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사형을 선고합니다! 탕! 탕! 탕!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9. 29. 07:30
헌법 제1조 1항을 위반한 죄로 대한민국에 사형을 선고합니다.
여름에 미처 내리지 못한 비가 울분을 토하듯 가을을 맞아 거세게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는 색색의 우산이 펼쳐져 거리를 화려하게 수 놓았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신발은 물웅덩이를 밟아 더러워지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여가도 없이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오늘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울 대법원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은 유례없는 재판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에 대한 핍박인 갈수록 거세지자 국민의 절반 이상의 뜻을 모아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재판을 신청했다. 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있을 수 없는 이 재판은 외국 국가들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다. 시민 단체들은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외국 변호사에게 의뢰했고, 한국이 점차 독재 국가로 후퇴하는 모습을 걱정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뜻하지 않게 일이 커진 검찰과 법원은 정식으로 이 재판을 진행했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에 가장 강하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핵심적인 죄는 세 가지다.
첫 번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라는 헌법을 어긴 죄.
두 번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라는 헌법을 어긴 죄.
세 번째,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이라는 헌법을 어긴 죄.
현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정부 인사를 확정했다. 야당이 청문회를 열어서 그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국민들이 반대해도 한결같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더욱이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을 향해 협박 같은 발언을 했다.
애초에 독재 시절을 이끈 대통령의 자식인 현 대통령이 제대로 민주주의를 지키길 바란 일은 어리석었던 일이었다. 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곧바로 대선 후보 시절에 주장한 공약을 모두 파기하거나 바꾸었고, 제대로 된 소통마저 거부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벌어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무능력한 모습과 책임만 전가하는 모습, 살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사망에 이르게 한 모습, 내부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기보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을 오히려 질책하는 모습. 기어코 국민들이 터졌다.
마치 유럽의 시민혁명이 일어나서 절대왕정을 부순 시민처럼, 한국의 많은 국민이 절대왕정의 군주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현 대통령과 대통령에게 꼬리만 흔드는 정부를 더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가에 대한 재판이 마침내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다.
이미 서울 대법원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국내 언론 상당수는 자칭 '애국주의자 집단'이라고 말하며 "나라를 위협하는 종북세력 물러가라!"고 외치는 언제나 시위를 일삼은 집단을 찍으며 '우매한 군중이 있을 수 없었던 일을 일으켰다.'고 정부의 편을 들면서 일방적 보도하고 있었다.
그 반대는 "죽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살려내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는 국내 언론 중에서도 독립 언론과 가장 많은 신뢰를 받은 언론, 외신들이 상당수 모여서 빗속에서도 촬영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재판은 전 세계에 동시 생중계가 된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법정 안에 들어섰다. 유례없는 재판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일찍이 동분서주 움직인 덕분이다. 이미 재판장 안에는 허락을 받은 국내외 방송사 카메라와 각종 보수단체로 보이는 집단과 한 번은 뉴스를 통해 우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법정 내에서도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는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설전이 벌어졌고, 살아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기 위해서 참여한 청소년들의 모습도 보였다.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는지 너무나 비탄한 마음이 든다. 재판 시작을 기다리며 잠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려보고 있을 때 누군가 일어섰다.
"판사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기립해주십시오."
법원 서기보의 말에 따라 법정은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서서 들어오는 세 명의 판사를 보고 있었다. 이 세 명의 판사는 야당이 추천한 인물 한 명, 여당이 추천한 인물 한 명, 유엔에서 추천한 대외 인물 한 명이 포함된 역사상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구성이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할까?
"모두 제자리에 착석해주십시오."
다시 서기보의 말에 따라 모두가 착석했다. 피고석에는 검사와 현직 대통령 보좌관이 앉아있고, 원고석에는 다양한 국제 변호사와 시민의 임시 대표가 앉아있었다. 불과 지난주까지 법정에서는 갖은소리가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화되었고, 모든 국민의 화제가 되었다.
비장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마침내 중앙에 앉은 유엔에서 추천한 판사가 입을 떼었다. 그의 표정은 비장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었는데, 전국의 많은 국민과 전 세계의 시민이 주목하는 판결이 드디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하늘은 이런 분위기를 아는 듯, 빗소리는 더욱 거세지며 '쾅' 하는 천둥소리가 났다.
"원고 대한민국 국민의 80퍼센트,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판결을 말하겠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을 지키지 않았고, 국민 없이 국가는 없다는 것을 잊은 채 행동했습니다. 대통령의 독재는 이미 도를 넘어섰고,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폭정을 지켜보다 못해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재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원칙을 어기고, 대통령의 독재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롯한 갖은 독재 정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1조 1항을 어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어기고,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의 발언에 따라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부정한 것이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측근과 여당 수뇌부는 은밀히 결탁하여 민주주의 뜻을 위반했기 때문에 심각한 사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은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정부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국민들을 수시로 감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오로지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악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왜곡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헌법 제10조, 헌법 11조를 비롯한 다수의 헌법을 어긴 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법상 최고형인 사형에 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기존의 대통령과 정부 인사의 모든 권한은 잃어버리고, 새롭게 정부를 구성하여 새로운 나라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길었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판사 봉이 세 번 '탕, 탕, 탕' 울리면서 대한민국에게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었다. 국가가 죽어버린 것이다. 진보 국민들은 모두 법정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고, 보수 단체들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항의하며 신발과 가진 잡다한 물건을 판사를 향해 집어 던졌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정부의 개 노릇을 하던 신문들은 "국민들이 나라를 죽였다", "나라를 배신한 국민들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는 국민과 대통령, 무정부 상태로 일어날 혼란을 걱정한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도록 보도를 하고 있었다.
반면에 독립 언론과 외신들은 "무너져 가던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린 판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다", "헌법을 어긴 국가, 사형을 선고받다",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에 희망찬 국민들의 환호성" 같은 제목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새롭게 시작할 날을 기대했다.
과거 벨기에에서 무정부 상태로 정치가 이루어진 시기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혼란을 우려했지만, 아무런 우려 없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때까지 사회는 평온하게 흘러갔다. 이제 한국은 제2의 시험무대에 올랐다. 독재를 향해 가던 정부를 무너뜨리고, '국가는 죽었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 나라를 사형이라는 집행에 처한 대한민국은 과연 앞으로 어떤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게 될까? 공정한 투표를 위해서 한국은 유엔 사무국의 지원을 받기로 했고, 새로운 헌법은 독재 시절에 남은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제 또한 단임제에서 연임제로 바뀌게 될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세 가지의 가장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게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아직 손에 쥔 것이 많은 정치인과 정치인을 뒤에서 밀고 있던 기업인, 그들의 수하인 각종 자칭 애국단체는 소란을 피우고 있지만, 이 또한 새롭게 바뀔 것이다.
죽은 이후 새롭게 새싹을 틔울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라질 수 있을까? 너무나 처참한 1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후퇴하고, 4대강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무능하고 독재를 향해 가는 지난 정부 동안 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적어도 이 역사를 통해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오늘 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국민이 되고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헌법을 무시하면서 갖은 독재 유산을 실천하고, 대통령의 고집에 따라서 움직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자 이런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국가에 의해 목숨을 잃어버린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과연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국가와 대통령과 그 정치인들을 재판에 세운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저는 그러한 것을 쉽게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말한 '국가는 죽었다'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웃픈 소리로 하는 말입니다. 헌법을 무시하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오늘 정부의 모습은 너무 잘못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잘못된 모습을 강하게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글은 바로 그런 글입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이 더는 퇴보하는 일 없이,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은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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