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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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만난 적 없는 나를 찾고 있다


 JTBC <말하는 대로>는 매주 수요일 밤마다 꼭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말하는 대로>가 끝나면 하는 <한끼줍쇼>도 굉장히 재미있어 수요일 밤은 <뉴스룸>으로 시작해 <말하는 대로>, <한끼줍쇼>로 마무리한다. 대학이 방학이라 여유가 있어 하나하나 다 챙겨보지만, 아마 개강 이후도 똑같지 않을까?


 <말하는 대로>를 보면 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온다. 베스트셀러 작가, 초현실주의 미술가, 연기자, 배우, 예능인, 음악인, 개그맨, 사회학자 등 어느 한 분야에 갇혀있지 않다. 덕분에 매주 신선한 버스킹을 들을 수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발견에 시야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받는다.


 최근 방송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고 있다. '만약 내가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는 상상이다. <말하는 대로>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나와 감히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확률이 지극히 낮은 상상을 해봤다.


 만약 내가 <말하는 대로>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그 이야기 주제를 최근 유행한 <너의 이름은> 오프닝 테마 대사를 빌려 "나는 아직 만난 적 없는 나를 찾고 있다."로 말하고 싶다. 이 말은 내가 블로그를 하며 초기에 가진 목표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아직도 걷고 있는 닿지 못한 목표이기도 하다.


 오늘 글은 다른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대로>에 출연했다고 생각하고 짧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혹시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를 운영하는 노지를 아시나요? 책과 라이트 노벨 후기를 적는 블로그입니다. 아마 인터넷을 통해 종종 블로그 글을 우연히 읽어본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대다수 분들이 모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은 저도 사실은 저 자신을 잘 모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를 넘어 우리 삶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람에 가슴이 뛰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기호와 정체성이 과연 '진짜'일까요?


 아마 살면서 한 번은 이런 질문을 맞닥뜨려본 적이 있을 겁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그 일을 하다가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순간이 말이죠. 그때 우리는 그동안 그 일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질문을 피하고 고정적인 답을 내립니다.


 '이 일은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야'라고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 일을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일 수도 있고, 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너한테는 그 일이 딱이야!'라고 말해서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지하게 내가 정말 그 일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진 생각과 기호를 비롯한 가치관은 전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본디 가져야 할 '자기 이유'를 모른다는 거죠.


 대체로 많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분명한 자기 이유를 찾기보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볼 때가 많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은 굳이 나서서 하지 않고, 다수가 좋다고 말하며 따라가는 일은 잘 알지도 못한 채 좋다고 말하며 따라갑니다. 과연 그곳에 우리는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 시대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거짓 뉴스라도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 어느 사이에 '정말인가?' 믿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오늘 우리나라 정치를 한 번 보십시오. 저는 지금 대통령의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한 강연 프로그램에 나온 '한재훈'이라는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삶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다소 불편하기는 합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게 자기 이유가 있으면 불안한 것은 아닙니다. 불편한 것은 외부에 원인이 있지만, 불안한 것은 내부에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유가 있다면 분명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논어에서는 '어울리기는 하되 같아지지는 않고(화이부동), 같아지기는 하되 어울리지 않는(동이불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자는 군자의 삶이고, 후자는 소인의 삶입니다. 어울린다는 것은 자기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의 빛깔과 향기가 소리가 있는 것이 어울릴 수 있지, 자기 빛깔이 없는 것은 누구와 어울릴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 자신의 삶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저처럼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더라도 그 삶이 자기 이유가 있는 삶이라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무엇을 정말 싫어하고, 무엇에 가슴이 뛰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는 아무도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질문하는 방법을 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끊임없이 자기 질문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흔들릴 때마다 분명한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그 삶은 모두 분명한 자기 이유가 있는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블로그를 통해 끊임없이 제 생각을 표현하고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저의 꿈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대인기피증을 앓던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저는 아직도 만난 적 없는 저를 찾고 있습니다. 꿈이라고 말한 블로그는 크게 돈벌이가 되지 않아서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 건가?'는 자기 질문에 가로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피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여기에 서 있는가?


 모든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찾을 수 없을 때도 있을 겁니다.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많습니다. 아마 지금 성공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삶은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해가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앞으로 우리를 막아설 질문은 우리가 누구로서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던질 수 있기에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가치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부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윗글을 쓰기 위해서 몇 번이나 글을 썼다가 지웠는지 모르겠다. 글을 적기 전에는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있어 '이걸 다 적으려면 너무 긴 글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글을 적기 시작하고 몇 줄 지나지 않아 글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역시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겉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생각 없이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늘 어중간한 다짐과 실천으로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는 게 나의 단점이니까. 지금 제안받은 전자책 부분에서도 생각만 많고, 좀처럼 가 카테고리가 결정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미칠 정도로….


 이 글은 언젠가 <말하는 대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해보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지금 내가 마주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왜?'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어 또 다른 각도에서 적어본 글이다. 하염없이 하강 곡선을 그린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보며 블로그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하고 있다.


 몇 주가 지나면 다시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경험을 믿고 투자한 주식의 손해, 과거 황금기 시절을 너무나 흥청망청 보낸 것의 후회. 쓰디쓴 경험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또 어떤 나를 만들어가게 될까? 나는 아직 만난 적 없는 나를 찾고 있다. (웃음)


 아직 만난 적 없는 나를 찾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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