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책임지는 모습은 여전히 없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7. 6. 10. 07:30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책임을 지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릴 때 도덕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덕목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한 사람의 도리로 마땅한 일이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일은 양심과 도덕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릴 적 배운 기본을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학교, 직장 등 조직 생활을 통해서 내가 저지른 잘못이 아니더라도 공통으로 책임을 지는 걸 겪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가 겪은 단체 기합은 유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이기심을 키웠고, 아이들 간에 불신과 갈등만 키웠다.
'나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도 피해를 본다.'는 판단보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본다.'는 판단이 먼저였다. 당시 어른들 또한 입으로는 함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육이라고 했지만, 잘못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행위로 우리는 죄책감을 옅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성장한 어른이 된 우리는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남이 보지 않을 때는 버스, 지하철, 길 등을 구분하지도 않고 쓰레기를 몰래 버린다. 아주 사소한 행위이지만, 이 행위는 '내가 잘못해도 걸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책임지게 된다.'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아주 사소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쓰레기 무단 투기만 아니라 사회와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 뻗어져 있다. 오늘날 우리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어도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이름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야기는 응원 열기로 가득한 야구가 아니다. 여의도에서 일어나는 새 정부 인사청문회다. 가장 이상적인 정부를 꾸릴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는 인사 문제에서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큰 고초를 겪고 있다. 역시 우리 정치는 기대대로 너무나 엉망이었다.
확실히 이번 문재인 정부 인사는 앞의 두 정부 인사와 비교하면 굉장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적은 문제가 있어도 상식적인 사람이 후보로 추천되었으며, 적어도 바로 직전 정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날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 많았다. 이를 보면 얼마나 전 정부가 비참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봐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기득권은 알게 모르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며 지금의 이익과 지위를 쌓아왔다. 물론, 그중에서는 정말 청렴한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공직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과오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히 충격적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화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과 관련한 문제다. 야 3당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를 극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분명히 강경화 후보는 가족 문제를 비롯해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도 강경화 후보는 여론을 통해서 적지 않은 지지를 얻고 있어 묘한 상황이다.
강경화 후보의 자녀 문제를 지적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자신이 경체부총리로 있던 시절의 일이 인터넷으로 공유되며 오히려 코너에 몰렸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누가 누가를 나무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기도 했지만, '결국,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가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뽑기 위해서다.'라는 걸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지금 우리 정치에서 그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훌륭하고, 그의 주변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잘못이 없을 수는 없었다.
내가 가장 아쉬운 점은 왜 진작 잘못이 파악되었으면, 인정하고 사과 발언을 하거나 물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빠르게 진행된 대선인 만큼 대신할 후보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좀 더 일찍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다르지 않을까?
현재 여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연예계에서는 의경 복무를 하고 있던 탑이 과거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되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는 모습을 비추려고 했지만, 비판이 그치지 않자 그는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물론,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그냥 운이 없어서 밟혔을 뿐이지.'라는 억울함을 삼키지 못해 일으킨 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자필 사과문을 쓸 정도로 반성하고 있다면, "잘못했습니다.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고 말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저 잘못을 사과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보였다. 연예계 사건과 정치계 사건은 무게와 질이 너무나 다르지만, 그 맥락은 너무나 닮아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독자도 크게 다른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도덕적인 사람으로 취급하지만, 사실은 도덕적이지 못했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잠재된 기억 속에 묻혀 있다. 누군가 그 경험을 꺼내 들어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그때 왜 그랬냐?'라고 묻는다면, 과연 우리는 순순히 우리의 과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런 용기가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이후 조금 더 상식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를 더럽힌 적폐가 너무나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완강히 거부하는 게 오늘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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