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나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 6. 17:39
주말 극장 화제작 <너의 이름은> 시사회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나다
지난 1월 4일(수요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새해 정유년을 맞은 새해 시작부터 이렇게 멋진 기회가 있다는 건 이번 2017년도 좀 더 위를 바라보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월 4일(수요일)은 지금 한창 국내에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는 <너의 이름은> 시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단순한 시사회가 아니다. <너의 이름은>을 제작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내한하여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사회였다. 이 시사회에 나는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대원씨아이>로부터 초청을 받았었는데, 내한 소식을 듣고 곧장 초청을 수락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한 편 보기 위해서 서울까지 솔직히 바보 같은 일이다. 영화는 내가 사는 김해에서도 개봉했기 때문에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시간과 비용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서울행을 택했다.
당일 1시 38분에 출발하여 4시 48분 정도에 도착하는 예정이라 코엑스 메가박스에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길을 헤매는 바람에(지하철을 한 정거장 더 갔거나 반대편으로 갔거나 급행을 놓쳤거나)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코엑스 메가박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엑스 메가박스로 들어가니 벌써 <너의 이름은>의 커다란 홍보물이 보이고, 와디즈를 통해서 펀딩을 한 사람들이 표와 굿즈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먼저 줄을 서달라고 했었는데, 와디즈에 펀딩을 한 게 아니라 상품은 받지 못했다.
줄 근처에 서서 서성이는 사람이 있어 혼잣말로 "대원씨아이 측은 그냥 서면 되는 건가…?"라고 중얼거렸더니, 서성이던 분이 "대원씨아이에서 오신 거예요?"라고 말을 걸어주시면서 빠르게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펀딩을 한 게 아니라 한정 굿즈는 받지 못했지만, 자리는 제일 앞 좌석이었다.
처음에는 제일 앞 좌석이라 영화를 보는 데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상영관에 들어가 보니 오히려 앞좌석이 더 좋은 것 같았다. 특히, <너의 이름은> 상영 이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이 무대에 올랐을 때, 누구보다 제일 앞에서 감독님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딱 나와 친구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감독님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너의 이름은>을 웃고, 눈물이 맺히는 슬픈 장면에 감정 몰입을 하고,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조마조마하면서 보았다. 그리고 엔딩테마곡이 끝난 이후에 감독님이 무대 위에 오르셨는데, 정말 코앞에서 신카이 감독님을 뵙게 되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문을 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여러분이 있었기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고 말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를 본 직후 관객들 앞에 서는 일은 꽤 긴장된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서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초속 5cm> 같은 작품을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간단히 그날에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신카이 마코토 : "여러분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시작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와디즈 펀딩). 굉장히 감사합니다. 영화를 본 직후의 관객분들의 앞에 서는 일은 굉장히 긴장됩니다만,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관중들, 나 : (환호) "네!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 "감사합니다. 모두 일본어 잘하시네요. (웃음)"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굉장히 좋아하고, 영화를 만들 때 종종 한국을 찾습니다. 혹시 과거 저의 작품 중에서 <초속 5cm>라는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신가요? 보시지 않은 분은 조금은 슬프지만, 기회가 된다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전에 다른 곳에서도 인사 자리를 가졌는데, 어떤 분이 저를 가리켜 '커플 브레이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행복한 결말을 만들겠다고 2년 전부터 결정했었습니다. <초속 5cm>를 보신 분이라면 이번에도 영화 마지막에 보면 혹시 두 사람이 두 마지막에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셨을 텐데, 일부러 그런 것을 노리고 이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여러분을 만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문을 들으려고 합니다. 영화에 관한 것도 괜찮고, 아무 질문이라도 괜찮으니 사양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질문해주세요."
짧은 소개 시간 이후에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맨 앞 좌석에서 나는 "私、私にさせてください!"라고 외쳤지만, 아쉽게도 마지막까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더욱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한정 포스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인연이 없었다. 만족했지만, 아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Q&A 시간에는 미야지키 하야오 감독을 넘었다는 한국 관중의 질문에 "아직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웃음) 현재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판매율 1위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고, 2위가 <너의 이름은>입니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중의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고 있는데, 약간의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신카이 마코토 : "애니메이션 감독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젊었을 때 여러 감정 아픔이나 괴로움이나 기쁨을 간직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연령이라면 여러 가지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운 일도 많을 것이고, 굉장히 기쁜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감정의 다채로움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른이 되면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역시 사는 것에 집중하느라 감정이 무뎌지고, 둔감해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지금 만나는 아픔이나 기쁨을 절대 잊지 않도록 소중하게 한다면, 나중에 자신에게 있어 커다란 보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 확실히 사람은 여러 감정을 끝까지 잊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떤 감정에 무뎌지는 순간, 우리는 슬픈 어른이 되어버리게 된다. 나는 정유년을 맞아 벌써 28살의 나이를 맞이했지만, 아직은 그래도 젊음에 기대어 여러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4일)에 본 <너의 이름은> 또한 굉장히 감정의 다채로움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미츠하와 타키 두 주인공을 따라가며 기쁨, 슬픔, 애절함, 간절함 등을 느끼면서 작품에 굉장히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지는 그 부분의 조마조마함은 작품을 보아야만 느낄 수 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에 꼭 극장을 찾아 영화 <너의 이름은>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예매율 1위를 달리는 <너의 이름은>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조금 취향이 달라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난 1월 4일에 보낸 일정을 동영상으로 만든 걸 아래에 공유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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