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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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 새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에세이


 2017년 정유년이 새롭게 시작했지만, 우리의 삶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이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하면 다시 잠자리에 든다. 때때로 친구와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쓸데없는 이야기로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우리는 작년과 똑같이 지낸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내가 달라지지 않고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길 바라고, 노력하지 않고도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마치 자신은 엄청 노력하고 있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착각에 빠져 새해에는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공자의 논어를 읽어보면,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느라 나에게 능력이 없다는 걸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나에게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2016년에서 2017년이 되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뿐이다. 책을 읽고 글 쓰는 일은 작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책을 통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만나고 있다. 책은 나에게 달라지라고 요구하지 않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달라지곤 한다.



 오늘은 2017년 정유년에 만난 따뜻한 에세이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미처 가까이에 놓고도 잊고 있었던 감정을 돌아볼 수도 있었다. 이 글의 소제목으로 적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에세이'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이라는 말이 마치 지금 부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아닌, 조금만 지나면 다가올 봄바람을 상상하게 했다. 어떤 이야기일지 조심스레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한 순간,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 속에 담긴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이야기는 굉장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듣고, 한 번은 경험하고, 한 번은 모른 척을 했던 사람의 사는 이야기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 조각, 한 조각 이어가면서 책을 만들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갑작스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울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도 했었다.


 바로 아래에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걔가 한순간에 변한 계기가 있어. 언제나처럼 새벽 늦게까지 만화책을 보고 있는데 거실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더래. 걔네 엄마가 새벽기도 가려고 옷 챙겨 입는 소리였지. 걔는 엄마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자는 척을 했대. 방에 불이 켜져 잇는 걸 보고 그 친구 엄마가 방문을 열었지. 걔네 엄마는 바닥에 널브러진 만화책을 정리해서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침대 옆에 앉았대. 그러고는 기도를 했대.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게 있어 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 걔네 엄마는 한참을 울며 구구절절 기도를 한 거지. 걔는 끝까지 자는 척을 했고. 눈물이 나서 막 미칠 지경인데 꾸욱 참다가, 엄마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주 대성통곡을 했다더라. 걘 지금까지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 줄 알았던 거지. 자길 낳은 걸 후회하고 한심하다고 여기는 줄만 알았던 거야. 근데 엄마가 자기를 그렇게 사랑하다니! 그때 정신을 차렸대. 엄마의 마음을 알고서야.

그날 이후, 당연히 커터칼은 사라졌고, 더 이상 돈을 빌리지도 않더라구. (본문 69)


 위 이야기의 사례에 등장하는 '걔'라는 소년은 학교에서 또래들을 붙잡고 돈을 뜯거나 경찰서에 갈 정도로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년이 바뀌게 된 작은 계기는 다른 무엇도 아닌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걸 어머니의 새벽 기도였다. 어머니의 거짓 없는 진실한 사랑이 걔의 마음에 닿은 것이다.


 이 글을 읽다가 갑작스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분수처럼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으며 '도대체 왜 내가 이러지?'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는 동안 나와 동생을 홀로 지탱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고, 때때로 어머니 일을 돕다가 성질을 부린 내 모습에 무척 화가 났던 것 같다.



 반듯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가까운 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철없는 아이인 것 같다.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는 몇 번이고 작가와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름이 있다. 어머니의 사랑, 친구의 사랑, 돈의 사랑 등 우리가 겪어보았을 혹은 겪어보지 못한 사랑도 있다. 나는 아직 '연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나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이 보이는 그들이 결국 영웅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마 자신이 가진 한계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겨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와 맞서는 엄마 역시 영웅일 것이다. 엄마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엄마에게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여전히, 아니 영원히 엄마는 나에게 슈퍼맨이다.

(본문 126)


 무심코 지나간 시간 속에서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에세이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 깊숙이 들어와 우리가 잊고 있었을 혹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따스한 사랑이 가슴 한 쪽에 쌓여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2017년 정유년이 시작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그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는 지금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거나 소중한 목표를 향해서 오늘을 변함없이 보내고 있으니까.


 이 책을 새해를 맞아 허해진 마음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들려주는 아픈 사랑, 고운 사랑 등 수 많은 미음으로 불어오는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그 무엇보다 따뜻하게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에세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 대답을 들은 기분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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