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게임 임장,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왕게임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9. 21. 07:30
왕게임 3권, 친구를 죽여야 하는 왕의 명령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책을 읽는 기분을 좋게 해준다. 특히 밤에 집에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이 연주하는 가을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들으면서 책의 이야기에 더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 나는 평온한 가을과 달리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 이야기의 출처는 <왕게임 임장>이라는 책으로, 책을 읽는 동안 가을 밤바람이 순식간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야기에 몰입하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왕게임 임장>의 메인 에피소드는 <왕게임 종극>에서 등장한 '혼다 나츠코'라는 인물이 겪은 왕 게임 이야기다. 그녀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왕 게임을 겪었다. <왕게임 종극>에서 왜 그렇게 그가 그토록 잔인하게 왕 게임을 풀어나갔는지 그 이유를 <왕게임 임장>에서 읽을 수 있었다.
<왕 게임 임장>의 이야기는 '코다마 하즈키'라는 인물이 인터넷으로 '왕게임'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하즈키는 자신이 읽은 왕게임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 현실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하즈키는 친구와 함께 소설에서 등장한 학교를 찾았다가 진실을 마주한다.
그 학교에는 <왕게임>에서 읽은 '카나자와 노부아키'가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에서 등장한 '혼다 나츠코'라는 이물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하즈키는 두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만, 만나지 못한 채 혼다 나츠코가 전학을 오기 전에 다닌 시몬 고등학교를 방문한다. 하즈키는 그곳에서 일어났던 또 하나의 왕게임을 읽는다.
왕 게임 임장, ⓒ노지
<왕게임 임장>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나츠코가 겪은 왕 게임은 이미 벌써 친구들이 서로를 죽이거나 믿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나츠코를 향해서 "내 소중한 것이 되어줘!"라며 발악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고, 나츠코를 옆에서 지켜주면서 '정의'를 외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왕게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남들보다 먼저 수수께끼에 접근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의 사상과 욕심을 부딪치며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죽음이 <왕 게임 임장>의 이야기다. 그 싸움은 <왕 게임 종극>과 비슷한 수준으로 너무나 잔인했다.
특히 <왕 게임 임장>은 앞의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왕의 명령은 '소중한 것을 버려라'부터 시작해서 '반 전원이 각각 반 친구를 최소한 1명 죽여라.'는 절대 쉽게 실천할 수 없는 명령이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반 전원, 반 친구 눈알을 2개 바쳐라'는 극을 달한다.
이런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에 인간은 이성을 똑바로 유지할 수가 없다. 나츠코를 곁에서 지켜주려고 한 인물인 켄타로는 모두의 마음을 돌려 협력을 얻어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의 바람을 비웃듯 친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녀석들이 등장하고, 멀쩡한 인물도 서서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 게임]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게임이다.
번드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녀석은 있다.
'지킬 테니까' '도와줄 테니까' '네가 죽는다면 나도 죽을 거야' '널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어'
말로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 처해서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자기 목숨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본문 161)
윗글은 혼다 나츠코의 독백이다. 그녀는 친구를 잃은 후에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데, 자신의 마음을 속이면서 켄타로에게 다가가거나 뭔가 어긋난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자신의 숨겨진 본성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잔인하게 왕의 명령을 수행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엔 또 한 명이 있었다.
만화 왕 게임 임장, ⓒ노지
나츠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악역을 자처한 '사다케 마이'다. 악역을 자처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성격이 원래 그랬던 것 같다. 그녀는 나와 상당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책에서 마이는 이렇게 말한다.
"규제나 삭제를 하고 싶어도 못해. 인터넷이라는 건 무슨 글을 쓰더라도, 무슨 사진을 올리더라도 용납되는 무법지대야. 사람의 성격은 정말 다양해. 인터넷 세계는 인간관찰 장소로 매우 유용하지."
마이의 눈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머나먼 세계에 빠져있는 것만 같았다.
"내성적인 사람들, 분노나 증오를 바깥으로 내뱉지 않고 울분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들,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얼굴을 마주대하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인터넷 세게에서는 말을 할 수 있어. 나이, 성별, 명예, 지위, 빈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주저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어. 가지고 있는 모든 인간성이나 추악함을 드러낼 수가 있어. 그게 인터넷 세계야. 그러니까 인터넷 세계는 정말 멋진 거지. 인간의 본질을 전부 볼 수 잇는 세계야. 위선이 없는 진실한 세계란 말이야.
[왕 게임]은 인터넷 세계와 마찬가지야. 아니, 그 이상의 세계인지도 몰라. [왕 게임]이라는 환경이 반 친구들의 본성을 눈뜨게 만들었어. 인터넷의 가상 세계에서밖에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살인이나 잔인한 행위를 현실로 가져다 주었어. 내 사이트 관람자들이 '[왕 게임]에 참가하고 싶다'라고 메일을 보내고 있다구." (본문 175)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인간의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고, 혐오와 증오가 부딪히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꽤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를 부추기는 추악한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여러 사례가 떠오를 것이다. 인기 있는 게임 몇 군데만 들어가도 온라인상에서 욕이 난무하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악행을 영웅담으로 만들어 적기도 한다.
결국, 왕 게임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게 한 게임이다. 마이가 말한 대로 이 왕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혼다 나츠코는 그렇게 점점 괴물이 되어갔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순간에도 그녀에게는 '희망'이라는 말보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남아있었다.
<왕 게임 임장>은 혼다 나츠코가 겪은 왕 게임 이야기를 을 전부 다 읽은 후에 다시 현실로 초점을 바꾼다. 하즈키는 왕 게임이 최초로 일어났다고 하는 요나키 마을을 찾아갔다가 혼다 잇세이를 만난다. 그를 만난 이후에는 숨어있다가 '카나자와 노부아키'가 요나키 마을에 온 것을 알게 된다.
직접 마주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 이후 한참 멍 때리다가 마을을 나온 하즈키는 <왕 게임>의 속편 <왕 게임 종극>이 완결된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야기는 카나자와 노부아키와 혼다 나츠코가 새롭게 겪은 왕 게임이 기록되어 있었고, 왕 게임이 남기는 31자의 보내지 않는 문자의 메시지를 읽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욱 무대를 넓혀가면서 끝은 새로운 시작임을 알린다. 과연 <왕 게임 멸망> 에피소드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한 클래스 내에서 벌어진 왕 게임이 무대를 너무 넓혀버렸기에 쉽게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정말,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두근두근!
가을을 맞아 어떤 이야기도 다 잊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무서운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왕 게임> 시리즈를 추천해주고 싶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지만 국내에 상당히 빨리 나와 있고, 소설이 불편한 사람은 만화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작품은 AK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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