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 누구나 쉽게 읽는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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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첫 시작을 꼭 어렵게 할 필요가 있나요?


 내가 듣는 대학교 교양 과목 중에서 부동산 법과 관련된 법학 강의가 있다. 법학을 강의하시는 교수님은 "법을 모르면 교양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고, 법의 세세한 부분을 모르더라도 간단한 개념을 알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셨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법을 기반으로 하는 법치주의 사회이다. 법에 따라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모든 행동을 하고, 법을 어기면 우리는 처벌을 받는다. 단지, 법을 피해 가는 악인이 정치를 할 뿐이다.


 법치주의를 누구나 똑바로 지킨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이 주장은 조금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인간 중심의 철학에서 세워진 법은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은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도덕이다. 법을 어긴다는 것은 결국 도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도덕은 사람이다. 법을 공부하는 건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을 공부하는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왜 우리는 법을 지켜야 하는가?'는 질문을 통해서 그 법이 인간 사회에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법을 어기면 우리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옷장 속 인문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옷장 속에서 옷을 꺼내 '어떤 옷을 입을까?'라며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인문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 또한 인문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인문학을 어렵게 이해할 필요가 없다. 가장 당연한 것을 살펴보면 거기에 인문학이 있다.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 ⓒ노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최진기의 교실 밖 인문학>이라는 책이다. 저자 최진기는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절대적 스타 강사로 활약하고, 얼마 전까지 <김제동의 톡투유>에 고정에 가까운 패널로 출연한 인물이다. 나 또한 수험생 시절 그의 사회문화 영역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른이 되어 그의 경제상식 도서와 인문학 도서를 종종 읽는다. 왜냐하면, 그의 책은 어려운 내용도 쉽게 잘 설명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이 그의 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덕분이고, 그의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이후에도 그 책을 찾는다.


 이번에 읽은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은 인문학의 뿌리가 되는 지식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장르에 깊게 파고들기 전에 도움닫기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고대 '생각의 탄생'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한 철학의 개념을 말하는 부분에서 감탄했다.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은 고대, 근대, 현대 철학의 개념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각 사상가가 주장한 철학에 접근한다. 그 후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 자연스럽게 정리한다. 벤담의 공리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을 함께 보자.


벌써 며칠 때 한여름의 불볕더위가 계속되었다. 사무실 안의 에어컨은 윙윙 소리를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뒤, 덜컹! 문이 열리더니 직원 한 명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휴, 더워, 더워! 밖이 얼마나 더운지 몰라."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현재 사무실 온도는 24도이고, 이미 오랫동안 에어컨을 켜 두어 사무실 안은 시원했다. 그런데 이 직원은 에어컨의 온도를 22도까지 내렸다.

그때 한쪽에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렸다. 여직원은 두터운 카디건을 입고 커다란 판자로 에어컨 바람을 막아놓았다. 그녀는 냉방병에 걸렸다.

"저는 지금도 추워요. 조금 있으면 시원해질 텐데, 굳이 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을까요? 실내 온도를 26도에 맞추면 좋겠어요. 가끔은 에어컨을 꺼 두기도 하고요."

그러자 다른 직원이 말했다.

"사무실 온도가 24도는 되어야죠. 26도는 덥더라고요. 더워서 일 못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사무실에서 세 명은 에어컨을 세게 틀기를 원했고, 냉방병이 걸린 직원은 온도를 높이거나, 에어컨을 잠시라도 끄기를 원했다.

이 상황에서 제러미 벤담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쾌락을 더 많이 얻는지 계산해서 결정하면 되지!

만약 에어컨을 계속 켜서 세 명이 쾌락을 얻고, 한 명이 고통받는다면 당연히 에어컨을 켜야 해." (p92)


 부분 발췌를 할 수 없이 벤담의 공리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도입부를 그대로 옮겼다. 이렇게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한 개념에 대해서 독자가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기본 도서라 '깊고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지 않지만, 인문학에 필요한 개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 ⓒ노지


 만약 이 책을 읽은 이후에 공리주의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긴다면, 제러미 벤담을 자세히 설명하는 책을 찾아서 읽어보면 된다. 혹시 우리가 현시점에서 겪은 여러 문제와 공리주의를 고민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추천하고 싶다. 인문학은 이렇게 호기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호기심을 가지고 인문학에 접근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여기저기 인문학을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어려운 자기 지식 자랑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정말 특별하지 않은 내용으로 인문학적 접근을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책의 저자 최진기 선생님 또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은 딱딱한 글씨체로 숨이 막힐 듯이 글로 도배된 책이 아니다. 시원시원한 여유가 있고,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함께 있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과연 이게 인문학 도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분명한 인문학 도서다.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용어를, 가장 대표적인 사상가와 그 사상가가 주장한 사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아마 그동안 흥미가 없어서 인문학 도서에 손을 뻗지 못한 사람에게 '인문학이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좀 더 깊고 세세히 따져가기 시작하면 인문학은 분명히 어렵다. 고대 철학과 현대 철학을 오가면서 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게 인문학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인문학의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 필요가 없다. 낮은 진입장벽을 통해서 일상 속 소재를 통해 무엇이 인문학인지 알아갈 수 있으면 족하다.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조차 접근이 어려웠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인문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저자의 <인문학 바다에 빠져라> 시리즈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인문학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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