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