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이상해진 이유는 군대 때문이라고?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남혐과 여혐 사회에서 우리가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나는 어릴 때부터 "사내자식이 남자답게 좀 행동해라!"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조금 혼나면 운다고 더 혼나고, 글은 콩알만큼 조그맣게 쓴다고 혼나고, 사내 녀석이 매를 참지 못한다고 혼나는 등 남자라면 울지 말아야 한다거나 남자라면 큼지막하게 글자를 써야 한다는 편견에서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내가 어릴 때 그렇게 여성스럽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자아이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행동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런 차별을 당했지 않나 싶다. 예로부터, 남자라면 운동을 무조건 해야 하는 데다가 교사에게 각목으로 맞을 때도 울지 않고 꿋꿋이 참아야만 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중학교 시절에 초등학교 때는 맞아본 적이 없는 교사의 매를 처음으로 맞았고(그것도 당시 내 팔뚝보다 더 두꺼운 각목), 바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남자답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교사에게 또 한 차례 험담을 들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금세 따돌림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남학교에서는 조금만 약한 모습이 노출되면 그야말로 굶주린 들개 앞에 놓인 고깃덩어리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다. 와장창 물리고 뜯긴 그 지옥 같았던 시간은 당시 주변에 남자만 있던 나에게 '사람 혐오증'을 갖게 했고, 남자들이 단체로 모여서 무엇을 하는 데에 극도로 싫어하게 했다. 정말 끔찍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옛날의 편견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서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요즘 일어나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의 충돌 또한 그런 사태에서 시작하여 서로 간의 오해와 편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오늘 나는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남성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그냥 외면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사회학 관점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노지


 책은 제일 먼저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는 첫 번째 주제로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는 남자들의 의무이고, 남자들이 여자들과 달리 손해를 보는 일이고, 폭력이 일상적인 데다가 군대에서만 통하는 문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집단으로 통한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를 통해서 형성된 행동을 하는 모습을 가리켜 꼰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군대에서는 훨씬 더 불합리한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서 엉망일 때가 많다. 특히 폭력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사람'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집단의 일부'로 보면서 생명이 아닌 도구로 취급할 때가 많아 큰 문제가 된다.


 얼마 전에도 군의관 실수로 한 병사의 왼쪽 팔을 마비시킨 사건도 일어났었다.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도저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좆 같은 상황이지만, '거긴 군대이니까.'라는 말로 통용되며 진심어린 사과없이 책임공방만 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은 정말 끔찍하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가해자가 북 치고 장구 치고 가해자가 병 주고 약주는 곳이 군대다. 이런 비합리성이 일상화된 공간에서는 폭력을 문제 삼는자가 유난 떠는 자로 인식될 뿐이니 가해자는 용서받을 것이 없는 자가 되어 살아간다. 일반적인 세상에서 폭력이 동반된 문제가 이처럼 쉽사리 해결될 리 없다. 하지만 군대를 거쳐가는 이들은 세상 이치의 '역', 즉 오답을 정답으로 배운다. 착한 어른들은 이렇게 살지 않는다.

"착한 게 무슨 소용이냐. 말을 잘 들어야지."

용서를 구하는 자가 없는 곳에서의 피해자는 가해자 응징이 불가능한 분노를 본인이 가해자가 되면서 보상받는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승영은 자신의 후임 지훈을 그렇게 대한다. 결국 지훈은 자살한다. 그나마 죄책감을 가졌던 승영도 자살한다. 피해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용서받지 못한 자가 된 태정은 일상을 태연하게 산다.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뭘 잘못했어"라는 확신과 함께. (본문 79)


 영화 같은 이야기.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윗글의 사례를 우리는 윤 일병 사망 사건을 통해서 현실로 접했고,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윤 일병을 사망하게 한 가해 병사는 군 교도소 내에서도 똑같은 일을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용서받지 못하고, 망가진 것이 아닐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명령이 중요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명령에 복종하고, 아래로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원한다. 그런 모습이 반영된 우리 사회 또한 그렇게 행동하면 "군대 갔다 오니 사람 되었다"는 소리를 한다.


 참으로 이건 슬픈 일일 수밖에 없다. 남자는 군대를 통해서 괴롭다고 말하지만, 군대를 통해서 군대를 넘어설 수 없게 된다. 오랫동안 깊숙이 그런 군대 같은 시스템이 자리 잡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생활 좀 할 줄 안다.'는 결국 남자답게 살아가는 것은 군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이웃 블로거, ⓒ노지


 좋든 싫든 한국 남자는 군대의 그늘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2장에서는 그런 심리적 작용이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읽을 수 있었는데, 차마 언급하는 것조차 얼굴이 붉어지는 베트남 라이따이한과 필리핀 코피노 문제도 있었다. 도대체 한국 사회의 남성상은 군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 이야기를 과감히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태초에는 평범했던 남자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비상싱적인 폭력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그 안에서 호흡하다 보니, 어느 새 파도가 되듯 '어떤 남자'로 변해 자신이 '당했던' 폭력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행사하게 된다. 그럴수록 '남자답게 잘 컸다'는 소리를 들으니 자신이 소속된 사회가 군사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고는 딱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사회가 제공한 고정적인 틀 안에서 자신은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간다. 이곳에서 힘든 것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버텨낼수록' 카리스마 있는 남자가 된다. (중략)

해외 학자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자본주의가 유독 가파르게 성장한 이유로(군부독재 외에도)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손꼽는다. 한국의 남자들은 '자본주의 노동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도 전에 학교와 군대에서 이미 자본가가 '부려먹기에' 최적화된다는 말이다. 즉 한국의 남자는 어떤 사회에나 있는 남자와는 '다른' 남자다. 그러니 '원래' 그런 남자는 없다. (본문 118)


 솔직히 군대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 사회의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군대를 통해 고정적인 틀에 갇히는 남성들은 모종의 분노를 속에 품고 있고, 그러한 분노를 아래에 다시 전달하거나 자신보다 조금 더 약한 약자에게 해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한국 남성은 대체로 모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주인공처럼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중얼거리면서 남자 혐오를 하는 여성들을 비판하고, 그런 여성들을 비판하는 남성을 비판하면서 모종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이러한 답습되는 모습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우리가 불편해할 수도 있는 모습을 까발린다. 군대 문화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병영캠프에 보내어 너도나도 군대 정신이 필요하다고 난리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날에는 모두 욕만 하던 나라에 마치 애국심이 철철 흐르는 애국자가 된다.


 이상한 모습이 평범하게 일어나지만, 제대로 된 비판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쉽게 허용되지 않는 한국 사회.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과감히 금기를 건드리면서 비판하고,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서 반성하기도 한다. 아마 책을 읽는 독자가 자존심 강한 남성이라면 얼굴을 씰룩거리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더라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라는 책이 점점 성별의 갈등이 심해지고, 서로에 대해 혐오의 감정이 깊어지는 우리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점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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