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좀 더 긍정하고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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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2017년 1월호,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들러주고픈 이야기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더라도 우리는 마치 지난 병신년을 그대로 이어오는 기분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계속 의혹이 커지며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 사건이 있고, 또 다른 이유는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는 불경기 속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남아야 하나?'는 걱정 때문이다.


 걱정거리를 하나둘 나열하면 정말 끝이 없을 정도이지만, 오늘은 잠시 그 걱정거리를 접어두고 책 읽기를 통해 내 삶의 도움이 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책을 읽기 위해서 걱정거리를 접어둔다는 일은 걱정을 외면하는 게 아니다. 좀 더 그 걱정거리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여유를 가지는 일이다.


 오늘은 예스24에서 발행하는 <월간 채널예스 2017년 1월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스24에서 책을 구매할 때마다 포인트로 받아볼 수 있는 <월간 채널예스> 시리즈에는 미처 알지 못한 작가와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이 만나는 책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고 있다.


 <월간 채널예스 2017년 1월호>의 표지는 이해인 수녀님이다. 평생 수녀 일을 하면서 적은 시로 사람들의 마음에 이른 봄을 선물해주신 수녀님의 이야기는 '시를 대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월간 채널 예스 1월호>에서 "수녀님께 좋은 시란 어떤 시인가요?"라는 질문에 수녀님은 이렇게 답한다.


"읽고 나면 진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라고 할까요. 인생을 긍정하게 되고 삶에 감사하게 되고 좀 더 선한 사람으로 살기를 갈망하게 만드는 시라면 좋은 시가 아닐까 싶어요."


 좀 더 진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 인생을 긍정하며 삶에 감사하고, 좀 더 선한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 이 한 줄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문득 스치듯 머릿속을 지나갔고, 나에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가?'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



 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로 시작한 <월간 채널예스 2017년 1월호>는 다양한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 이야기 중 잠시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른 곳은 "삶의 진도를 꼭 뽑아야 하나?"는 제목으로 쓰인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의 칼럼이다. 여기서 등장한 책은 <편의점 인간>이었다.


 지금 이렇게 아이패드 블루투스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책상 왼쪽 모퉁이에는 <편의점 인간>이 다음에 읽을 책으로 놓여있다. <편의점 인간> 책을 읽어보기 전에 약간 스포일러를 당한 느낌도 있었지만,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배경지식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편의점과 사람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편의점이라는 어디에 가더라도 똑같은 물건이 비슷하게 진열되어 있고, 똑같은 옷을 입은 점원이 똑같은 매뉴얼로 우리를 대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유는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안정'이라는 감정은 찾을 수 있다. 언제나처럼 정해진 형식에 따라 움직이는 편의점은 과연 어떤 장소일까?


 <편의점 인간>은 정해진 삶의 패턴 속에서 오히려 역설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인 듯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주변 지인이 있다면 "언제까지 거기서 일할 거야? 번듯한 직장을 구해야지." 같은오지랖을 떨 때가 있는데, <편의점 인간>은 오히려 편의점에서 정체성을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해야 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며 앞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변화하기보다 지금 제자리에 머무르기를 바라고, 조금 덜 주도적이더라도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곳에 머무르고 싶기 마련이다. 아마 우리의 가슴 속에서도 비슷한 욕구가 있지 않을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정해진 삶의 패턴을 거부한 사람을 그린 소설들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일체의 규격이나 사회적 질서를 거부하는 인물을 그리는 통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이 소설은 반대로 '완전한 매뉴얼 안에서 통제된 삶을 살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는 역발상의 시도로 정면 돌파했다.


왜 세상이 죽 자를 대고 그어놓은 삶의 진도를 뽑아야만 하는 것이지? 산을 오르면 꼭 정상에 올라야 하는 거야? 나는 그냥 300미터쯤 올라가다가 좋은 약수터가 보이면 거기 앉아 쉬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비정상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또 그런 사회의 시선과 무언의 강요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나름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을 흔들어 대서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중략)

이전 세대에 비해 사회성의 평균값은 내려가고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평균 이하의 사회성을 가진 이들에게 과거 세대의 표준적 삶의 태도와 궤적을 기대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편의점 인간>에서 게이코가 다시 안착하는 공간이 가리키듯이 삶 속 각자의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이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문 21)


 우리에게 올바른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고, 올라가기만 한다고 옳은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턱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올라가려다가 너무나 악한 모습을 한 인간이 되어버린 어떤 인물을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앞과 위만 바라보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


 무작정 진도를 뽑을 필요는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더라도 그곳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지지난 주에 들은 <말하는 대로>에 나와 버스킹을 한 만화가 이종범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슬럼프를 소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진짜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베이스 캠프를 만듭니다. 하지만 산에 오르기 전에 베이스 캠프를 만드는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도중에 이유를 찾아도 됩니다.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서 계속 그 일을 해보는 거죠."


 우리의 삶은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한 긴 여정이지만, 누구나 반드시 험준한 산꼭대기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사람은 소수의 사람뿐이고, 대게 우리는 히말라야의 장엄함을 바라보며 인간의 덧없음 배우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는 공간과 이유는 다른 법이다.


 올해 정유년 한 해는 천천히 가보는 건 어떨까? 우리 주변에서는 빨리 앞으로 가라, 빨리 위로 올라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자신의 모습으로서 머무를 수 있는 곳에 머무르며 자기 이유를 찾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선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며, 나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우리 삶에 정답은 없다. 오로지 자기 이유가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있을 뿐이다. <월간 채널예스 1월호>를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올해를 맞이하는 삶의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다. 부디 이번 한해는 부족한 내가 인생을 긍정하고, 삶을 더욱 선하게 살고, 나의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내 삶을 오르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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