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은 보이스피싱 전화, 황당하면서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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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어본 보이스피싱 전화, 왜 사람들이 속는지 알 수 있었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이 대대적으로 번지면서 개그 소재로 사용된 적이 있다. 지금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고, 종종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거나 실수로 일반인을 범인이라고 생각해 심각한 폭력을 가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늘 기사를 통해서 만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께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걸려온 전화가 아니라 '지금 아들이 버스에서 행인과 싸움이 일어나 돈이 필요하다.'는 낚시성 전화였다.


 학교에 도착해서 어머니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어머니께서 그런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니는 버스에서 맨날 자느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텐데, 네가 무슨 사고 쳤나 싶었다."고 황당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께 그 말을 전해 들으면서 "무슨 그딴 보이스 피싱이 다 있노?"라면서 말했는데, 당시 보이스 피싱 전화는 내 이름까지 말하면서 싸움을 말리는 척을 했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의 전언을 듣고 굉장히 황당하면서도 놀랐다. 어떻게 내 이름과 버스를 타는 시간까지 알고 있었을까?


 나는 항상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스마트폰을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놓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이 혹시 근처에서 내 일상을 엿본 건 아닌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한편으로 이래서 보이스피싱이 속는 건가 싶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사회를 종종 노출 사회라고 말한다.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CCTV에 우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노출되고, 인터넷에 올라온 개인 정보는 독한 마음을 먹으면 개인 신상을 털 수 있을 정도로 노출되고, 각 기업에서 불미스러운 개인정보 유출은 심심찮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정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는 항상 6개월마다 바꾸라고 한다. 만약 이런 정보가 속속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조직에 조금씩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 어머니께 보이스피싱 전화를 건 범인이 어떻게 내가 버스를 타는 시간과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무서울 정도다. 정말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보이스피싱 범인으로 오해를 당해 폭력을 당한 시민이 '인신매매 납치를 당하는 줄 알고 격렬히 저항했다.'고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나 보는 일이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는 순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은 보이는 두려움이 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실존하는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교묘하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나이를 먹은 중장년층이나 겁이 많은 사람이 속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가족의 특정 인물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과 연루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당황할 테니까.


 부디 이렇게 남을 속여 등쳐먹는 녀석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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