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화가 정중원, 하이퍼 리얼리즘을 통해 본 세상
- 문화/문화와 방송
- 2016. 12. 16. 07:30
화가 정중원이 묻다, "오늘 우리는 실재를 살아가는 걸까, 가상을 살아가는 걸까?"
스마트폰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우리 세상은 놀랍도록 바뀌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라도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접속하여 우리의 흔적을 남길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갖가지 토픽을 올려서 토론을 나눌 수도 있다. 그것도 어느 지역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말이다.
이렇게 현실 속에 가상이 비집고 들어오는 일은 가상 현실이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 뜨거운 인기를 보인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포켓몬 고'는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가상을 즐기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이 점점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
과연 우리는 오늘날 현실과 가상 어느 곳에서 더 많은 시간과 감정을 할애하며 보내고 있는 걸까?
상당히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지금 우리가 꼭 한 번은 해보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목요일(14일) JTBC<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극사실주의 화가 정중원 씨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서 가상과 현실이 뒤바뀌어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말했다. 그의 버스킹은 여러 의미로 정말 대단했다.
화가 정중원, ⓒ말하는 대로 jtbc
아마 지난 방송을 본 사람도 그렇겠지만, '화가 정중원'은 우리가 모르더라도 '사진 같은 그림'을 SNS 공유를 통해서 한 번은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그 그림의 화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림만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보고 상당히 놀라워하며 '좋아요'를 눌렀던 기억이 있다. (웃음)
화가 정중원 씨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하이퍼 리얼리티(극사실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이렇게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그림의 목적은 '어디까지 가상이고, 어디까지 현실인 걸까?'는 의문을 사람들이 한 번 정도 품는 데에 있다고 했다. 그 질문이 곧 그림의 의의였다.
다소 난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이야기를 그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와 닿는 이야기는 SNS 생활이 아닐까 싶다. 과거 우리는 우연히 좋은 풍경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지만, 요즘 우리는 SNS에 올리기 위해 좋은 풍경을 찾는다.
'현실이 먼저고, 가상이 후'였던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역전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보다 가상을 우선시하면서 'SNS 스타의 폐해'라는 사건도 겪었고, SNS 테러를 비롯한 현실의 감정이 가상 속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이제는 가상 속에서 우리는 더욱 상처를 입는 일이 쉬워졌다.
화가 정중원, ⓒ말하는 대로 jtbc
그는 또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었다. 대학에서 졸업한 친분도 없는 선배들의 작업에 동원되었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그 선배가 말한 "대학은 사회다. 대학은 과가 우선이지."라는 말을 언급했다. '과 우선이지.'라는 말을 통해서 '우리'라는 개인이 '과'라는 가상에 점령당한 아이러니함을 지적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분명히 대학의 과라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기 위한 분류일 뿐이었지만, 어느 사이에 한 사람을 틀에 가두는 억압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사회생활의 일환'이라는 말로 개인을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사회생활을 잘해야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한다.'는 말이 그저 겸손해야 한다는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마치 '개인을 잃어버려야 한다.'는 말로도 종종 들리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개인의 의견을 말할 때도 '재미있는 것 같다.'는 말을 통해 내 의견을 확고하게 표현하는 일을 가급적 피한다.
화가 정중원 씨는 이 또한 우리가 개인을 표현하는 데에 아직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나 또한, 종종 블로그에 책을 읽고 후기를 쓰거나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할 때 '~같다.'는 말을 사용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화가 정중원, ⓒ말하는 대로 jtbc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지 않은 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중요한 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아이러니. 우리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맞춰서 우리가 쫓아다니는 아이러니. 어쩌면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우리가 때때로 멈춰서 무엇인 더 중요한지 생각해보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그는 스티븐 프리비가 한 "곰은 곰이었고, 개구리는 개구리였다."는 말을 인용하며 '곰과 개구리는 100% 곰과 개구리로 살지만, 근데 왜 인간은 내가 아니라 흉내만 내면서 죽는 걸까?'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문제를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버스킹을 마치면서 아래의 말로 매듭을 지었다.
"예술품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태어날 때부터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입니다. 하지만 평생 천편일률적인 공산품이 되기 위해서 살다가 죽습니다. 예술품이 되는 게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정품 정도 되어야 조금 덜 억울하잖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내가 원본이고, 실재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내가 마음대로 짧게 정리를 했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나'로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까? 너무나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실재인 나'를 잊어버리고 가짜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보기 딱 좋은 시기인 12월, 지금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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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강현실(增強現實, Augmented Reality, AR)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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