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5화, 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 문화/문화와 방송
- 2016. 10. 20. 07:30
작가 곽정은,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 정치인 이준석의 허심탄회한 버스킹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품위를 잃지 않는 일이라고 말한다.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말한다. 내가 나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멋진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일은 언뜻 보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자존감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높은 자존감보다 상처받은 자존감, 낮아진 자존감으로 꽤 우울하게 살고 있다.
우리의 자존감이 상처받고, 하염없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계속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성적으로 차별을 받고, 직장에 다닐 때는 연봉으로 차별을 받고, 사회 생활에서는 외모로 차별을 받는다. 비교와 차별이 없는 곳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현재 한창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과거 트위터에 '돈도 실력이야.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취지의 말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 또 한바탕 떠들썩했다. 이렇게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누어지는 세상 속에서 보이는 차별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차별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우리가 받은 크고 작은 상처는 자존감을 낮추고, 점점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하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는 삶을 살게 한다. 비교와 차별은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편견으로 굳어져서 끊임없이 사람을 괴롭힌다. 그래서 내가 나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일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어제 수요일(19일)에 방송된 <말하는 대로>에서는 작가 곽정은, 래퍼 아웃사이더, 정치인 이준석 세 사람이 출연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따로 이야기를 한 것 같았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한곳에 모아보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가져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 곽정은은 직접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외모가 뛰어난 언니와 많은 비교를 당했고,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통해서 자존감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찾는 법을 말했다.
그녀는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글을 쓰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방송에서 길게 볼 수 없었지만, 아마 그녀의 글은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끊임없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내가 나에게 질문을 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일 수 있을 때 강해지는 법이다.
이후 그녀는 여성들의 시점에서 여성들이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풀기 어려운 성추행 경험담을 통해서 말했다. 그 이야기는 다소 가슴 아픈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정말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조금 19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편견에서 벗어나 편견에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얼마나 편견에 갇혀서 비교와 차별을 겪으면서 자신을 괴롭힌 적이 많았던가. 정말 이제는 내가 아닌 타인의 편견에서 벗어날 때다.
작가 곽정은에 이어서 버스커 무대에는 속사포 래퍼로 유명한 아웃사이더가 올라섰다. 솔직히 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나는 이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지만, <말하는 대로>에서 들은 그의 음악과 이야기는 굉장히 즐거운 리듬을 탈 수 있게 했다. 깊은 의미가 있으면서도 절대 가라앉지 않게 해주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꿈이 작가나 언론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능시험에서 모의고사보다 100점이 낮게 나오면서 한 번의 시험으로 너무나 괴로워했고, 이후에 전국 논술 대회에서 1등을 한 상장이 나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때 정말 억울했다고 말한다.
아마 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보았다면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그는 주변을 원망하면서 원하지 않는 대학의 원하지 않는 학과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뛰어들었다. 절대 쉽지 않았지만, 절대 열정을 식히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그가 자랑하는 속사포 랩과 섞여 굉장히 분위기를 잘 그려냈는데, 그가 래퍼로 방송에 데뷔하고 겪은 이야기도 분위기를 따라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있었다. 방송 이후 있는 척하기 위해서 그는 편의점 알바까지 했지만, 그것을 여자친구에게 들키고 이별을 통보 받고 무작정 떠났다.
홀로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깜깜한 밤의 국도를 달리다가 그는 '여기서도 혼자구나'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국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때 만난 트럭 아저씨가 삶은 달걀과 우유를 주면서 그를 토닥여주었고, 그는 자전거 여행에서 겪은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를 만든 '외톨이'라는 곡이었고, 그는 자신의 곡을 부르면서 화려하게 무대를 끝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멋진 척, 있는 척… 척척척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꺼내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를 이번에 처음 보았지만, 정말 멋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랩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이때 들은 아웃사이더의 음악은 굉장히 좋았다. 그의 삶이 녹아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척하는 모습이 아니라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그랬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했다!
세 번째로 올라온 인물은 썩 반갑지도 않을 수도 있는 방송인이자 정치인에 속한 이준석이었다. 그는 한때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키워나갔지만,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여론에서 꽤 많은 비판을 받은 인물이었다.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버스킹을 통해 할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자신이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친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했다. 그 당시 자신이 신경을 쓰며 가르친 소녀는 13년 동안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는 당시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인 선택으로 보호소에 보내주었다.
하지만 다시 그 소녀를 만났을 때, 그 소녀는 "이제는 보호소 선배들에게 맞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이후 굉장히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며 직접 자신의 손으로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정치인이 된 것이다.
20대부터 정치계에 발을 들인 일은 무척이나 어려웠고, 아직 그는 커다란 변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했다. 자신이 속한 정당을 자신의 방향으로 당기려고 하다가 놓쳐버렸다고 말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급식에 불만을 품었던 고등학생의 사연을 말하며 '작은 변화'의 중요성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새누리당에 소속되어 있기에 좋게 볼 수 있는 여지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청년 이준석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꿈꿨던 작은 바람은 분명히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꿈이라고 생각한다. 한 소녀의 되풀이된 어려움은 분명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었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각자 자신이 어떻게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스스로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과정이 담겨 있었다. 이 세 사람 모두 한때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어려워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질문을 했고, 그 질문 속에서 나를 찾고자 했다.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그건 어쩌면 아주 쉬울 수도 있다. 세 사람이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늘 비교와 차별을 통해 편견이 생긴 있는 척을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인정하고, 솔직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용기가 어렵다. 글로 이렇게 쉽게 적을 수 있지만, 절대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데에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하지 못한 일이 많고, 지금도 늘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겪는 외모 콤플렉스와 낮은 자존감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지금은 작가 곽정은처럼, 래퍼 아웃사이더처럼 나 자신과 이야기하며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나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오늘 <말하는 대로 5화>는 각자 다른 분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은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나는 부족한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무서워서 때때로 도망치기도 하고, 이런 나에 대해 덤덤하게 털어놓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웃음)
▶ 나를 마주하며 글을 쓰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