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읽다보면 저절로 혼술이 땡기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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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치맥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오후 7시가 되면 이미 거리는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은 뒷산에서 가을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귀뚜라미와 갖은 풀벌레 소리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더욱 감미롭게 해준다.


 나는 그래서 가을이 좋다. 여름에는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더라도 평온한 소리보다 기센 매미 소리만 가득했고, 밤에는 모기들의 공격을 받기에 문도 제대로 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고 있자니 전기세와 공기 악화가 걱정되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여름은 정말 책 읽기 나쁜 계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책을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그렇게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여러 생각은 글로 옮기고 싶은 소재가 되었지만, 대학 생활을 함께 하는 탓에 시간이 부족해서 제때에 글로 옮기는 일이 어려웠다. 가을은 반가웠지만, 새로운 학기는 좀 그랬다.


 아마 모두 자신만의 가을을 보내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혼자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적으면서 보내지만, 어떤 사람은 벌써 크리스마스를 내다보며 연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오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을이라고 하면 가을야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야구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떠올리지 않을까?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선선한 기온이 식욕을 돋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때는 평소 먹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흔히 사회생활이 끝나고 저녁에 갖는 술 한잔 하는 시간은 더 꿀맛 같다고 말한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와카코와 술>이라는 일본의 만화책이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에도 정식 발매가 되어있는 만화책이기도 하다. <와카코와 술>은 제목 그대로 술을 마시는 여성의 '음주 일기(?)'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짧은 만화로 에피소드를 그려 엮은 작품이다.


 한국에서 '술을 마신다'고 말하는 일은 대체로 나와 함께 동석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은 술은 혼자 마시는 게 아니라 끼리끼리 함께 마시면서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다. 뭐, 때때로 함께 있으면 불편한 사람과 술을 마시면서 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27살의 남자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꽤 놀라운 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취업이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시간을 줄여가며 취업 공부에 투자한 탓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 내 가정이다. 한국에서 술은 '즐기는 맛'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애환을 달래는 맛'으로 많이 이용된다. 함께 마시는 술은 즐기는 맛이라면, 혼자 마시는 술은 애환을 달래는 맛인 거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고,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혼자서 밥 먹는 일이 흔한 일본은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일도 상당히 흔하다고 한다. 일본의 전형적인 술집인 이자카에서 생맥주 한 잔과 안줏거리를 시켜놓고 마시는 사람이 꽤 많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맥주 한 잔을 하는 건 시원한 풍류인 것 같다.





 <와카코와 술>은 일본의 그런 모습을 그린 만화다. 작품 속의 주인공인 와카코는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데, 그 이야기를 잠시 읽고 있노라면 '도대체 술이 얼마나 맛있으면 저렇게 먹을 수 있는 걸까?'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도 이런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떨까?


 위 사진을 통해 만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정말 맛있게 '푸슈~' 하면서 술을 마신다. 단순히 우리가 한국의 전형적인 드라마에서 보는 주인공이 낙심하여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모습이 아니다. 혼자서 딱 적당한 양을 마시면서 술과 안주로 시키는 요리의 맛을 맛보는 풍류라고 생각한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에는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개인의 기호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술자리는 너무 나와 정반대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끄럽고, 사람들과 사람이 개인의 영역을 침해하는 한국의 그런 자리가 영 불편하다. 그래서 술자리와 술은 더 멀리해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와카코와 술>을 읽다 보면 혼자서 마시는 술은 제법 괜찮을 것 같다. 비록 생각은 이렇게 하더라도 술은 마시지 않겠지만, 혼자서 밥을 먹으면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기분이 바로 와카코와 같지 않을까? 나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책으로 늘 하루를 달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9월, 오늘은 잠시 시끄러운 술자리를 멀리하고,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와카코와 술>의 주인공이 혼술을 편안하게 즐기는 것처럼, 술이 나를 즐기는 게 아니라 내가 술을 즐기기에 가을이라는 계절은 딱 혼자서 보내기에 좋은 계절이니까.


* 이 작품은 A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가을에도 혼자 책을 읽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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