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소통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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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말하는 대로>, 시청자와 소통에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라인 등 다양한 SNS 메신저는 우리가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할 수 있으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메신저를 통해서 외국 친구를 만드는 일도 이제는 정말 쉬워졌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점차 오프라인 소통에서 멀어지고, 온라인 소통만 하는 이상한 모습을 초래했다. 친구들끼리 만나도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의 SNS 계정에 올라오는 실시간 피드만 보고, 막상 눈앞에 있는 친구와는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꽤 흔하다.


 나는 애초에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서툴러서 스마트폰이 있다는 게 참 행운이었다. 처음 만나서 불편한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불편해서 스마트폰만 보고, 어떤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나 함께 모이게 된 일이 시작하지 않으면 항상 그렇다.


 나처럼 말주변이 없는 사람은 이런 게 무조건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솔직히 우리 사회 전반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면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사람들은 점점 오프라인에서 소통을 나누는 법을 잊어버리고, SNS 메신저를 통해서 소통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아닐까? 문득, 나는 그런 걱정이 들었다.


 SNS 매체를 통해서 아무리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의 고독한 마음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SNS 우울증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허전한 마음을 다른 사람도 느끼는지, 최근에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으로 소통을 나누는 흐름이 생겨났다.



 '아프리카 TV'라는 매체는 그 선두 주자에 있었고, 사람들은 점차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보다 함께 무엇을 하면서 소통을 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JTBC <김제동의 톡 투유> 프로그램 또한 시청자와 함께 소통하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사람이 즐겨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JTBC 측은 <김제동의 톡 투유>보다 한 걸음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바로, 지난 21일 9시 30분에 첫 방송이 된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해진 시청자 없이 거리에서 즉흥적으로 시민들과 만나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말할 거리를 가진 사람이 누구나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즉흥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속에 쌓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재밌었다. NC 야구 시합을 보느라 지난 21일에 방송을 처음부터 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간부터 보더라도 '이 프로그램은 대박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박이 난다고 해도 시청률이 수직 상승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프로그램 콘텐츠가 정말 좋은 콘텐츠로 채워지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의 선발 주자가 될 것 같았다. <김제동의 톡 투유>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프로그램이지만, <말하는 대로>는 좀 더 자유롭게 진행이 되었다.


 버스커로 섭외된 인물들이 직접 거리에서 시민들을 모집하고, 거리에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민들과 눈을 맞추었다. 준비된 어떤 주제 없이 바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왔다. 그동안 SNS 매체로 소통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직접 앞으로 나와 마주하는 게 신선했다.



 지난 21일 방송에서 내가 들은 건 잘 알지 못하는 이상민 씨와 더 잘 모르는 장유정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상민 씨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말하면서 "본인의 가치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을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질문을 통해 그는 사람들이 품은 망설임을 끌어냈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말하라고 한다면, 분명히 우물쭈물하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말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요.'가 대체적인 대답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 책정하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게 현실이니까.


 솔직히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와 명성과 부와 실력을 갖춘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상민은 "여러분의 가치는 여러분 스스로 산정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산정하는 것이 아니에요."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회피하며 스스로 평가절하한 게 아닐까?


 이상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MC 역할을 맡은 유희열은 과거 자신이 앨범 작업을 할 때 "네가 만든 음악을 스스로 멋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신을 스스로 믿지 않고, 평가절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판단인 거다.


 이상민은 이 이야기를 위해서 '본인의 가치는 얼마인가요?'라고 물었고, 자신이 한 실패는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한 경험을 통해서 그 길을 가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모든 일상이 다 가치입니다."라는 말로 버스킹을 마쳤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는 게 신선했다. <김제동의 톡 투유>는 하나의 주제로 사람들을 모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라면, <말하는 대로>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다. 시청률과 참여가 적어 폐지 위기에 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오프라인 소통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점점 깊어질수록, 이런 프로그램은 또 다른 생명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온라인 소통만 하고 있으니까.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명의 연사가 청중에게 할 때도 힘이 있지만, 한 명의 특별한 연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으로 같은 시선으로 이야기할 때도 큰 힘이 발휘된다. 지금처럼 오프라인 소통이 점점 줄어들고, 사람과 마주하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는 그동안 우리가 접한 프로그램과 달리 같은 눈높이까지 내려와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인물이 나와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아무래도 나는 JTBC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생긴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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